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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헌 Nov 16. 2024

11. 꿈과 현실의 괴리와 공존

열정의 온도 11. 꿈은 삶의 본질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잖아요.

그녀가 고개를 젖혀 푸른 하늘을 보며 대사를 외우듯 말했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다는 말이요.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 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달과 6펜스에 나오는 말이죠. 멋있지 않아요?”

그녀는 덧붙여 말했다.

“달은 이상과 본능의 세계잖아요. 현실이 아닌 꿈이죠. 그런데 6펜스는 영국에서 가장 낮은 단위로 통용되는 은화잖아요. 우리 인간은 이런 꿈과 현실의 선상에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하늘은 푸르지만 저 대기권 너머 달은 빛나고 있겠죠.”

진성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

“그 책을 읽고 나서 스스로 질문을 던졌어요. 꿈을 향해 나의 모든 것을 던지고 떠날 수 있을까? 나는 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어떻게 생각해요.”

“저도 그럴 수 있어요. 꿈은 삶의 본질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잖아요. 꿈이 없는 삶은 죽은 거죠. 저는 모든 것을 걸고 꿈을 추구할 거예요.

진성은 갑자기 그녀가 새롭게 보였다. 

10년 전 앳된 20대 소녀가 아니었다. 성숙한 여인의 향기가 은은히 발산되고 있었다.

그러나 진성의 심장은 쉽게 열정이나 냉정으로 기울지 않았다. 단지 그녀가 생각보다 재밌다고 느꼈다.     


가만히 하늘을 쳐다보던 그녀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우리 걸어요. 미당 서정주 시인이 말했죠.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다.’ 저도 바람을 맞으며 조금 더 커고 싶어요. 젊음의 방황과 좌절을 느껴야만 커는 건 아니죠. 둘이서 바람을 쏘이는 것도 뭔가 조금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하고 크게 하는 효과가 있을 거예요.”

진성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예전의 앳된 대학생이 언제 숙녀가 되었을까? 

처음, 그녀는 심한 생리통이 있다며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진성을 찾았다. 진성은 침을 놓았고 한약을 처방해서 그녀의 생리통을 치료했다. 몇 번 침을 맞으러 오던 그녀가 말했다.

“왜 침이 효과가 있죠? 참 신기해요. 생리통이 없어졌어요.”

그때 진성은 그녀를 보며 간단하게 답변했다.

“침술은 현대의학이 치료하지 못하는 영역의 병증을 기적처럼 치료하는 힘이 있어요. 용의 여의주와 같은 거죠. 바람과 천둥, 번개, 폭우를 일으키는 여의주 같은 그런 조화를 일으키죠. 그런데 모든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지는 않아요. 그 말은 모든 한의사가 기적을 믿고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뜻이죠. 명의라는 호칭으로 환자들로부터 불려지는 사람들만 여의주를 지니고 있는 거죠”  

   

가만히 듣고 있던 그녀가 맹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선생님 용띠시죠?”

“왜 그렇게 생각해요?”

“그건 일종의 촉이라고 해두죠?”

진성은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내심으로는 놀랐다. 

소 뒷걸음에 쥐새끼가 밟힌 확률보다 높을까? 잠시 그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녀의 촉은 10년이 지난 후에 ‘통찰력’이라는 근사한 말로 바뀌어 있었다. 진성은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오경아였다. 

감탄사 오! 와 아! 가 경이라는 경탄이나 경이로움의 한자 앞뒤로 있었다. 진성은 학생이라고 호칭했던 오래전 환자여서 그녀로만 호칭을 했다. 그런데 그녀는 이제 성숙미가 물씬 풍기는 숙녀 오경아 씨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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