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침술유파의 다양한 기법
침술의 세계 32. 미친 듯 공부만 해야 침술을 연구할 수 있는 거야.
승문의 의료봉사 일지에 100명의 기록이 된 후에 그녀가 말했다.
“100명의 기록만으로도 신통한 침술의 효과가 보이네요. 이것은 마치 권투선수의 30전 28승 1무 1패 20KO승 같은 전적처럼 선명하게 실력이 나타나네요.”
“당연하게 그러한 통계적 수치가 나타나야 하는 거야. 숫자는 정직한 거야. 중국인들은 삼국지의 적벽대전에 조조의 100만 대군을 기록했어. 하지만 적벽강은 한강보다 훨씬 좁은 강이라고 하지. 지나친 과장이라서 거의 거짓말인 거지. 그런 과오를 막기 위해서는 정확한 기록과 검증이 필요한 거야.”
“그럼 스승님이 그런 것을 알고 300명의 의료봉사 기록을 하라고 하신 걸까요?”
“사람을 치료한다는 것 이전에 병과의 전쟁이야. 난치병 같은 경우는 엄청나게 무서운 적들이야. 그런 적과 대결하려면 정확한 전략과 전술, 힘과 기술이 필요한 거야. 그것을 모두 기록하여 명확하게 전력을 평가하려고 하는 거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제가 봐도 이 의료봉사 일지가 너무 세밀해서 모든 치료의 과정과 결과가 보이네요. 이 정도면 거의 의학논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어요.”
“스승님이 말씀하신 것이 그랬어. 논문처럼 근거와 증명을 하며 쓰라고 하셨어. 그건 맥산침법의 다양한 기법들이 모두 사용하라는 뜻이야. 또 지금 시대의 새로운 침술이론을 공부하여 첨가하라고 하신 거야.”
“아. 정말 대단하신 발상이네요. 그래서 매일 밤을 새워 가며 새로운 침술공부를 하고 계시는군요. 그것을 맥산침법에 결합하려고 하시는 거죠.”
“최고의 전적을 자랑하는 UFC 챔피언을 봐. 주짓수나 권투만으로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야. 무에타이나 태권도 등 현대의 최고 수준 무술을 고루 섭렵해야 하는 거야. 침술도 그와 같은 거야. 침술의 챔피언이 되려면 모든 침술유파들의 기법을 모두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거야. 각 침술유파의 장점을 모두 흡수해야 하는 거야.”
“침술유파가 그렇게도 많은 가요?”
승문은 한방차를 한잔 마시고 말했다.
“여기 이 한방차는 한약 처방으로 만든 거야. 양약처방은 7가지 약을 주약재로 해. 항생제와 소염진통제, 스테로이드, 신경안정제, 호르몬제, 소화관운동촉진제, 항히스타민 등이 그것이야. 회사만 다를 뿐 처방은 복잡하지 않아. 하지만 한약처방은 주약재가 1000개가 넘고 처방 종류는 10만 가지가 넘어. 굉장히 치밀하고 고도의 정제된 처방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거야.”
“정말 그렇지요. 우리 집안에도 비법으로 전수되는 한약처방이 있더군요. 할아버지가 그것을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어요. 침술도 그런 비밀 처방이나 유파가 많다는 거죠?”
“침술도 마찬가지야. 엄청나게 많은 유파가 있어. 한국의 대표적인 침술유파인 사암침법이 있고 같은 사암침법인데도 정통사암침법이나 월오사암침법, 금오사암침법 등의 유파가 따로 있어. 그러니 대만의 동씨침법이나 중국의 정씨침법, 일본의 나가노침법 등의 침술유파를 합치면 얼마나 많겠어."
"정말 많은 침술유파가 있네요."
"침을 놓는 경혈도 1000개가 넘게 있어. 각 유파마다 사용하는 경혈이 다른 경우도 많아. 정경침은 361혈이 정해져 있지만 동씨침은 그 혈자리와 미세하게 달라. 무술유파보다 침술유파가 훨씬 많을 거야. 중국의 침술유파 중에는 침으로 수술을 하는 도침요법 같은 것도 있어.”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휴, 정말 많은 공부가 필요하겠어요. 보통 사람은 엄두가 나지 않겠어요.”
“미친 듯 공부만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침술을 연구해야 하는 거야. 침술의 세계는 무림의 세계보다 훨씬 더 깊고 오묘하기 때문이야. 중국무술처럼 한 스승한테서 배우면 강호를 지배하는 그런 차원이 아니야. 침술은 늘 당대의 첨단 과학이 포함되어 있어. 끝도 없는 침술의 세계에 빠져서 연구하고 실전 치료를 해서 경지에 이르러야 하는 거야. 그 경지에 이르렀을 때 명의라는 칭호가 붙는 거야.”
“아. 정말 엄청난 세계군요. 침술의 세계를 처음 알았어요. 그 정도 깊은 연구와 실전치료의 경지를 획득해야만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