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겨울추위 21. 몸 안의 냉기가 스며들어서 통증이 느껴지는 거예요
몸 안의 냉기가 스며들어서 통증이 느껴지는 거예요.
단풍이 아름답게 수를 놓듯이 온 산을 물들였다.
그 풍경은 산수화를 보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동장군의 기세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낙엽이 떨어지며 살을 에이는 추위가 닥쳐왔다. 구들장을 놓고 불을 많이 지펴도 토굴의 냉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봄과 여름의 푸르름은 사라지고 삭막한 갈색 낙엽이 주변을 감싸고 있는 듯했다. 찬홍은 그 추위와 함께 몸의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참고 있었지만 통증은 자꾸만 심해졌다.
견디다 못해 찬홍이 유경에게 말했다.
“온몸의 통증이 너무 심해. 이 겨울을 이겨낼 수 있을까?”
“이겨낼 수 있어요. 맥산침법으로 기본 통증을 잡고 약을 지어서 혈맥을 뚫으면 돼요.”
그녀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침을 놓았다. 그녀의 침술은 마치 진통제처럼 통증을 잦아들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새벽의 냉기가 몰아치면 그 통증은 다시금 찾아왔다.
찬홍은 며칠 내내 고민을 하다 용기를 내어 말했다.
“여기 있다가 내가 죽으면 자기가 혼자 감당하기 힘들 거야. 차라리 병원 가서 죽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런 나약한 말씀은 절대 하지 말아요."
"난 더 이상 두렵지 않아. 자기를 홀로 남겨놓는다는 것이 가슴 저리게 아플 뿐이야."
그녀는 그 말을 듣고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절대 죽지 않아요. 어떤 병이든 고비가 있기 마련이죠. 이겨낼 수 있어요.”
“내 느낌으로는 암세포가 전이된 것 같아. 여기저기 온몸이 아파. 추위가 강하게 느껴질수록 통증도 깊게 느껴져. 자기와 함께여서 너무 행복했어. 하지만 이 깊은 산속에서 자기를 홀로 두고 떠날 순 없어.”
“산속의 매서운 겨울 추위 때문에 그래요. 몸 안의 냉기가 스며들어서 통증이 느껴지는 거예요. 아무리 구들장을 하고 보온을 해도 산속의 냉기는 그래요. 이 냉기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져요. 하지만 이 겨울을 이겨내면 새로운 생명의 맥박이 요동칠 거예요.”
“난 이미 한생을 충분히 행복하게 산 느낌이 들어. 아마도 병원에 입원했었더라면 통계치로 이미 냉동인간이 되어서 뜨거운 화장장에서 태워졌을 거야. 자기와의 행복한 시간도 보내지 못했겠지.”
유경은 눈물을 꾹 참고 힘주어 말했다.
“냉동인간이 되든 불지옥으로 떨어지든 제가 같이 갈 거니까, 두려워 말아요. 절대 죽지 않아요.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 저는 아직 충분하지 않아요. 자기와 함께 100세를 넘어 살 거예요.”
찬홍은 잠시나마 정신적으로 위안을 받았다.
누군가 자기를 끝까지 부여안고 있다는 것이 힘이 되었다. 한순간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유경은 매일 약을 챙겨주고 침술치료를 하며 그의 곁을 지켰다.
그러나 별 차도 없이 찬홍은 통증에 시달렸고 호흡곤란까지 느꼈다. 하는 수 없이 유경은 조사님을 찾아가기로 했다. 폐관수행에 들어간 지 몇 개월이 흘러서 그를 만날 수 있을지는 불확실했다.
그러나 그들은 함께 그를 찾아가기로 했다. 통증이나 호흡곤란의 증세가 호전되지 않고 있었다. 이 증세가 지속적으로 깊어진다면 그만큼 위험성은 높아지는 것이었다.
조사님의 토굴은 폐쇄되어 있었다.
그가 어디에서 폐관수행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 주변을 돌아다니며 찾아다녔다. 깊은 산속 어디에 수행을 하는지는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유경은 큰 소리로 조사님을 부르며 다녔다.
“조사님~~ 어디에 계세요?”
그 소리는 메아리를 치며 울렸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찬홍은 소리를 지를 만한 기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힘없이 유경의 손을 잡고 산속을 하염없이 헤맸다.
찬홍은 통증과 두려움의 이중고통에 시달렸다. 자신의 죽음보다는 홀로 남겨질 유경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더 깊었다. 둘이 함께라야만 이 삶이 완전해진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혼자 떠날 수는 있지만 남겨진 자의 슬픔과 고통이 너무 애절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