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기침습증 22. 냉기를 제거하고 온기를 불어넣으면 몸이 회복될 것이야.
그들은 일주일간을 그 산속을 헤매고 다녔다.
찬홍의 기력은 더욱더 쇠잔해졌다. 더 깊은 산속으로 가는 것은 무리였다. 조금만 걸어가도 숨이 찼고 복수가 차기 시작했다. 배가 부풀어서 거동도 불편했다.
유경은 그의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두려움을 느꼈다. 아무리 의학을 전공했다고 해도 희미한 생명의 불꽃을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더 이상 산속을 헤매는 것은 무리였다. 유경은 조사님의 토굴로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남은 힘을 다 짜내듯 해서 벼랑 위의 그곳으로 갔다. 찬홍은 숨을 헐떡이며 겨우 그곳에 도착했다. 그러나 여전히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유경은 다시 내려갈 힘도 없어서 문을 억지로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뜻밖에 조사님이 그 안에 좌정하고 있었다.
“조사님, 여기 계셨어요?”
“내가 폐관수행을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다른 곳에서 수행하다가 여기 온 지 이틀이 지났느니라. 무슨 일인데 문을 굳게 잠근 것을 풀고 들어왔느냐?”
그제 서야 긴장이 풀린 듯 유경이 울며 소리쳤다.
“조사님, 이 사람이 죽어가고 있어요. 살려주세요.”
그는 잠시 찬홍을 뚫어지게 쳐다보곤 말했다.
“죽기는 왜 죽어. 멀쩡하구먼. 산속 냉기가 쌓여서 통증만 심하게 오는 거야. 그 정도 통증이면 호흡곤란도 오고 복수도 차는 거야.”
“그렇다면 위험한 고비는 아니라는 말씀이신지요?”
“어허, 병은 사소한 것도 고치지 않으면 위험해지는 것이야. 중병이라도 고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이지. 병의 경중을 살피지 말고 원인과 그 뿌리를 찾으면 되는 게야. 현재의 증상은 위험하기도 하고 간단하기도 한 거지.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병의 경중을 가리는 법이지. 두려워하고 고통스러워하면 병이 위중해지는 것이야.”
그는 찬홍의 맥을 짚으며 말을 이었다.
“냉기침습증이야. 냉기를 제거하고 온기를 불어넣으면 몸이 회복될 것이야. 뜻밖에 오장육부의 상태는 좋아. 지금 드러난 증세부터 고쳐야 하는 것이야. 이정도 유지했다는 것은 자네의 의술이 깊은 것이야.”
유경은 내심으로 안도하며 말했다.
“그러면 지금 위험한 상태는 아니라는 말씀이신지요?”
“어허, 이 사람아, 목숨 걸고 체질을 변화시키고 있지 않은가. 그런 노력이 쌓여 건강해진다네. 뼛속까지 스며든 산속의 냉기를 이 정도로 방어한 것 만해도 대단한 거야.”
그는 토굴 안의 약재를 모아 처방하며 그들 앞에 내밀며 말했다.
“이것을 달여서 먹으면 냉기가 사라질 거야.”
찬홍과 유경은 벌떡 일어나서 넙죽 절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간 내가 지켜본 바로는 자네 둘은 의지와 신념이 강해. 내가 마지막 제자로 삼을 만한 근기가 되는 것을 확인했네. 앞으로 본격적으로 약초와 약재, 처방을 가르쳐 주겠네. 빨리 몸을 회복시키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