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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산골생활의 정리와 하산

약초꾼 31. 약초를 사랑하고 아끼며 가꾸는 사람이 약초꾼이야.

by 백승헌

완연한 봄빛이 약초골에 감돌았다.

실버들이 새순을 터뜨리고 작은 풀잎들이 파릇파릇 솟아났다. 주변의 겨우내 벌거벗은 나무들이 신록의 옷을 입었다. 하지만 찬홍은 여전히 겨울의 문턱을 넘어서지 않은 것 같았다.

터부룩한 수염과 더벅머리가 어지럽게 날렸다.

유경과는 딴 판이었다. 유경 역시 약간의 변화는 있었지만 수더분했다. 그들은 따사로운 햇살을 쪼이며 서로의 모습을 보고 웃었다.

자기는 이 산속의 약초꾼처럼 보여요.”

"약초를 사랑하고 아끼며 가꾸는 사람이 진정한 약초꾼이야. 난 그런 의미에서 약초꾼이 맞아. 나는 약초꾼 자기는 산골 나물 캐는 아낙네여서 참 좋아.”


찬홍의 농담 어린 말에 유경은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여기서 평생 살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둘이서 살아가니 참 행복해요.”

“맞아. 정말 행복해.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인 것 같아.”

“앞으로 우리 여기서 계속 살아요.”

찬홍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나야 괜찮지만 자기 때문에 그리해선 안 될 것 같아. 한참 아름다워야 할 시절에 산골에 와서 사는 것이 보기 안쓰러워. 늘 마음속으로는 미안했어.”

“저는 여기 삶이 괜찮아요. 만족스러워요.”

“안 돼. 너무 미안해서 계속하기는 힘들겠어.”


찬홍은 잠시 먼 산을 바라보다 말했다.

“일단 우리 다시 돌아가자. 자기가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워서 좀 그렇잖아.”

잠시 두 사람 사이를 가로지르는 침묵이 흘렀다.

각을 정리한 듯 유경이 말했다.

“그래요. 일단 서울로 돌아가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무엇이든 확실한 것이 좋아요. 지금 몸이 좋다고 해도 혹시 모르니까요.”

“난 진단은 다시 받고 싶지 않아. 의사가 하는 말이 너무나 충격적으로 느껴졌어. 다시 그런 고통을 받고 싶지 않은 거야.”

“그래도 하셔야 해요. 현재 상태를 알아봐야죠.”

“알았어. 그렇게 하도록 하지.”

몸상태가 좋았지만 찬홍은 내심으로는 불안했다. 다시 그런 무거운 침묵의 공기를 접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하경은 달랐다. 자신의 진맥으로나 몸 상태로 보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결론을 내리고 서울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일단 서울에 갔다가 찬홍은 다시 돌아올 생각을 했다. 약초공부를 더하며 본격적으로 의학의 길로 입문하기를 원했다. 유경도 내심은 같았다. 그가 가는 곳 어디든 함께 하려고 했다. 찬홍이 다시 약초골로 돌아온다면 그녀도 따를 것이었다.

그들은 약산거사에게 인사를 하고 산길을 걸었다. 신기하게도 다리에 힘이 붙어선지 피곤하지 않았다. 찬홍은 입산 때와 달리 하산 때는 힘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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