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의 세계 33. 나는 약초와 더불어 살고 싶고 그렇게 살 것이야.
찬홍은 몸이 정상이 되어도 약초의 세계에 있었다.
약산거사가 준 약초서적을 읽고 틈만 나면 제기동으로 갔다. 그곳에서 쭈그려 앉아 노점 약재상들과 어울렸다. 그에게 약초의 세계는 곧 현실이었다.
현실과 유리될 수 없는 통로가 이미 나 있었다. 유경은 그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그가 속했던 현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듯했다.
실제로 그는 친구 대성을 만나서 사업을 정말 정리하도록 했다. 그에게 현실과 연결된 약초의 세계가 소중한 듯했다.
그는 친구 대성을 만나서 말했다.
“난 이제 앞으로 더 이상 IT사업 세계로 돌아갈 수 없어.”
“지금껏 고생해서 겨우 자리 잡았잖아. 왜 그것을 정리하려고 하는 거야?”
“나는 약초의 세계가 나의 고향 같아. 다시 돌아가려고 해. 나는 약초를 연구하고 맥산침술을 공부하며 살고 싶어. 병이 들어 그곳에 갔을 때, 만약 내가 낫게 되면 그리 살겠다고 나 자신과 약속을 했어. 나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거야.”
대성은 이해는 했지만 그의 공감은 되지 않았다.
그는 한 번 더 찬홍에게 충고를 했다.
“이사업도 하면서 약초의 세계는 취미로 하면 되지 않아?”
“그건 안 될 것 같아. 나는 이미 그쪽 약초의 세계에 속해 있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어디에 있든 그곳의 기억이 떠나지를 않아. 나는 약초와 더불어 살고 싶고 그렇게 살 것이야.”
찬홍은 대성에게 모든 정리를 부탁했다. 그 결심은 확고했다.
유경은 다시 돌아와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찬홍의 거취가 못내 불안정했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를 막연히 기다렸다.
그러나 그가 말없이 사업을 정리하자 못 견뎌하며 말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내가 산에서 말했잖아. 3년간 더 머물며 약초공부를 하겠다고 했지. 실제 그렇게 할 생각이야. 단지 자기와의 거취가 결정이 안 되어서 기다렸어.”
“저와 어떤 결정이 안 되었다는 거죠?”
“나는 자기 없는 삶을 살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아. 단 하루도 떨어지지 못하겠어. 그런데 자기는 현실세계에 속해 있잖아.”
유경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건 아니에요. 저는 자기의 세계에 속한 사람이죠. 나의 현실은 바로 자기죠. 어떤 결정을 하시든 자기 곁에 제가 서 있을 거예요.”
그 말을 끝으로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 찬홍이 말했다.
“나는 약초골로 돌아가고 싶어. 그렇다고 자기한테 같이 가자고 말할 수는 없어.'
"그래요. 그러시다면 제가 한의원을 그 근처에서 할게요. 자기가 약초골을 오가며 살 수도 있고 제가 자기 곁에 살 수 있는 거잖아요.”
그녀는 전혀 망설임 없이 빠르게 말을 뱉었다.
찬홍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그렇게 결정해도 되는 거야? 쉽지 않아. 그 깊은 산골에서 살아가는 것도 그렇고 그런 곳에 한의원을 오픈하는 것도 좀 그렇지 않아.”
“이미 말했잖아요. 자기가 사는 세계가 곧 나의 세계라고요. 바늘 가는 곳에 실이 가야 하잖아요. 당연한 거죠. 저는 자기 곁이 곧 제가 설 자리예요. 그곳이 어디든 자기 옆이 될 거예요.”
그들은 약초골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먼저 유경과 찬홍은 혼인신고를 했다. 그 후에 약사골 근처에 한의원을 개원하기로 했다. 신속하고 명쾌한 결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