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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베트남어가 어렵다는 오해?

베트남어 성조가 어려워서 포기했다면 그것은 오해이다.

by 백승헌

“베트남어가 쉽다? 고 쓰신 브런치를 읽었습니다. 정말 쉬운 가요?”

호찌민에서 근 20년을 거주하신 W 씨가 내원해서 물었다.

“여기 베트남은 W님과 같은 성씨를 사용하는 사람이 최고로 많습니다. 거의 원 씨 천국인데 왜 어렵습니까?”

나는 농담하듯 말했다. 그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베트남에 원 씨가 많다는 것은 처음 들었습니다. 저는 한 번도 못 보고 들었습니다.”

“베트남 당서열 1위 응우옌 푸쫑(Nguyễn Phú Trọng) 당서기장과 서열 2위 응우옌 쑤언푹 (Nguyễn Xuân Phúc) 국가주석이 원 씨입니다. 택시 기사들 이름을 보면 대부분 원 씨(Nguyễn)입니다. 한국의 원 씨와 같은 한자어 원자의 표기가 응우옌으로 된 것이지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어떻게 응우옌이 원자가 됩니까?”

“베트남어의 표기상 Ng(한국어 o, 이음)의 발음입니다. 다만 원 씨의 두 개 모음인 ‘ㅜ’과 ‘ㅓ’가 있어 베트남어도 모음발음인 u와 yen 두 개의 모음이 들어 있는 거지요. 한국어 ‘ㅜ’에 해당하는 알파벳 u와 ‘ㅓ’에 해당하는 yen이 있는 거지요. 베트남어 알파벳 원리를 알면 원자가 맞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성조 표시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건 ^와 성조 여우 응아가 있어 한자를 표시한 것입니다. 베트남은 한자 차용어가 약 75%이기 때문에 한자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조가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어는 밑받침의 자금 글자가 다양하게 있어 한자 차용어가 있어도 구별이 대부분 용이합니다.”

나의 말을 듣고 그가 의아한 듯 물었다.

“한국어에 성조가 있다는 말은 처음 들었습니다. 정말 그런 것이 있나요? “

“서울말은 끝말이 올라가는 상승음(여우 삭)이 발달되어 있고 평음이 많습니다. 그러나 경상도 말은 꺾어진음과 상승, 하강, 하강후상승음 낙하음 등의 6 성조가 발달되어 있지요.”

나는 그에게 포항식 6 성조를 직접 발음하며 확인시켜 주었다. 그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 서울출신인 제가 베트남어 발음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었군요.”

실제 그렇다. 베트남에서 베트남어를 잘하는 사람들 중에 상당수는 경상도 출신들이 많다. 서울과 경기도 출신들은 베트남어를 열심히 하여도 소통의 문제를 겪는다. 베트남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경상도 사람들의 발음에 비해 성조 발음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어 발음은 세계적으로 가장 다양하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있어 성조는 문제가 안 된다. 5 성조나 6 성조의 발음은 조금의 훈련만 하면 쉽다. 베트남어 성조는 발음이 약한 일본인이나 유럽인들에겐 어렵겠지만 한국인에겐 별로 문제가 안 된다. 당연히 한국인은 베트남어가 너무 쉬운 것이다.


성조보다 억양이 중요한 베트남어

수많은 한국인들이 난해한 성조 때문에 베트남어를 포기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성조를 익히는 것도 어렵고 발음도 매우 난해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인들은 과연 성조 그대로 발음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성조는 존재하지만 베트남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억양이다. 지방 특유의 억양으로 인해 베트남인들은 같은 민족끼리도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나는 말레이시아에서 중국어를 사용하고 있을 때부터 성조보다 억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제 한 번도 중국어 성조를 익히고 발음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중국어로 말이 잘 통했고 발음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중국어 종류가 5가지이고 그 언어들은 제각기 달랐다.

그래서 같은 화교라도 언어가 다르면 영어를 사용했다. 당시 나는 중국인친구들과 북경어(만다린)를 쓰며 대화했다. 베트남으로 이주한 후에도 베트남어가 성조보다 억양인 것을 알고 있었다.

단어 하나하나의 성조를 모두 발음한다면 그건 고역 그 자체 일 것이다. 나는 성조보다 억양에 중점을 두고 발음했다. 그 결과 내가 하는 발음을 베트남인들은 대부분 이해했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서부지방 동탑 출신의 간호사 ‘증안’은 중부지방 환자들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들었다.

그녀는 답답한지 내게 물을 때가 많았다.

“박시(의사), 저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건가요?”

“저 사람들이 하는 말을 왜 못 알아듣는 거야?”

내가 그렇게 반문하면 겸연쩍어하며 말했다.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중부지방 방언이 심해서 못 알아듣겠어요.”

그 말은 곧 억양이 달라서 못 알아듣겠다는 뜻이다. 실제 그렇다. 억양이 조금만 다르면 베트남 사람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심지어 어떤 택시기사는 못 들은 척 반응이 없다.

억양이 조금만 달라도 그들은 같은 베트남어가 바로 외국어처럼 들려 못 알아듣게 되는 것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베트남인 동족끼리도 그런 경우가 있다. 베트남어 억양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그런 점에 있다.


베트남어 억양을 따라 하면 참 쉽다.


“경상도 억양이 성조가 많아서 베트남어를 잘한다는 말에는 공감이 갑니다. 하지만 가끔 서울 경기도 출신도 베트남어 잘하는 사람이 있던데요. 그건 왜 그렇지요?”

내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던 W 씨가 말했다.

“그건 베트남어가 생존언어가 되어 열심히 한 결과입니다. 절실하게 필요하면 베트남어는 영어나 중국어보다 훨씬 쉽습니다. 단 예외적으로 생존언어가 아닌데도 서울 경기도 출신이 베트남어를 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들은 ‘한베가정’ 이거나 총각의 경우는 베트남 아가씨와 교제를 오래 했을 경우입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맞습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내가 아는 분이 베트남 아가씨랑 사귀다가 결혼을 했어요. 베트남어를 잘하더군요. 생각해 보니, 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는 동의를 했다. 그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부터라도 베트남어를 다시 공부해야겠습니다. 저도 생존언어로 지정해서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나는 그에게 덧붙여 한마디 조언을 해주었다.

"베트남어는 영어보다 훨씬 더 실전어가 되어야 합니다. 아무나 만나면 어설프더라도 무조건 말을 해야 합니다. 억양을 배운다는 것은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겁니다. 그러면 자연히 따라 하게 되고 발음도 유사해집니다. 독학한 후 베트남인들에 말을 걸어보세요. 아무도 반응이 없을 겁니다. 무조건 말을 거세요."

나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그가 짦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후 그는 내원할 때마다 베트남어 공부에 대해 질문을 많이 했다.

가끔 테스트를 해보면 W 씨의 베트남어는 나날이 늘고 있었다. 또 그의 만성질환인 비염의 증세도 꾸준한 내원 치료로 완치가 되었다. 그는 베트남어 공부도 하고 비염 없는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고 즐거워했다.

베트남어는 한국인에게 정말 쉽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성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억양을 익히면 정말 쉽고 재미있다. 예를 들면 그 어렵다는 경남방언의 부산억양에서 서울말씨를 구사하는 것을 고 김영애 배우는 성공적으로 했다. 친구에 나오는 장동건이나 유오성, 이재용 등은 서울이나 강원도 출신임에도 경남방언인 부산말을 실감 나게 했지 않은가. 그 어렵다는 함경방언도 잘 구사하는 탤런트들도 많다. 한글을 하는 구사하는 한국인에게 베트남어나 발음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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