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좋은 이유는 너무나 많다.
“베트남에는 못 살겠어요. 후덥지근하고 사람들이 다들 이상하네요. 왜 그렇죠?”
한국에서 관광차 호찌민에 와서 쌀국수를 먹다 체해서 온 C 씨가 말했다.
“아마도 베트남어를 몰라서 그렇게 느끼실 겁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외국인들에 대해선
조금 냉정한 일면이 있어요. 외세침략을 오래 받아서 그렇습니다. “
다른 외국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들이 와서 느끼는 베트남 인상은 그리 좋지 못하다.
영어가 통하지 않은 나라이고 어딘지 차가운 표정의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다. 또 한 가 지는 사람들이 빤히 한국인을 쳐다보는 것도 기분이 좀 그렇다.
처음 베트남에 와서 어디를 가도 그랬다. 그들은 한국인의 흰 피부를 별스럽게 쳐다본다.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길거리 카페나 음식점에 앉은 베트남인들이 모두 거리 쪽으로 앉기 때문이다. 그들은 길거리방향으로 앉아서 사람들을 살펴본다. 그러나 그것 또한 일종의 문화일 뿐이다.
나는 C 씨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베트남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편차가 많습니다. 좋은 사람은 정말 순박하고 좋습니다. 그러나 야박하고 날카로운 사람도 역시 있습니다. 분포도를 보면 좋은 사람 20퍼센트 보통 사람 60퍼센트, 악한 사람 20퍼센트입니다. 대략 그 비율로 분포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요?”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종업원의 경우 며칠 생활하다 보면 금방 본성이 드러납니다. 무단으로 지각을 하고선 변명도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사람이 많죠. 또 변명하며 자주 조퇴를 하는 등의 행동을 합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바로 본색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바로 정리하고 새로 사람을 뽑으면 됩니다.”
실제 그렇다. 베트남에 살면 직원 물갈이는 필수적이다. ‘사람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는 말을 가장 실증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이곳이다. 그러나 이를 다시 생각해 보면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만큼 장점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의 설명을 듣고 난 후에 그는 다시 질문을 했다.
“사람 물갈이가 어렵지 않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은 물갈이를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그냥 맞지 않다고 말하고 일한 것을 정산하면 알겠다고 하고 받아들입니다.”
나는 베트남 이주 후에 수많은 직원들을 물갈이했다. 한국 정서상으로야 그것이 맞지 않지만 베트남은 다르다. 이들은 길게 보지 않기 때문에 단순하게 받아들인다. 왜?라고 묻거나 따지지도 않는다. 그것이 그들의 자존심이다. 그러한 점은 참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서로가 인정주의나 자존심의 상처를 가지면 불편해진다. 열대지방이지만 직원의 물갈이는 쿨한 것이 참으로 좋은 것이다.
베트남에 없는 특이한 문화적 환경
한국에는 있지만 베트남에는 없는 특이한 문화적 환경은 많다.
베트남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의 운동장이 없다. 특히 대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큰 규모의 대학교도 운동장이 없고 사람들이 모일만한 광장이 없다.
나는 베트남 대학 몇 군데를 돌아보고 나서 왜 그런지가 궁금했다. 베트남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한국인 교수한테 물어보았다.
“왜 대학 캠퍼스가 없고 운동장이 없지요?”
"가장 큰 이유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프랑스식 영향을 받아서 그렇습니다. 대학교 캠퍼스도 없고 운동장이 없는 이유는 대학생들의 집회금지의 성격이 강하다고 합니다. 정치적 집회를 하면 체제가 위험해지기 때문입니다. “
나는 어느 정도 이해는 했지만 학생들의 운동은 어떻게 하는지가 궁금했다.
“학생들은 어디에서 뛰어놀며 체육시간은 어떻게 하나요?”
“아. 그건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할 때는 이미 낮이기 때문에 운동을 따로 안 시키고 저녁에 어두워진 이후나 아침 일찍 개별적으로 운동을 하도록 합니다. 날씨가 더워서 집단적 운동을 하기에 맞지 않은 것이지요.”
실제 베트남은 체육센터나 도심공원, 주택가의 작은 공원에서 운동을 한다.
주로 해가 진 저녁 무렵에 운동을 한다. 동네마다 잘 설치되어 있는 운동장에는 조명시설이 설치되어 밤에 운동을 하도록 되어 있다. 35도가 넘은 열대의 날씨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베트남 축구열풍과 도박의 열기
코로나 직전까지 베트남 축구 대표팀 박항서 감독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택시기사가 한국인을 보면 박항세오(서 발음을 못해서 세오라고 함)라고 외쳤다. 그만큼 인기가 대단했다. 한국의 히딩크 감독이상의 인기였다. 왜 그들은 축구에 열광하고 박항서 감독을 그토록 외쳤을까?
그 이유를 분석해 보면 뜻밖에도 베트남 축구 열기와 상응하는 도박의 열기가 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축구는 도박과 연결되어 있다. 그들의 미칠 듯한 축구 열광과 한국인의 축구 응원은 그 격이 조금 다르다.
한국은 순수한 축구열풍으로 붉은 악마 셔츠를 입고 대-한-민-국을 외친다. 그러나 그들은 집과 오토바이, 현금 등을 축구의 승부에 건다. 그래서 축구경기가 끝나면 파산을 하거나 빚을 떠안고 몰락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축구로 인한 이혼율과 실직율도 증가한다.
“베트남에도 전당포가 있다고요?”
며칠 전 축구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전당포에 대한 화제가 나왔다.
베트남은 축구경기가 있으면 전당포에 그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오토바이나 컴퓨터 등을 맡기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당연히 전당포가 많습니다. 저는 처음에 왜 검도 도장이 저렇게 많은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전당포가 베트남어로 껌도(cầm đồ)이기 때문입니다. 한자음 착음을 하기 때문에 저는 속으로 아 검도 도장이 많구나 생각했지요. 그런데 아주 작은 공간에도 ‘껌도’라는 빨란 색 작은 간판이 있어 사전을 찾아봤습니다. 베트남어 사전에 ‘전당포’로 되어 있더군요. 도심보다 변두리에 가면 아주 많습니다.”
실제 베트남 사람들은 축구 도박을 아주 좋아한다. 베트남 전당포의 하루 이자율이 평균 5~10%지만 국제축구대화 시즌에는 15~20%까지 치솟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들의 축구 열풍은 가히 목숨을 건 정도로 뜨거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시즌이 끝나면 전당포에 맡긴 귀중품은 대부분 찾지 못한다고 한다. 엄청난 양의 물건들이 중고시장으로 쏟아지고 파산한 사람도 생기는 것이다. 한국인의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베트남 사람들은 먼 미래를 보지 않는다. 오늘 하루가 그들 삶의 중심이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도 베트남이 좋은 이유는?
대부분 사람들은 말레이시아를 좋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말레이시아에서 7년을 살면서 마음 편하게 느낀 적은 별로 없다. 그 이유는 무슬림들의 나라 말레이시아에서 보여지는 여성들의 히잡과 스피커 소리 등이 싫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들어라고 방송하는 무슬림의 기도소리, 설교나 집회 소리가 마치 내 영혼을 속박하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중국인이나 한국인 거주 지역을 벗어난 로컬 지역으로 가면 두려움이 느껴지는 느낌 때문도 있었다.
다른 분들은 괜찮았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랬다.
반면에 베트남에 이전 한 이후에 나는 어디를 가든 편안함을 느꼈다. 한국인과 유사한 외모와 한자 문화권이라는 동질성이 있어 그랬던 것 같다.
특히 베트남어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면서 그들 문화나 삶의 모습들이 이해가 되었다. 베트남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한 영향도 있었다. 한의원에서 간호사나 환자들과의 대화는 매우 유익했다.
한 때 후에 출신 간호사 ‘뚜이’와는 전통문화에 대한 대화를 많이 했다.
특이한 것은 한국 농촌의 전설의 고향이나 귀신, 물귀신, 등의 전통문화는 흡사했다. 어떻게 한국 농촌의 문화와 그렇게 유사한지 얘기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환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이 병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병 치료에 대한 대화도 아주 도움이 되었다. 나는 베트남 사람들과의 교류가 편안하고 즐거웠다.
베트남에서 10년 이상 거주했지만 베트남이 싫다고 말한 M 씨는 내게 이렇게 질문했다.
“베트남은 좋은 점도 있지만 가끔 참 싫다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그런데 베트남이 좋다고 말씀하셔서 참 이해가 안 됩니다. 베트남의 어떤 점이 좋으시다는 건가요?”
“베트남이 좋은 이유를 5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연구할 약재가 많아서 이곳으로 왔고 연구결과 약재의 효과가 좋아서 좋습니다. 두 번째는 베트남에서 체질의학을 연구하고 발전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좋아서 아주 좋습니다. 세 번째는 사시사철 변화 없고 안정된 느낌이 좋습니다. 네 번째는 한국의 복잡한 정치나 경제 상황, 주변의식, 계층별 갈등 등을 안 느끼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다섯 번째는 순박한 베트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고 그들의 문화를 연구하는 것이 재미가 있어서 좋습니다.”
그는 웃으며 내게 물었다.
"그럼 베트남이 싫은 이유는 없나요?"
"아마도 있겠지요. 그래도 좋은 이유가 더 중요하지요. 여기에서 살아야 하니까요. 싫은 이유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나 역시 웃었다. 서로가 아는 싫은 몇가지 이유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여튼 그래도 나는 베트남이 좋다. 이밖에도 베트남이 좋은 이유는 더 있다.
나는 베트남에서 최초의 체질의학 연구가로서 의학적 성과를 거두는 길을 가고 있다. 베트남 9천만 명 인구에 대한 연구가 끝나면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의 인구 6억 6천만 명의 거대한 의료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은 상상이상으로 거대한 규모이다. 베트남은 그 동남아의 주요 중심 국가이며 동시에 한국과의 교역량이 엄청나다. 당연히 이곳은 수많은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어 낯설지 않으며 한국인에게는 편안한 땅이며 희망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