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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젊은 베트남인들의 독특한 문화

한국과 다른 애정표현과 애정 확인의 방법들

by 백승헌 Feb 16. 2023

“베트남 여성들은 기질이 강한 것 같아요? 왜 그렇죠?”

캐나다에서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하기 위해 잠시 호찌민에 온 N 청년이 그렇게 물었다.

그는 베트남 호찌민에서 한국 남자들이 베트남 여성에게 전 재산을 뺏기거나 쫓겨 난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실제 그와 유사한 사건들이 적잖게 들려온다. 

베트남은 모든 법령이 자국민에게 유리하게 적용된다. 게다가 한국인은 베트남어나 영어에 약한 경우가 많아서 법적 대처를 잘할 수 없다. 당연히 법적 분쟁이 일어나면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베트남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베트남 여성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그녀들의 강한 희생정신이나 책임감, 독립심 때문이다. 또 한국식의 인본주의와 달리 냉철한 베트남 사람들의 감정적 이중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탓도 있다. 베트남 여성은 좋을 때와 싫을 때의 모습이 완전히 극과 극이다. 천사에서 악마로 순간적으로 전환되고 뒤끝이 장난이 아니다. 

특히 금전적 이득에 대한 손익계산은 매우 빠르고 철저하다. 조금이라도 돈을 더 주는 직장이 있으면 바로 이직을 한다. 이직률이 매우 높은 이유가 그러한 손익계산 때문이다. 냉혹한 면도 상상이상인 경우가 많다.

베트남의 오래된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은혜는 잊을 수 있지만 원수는 절대 잊지 않고 갚는다.”

섬뜩한 말이다. 그리고 실제 그들은 자존심을 상하게 하거나 모멸감을 느끼게 하면 복수를 단행한다. 오랫동안 전쟁의 참상을 통해 무의식에 잠재된 야성이 그렇게 나타난다. 그러한 점 때문에 호찌민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한국식 다혈질이나 불뚝 성질을 억제하라고 충고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언성이 높아지거나 화를 내는 것을 못 참는다. 그들은 화가 나면 친구를 불러모아 다구리를 준비한다. 베트남인 1명은 힘이 없지만 패거리가 형성되면 죄가 경감되기 때문에 막가파가 된다.

전쟁 통에 싸우거나 화를 내면 총부리를 겨누고 서로 죽일 수도 있다고 느끼는 공포감이 그런 문화를 형성한 것 같다. 그래서 화가 나도 억제를 하고 차분하게 말해야 하고 막말을 해서는 안 된다.

복수라는 형태의 해코지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모계사회 전통과도 관련되어 있다. 과거 수많은 전쟁을 거치면서 여성은 가족과 지역사회를 책임진다는 관념이 뿌리를 내린 영향이다. 남자들은 나라를 위해 싸우고 여성은 가족과 지역사회를 지키기 위해 강해진 것이다.

풍수학적으로 보면 물의 나라인 베트남은 물의 기운인 음기가 강하다. 당연히 모계사회의 특성인 여권이 강력해지면 자연히 그녀들의 기질도 강해지는 것이다. 


베트남 젊은 여성의 철저한 애국심

 나는 베트남 젊은 여성들을 만나면 한 가지 질문을 하곤 한다.

“만약 베트남과 중국과의 전쟁을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신기하게도 그녀들은 다들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한다. 

“총 들고 그들과 싸우러 갈 거에요.”

생각을 하거나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바로 즉답을 한다. 나는 그 대답이 신기해서 열 사람이 넘게 질문을 했다.

예외는 없었다. 그녀들은 총 들고 바로 싸우겠다고 했다.

“전쟁에 나가서 젊은 나이에 죽으면 어떻게 하느냐? 군인들이 있는데 왜 그래야 하느냐?”

이렇게 다시 물으면 그녀들은 더욱 비장하게 이렇게 말한다.

“조국을 위해서 목숨을 바칠 수 있죠. 군인이 있어도 직접 나가 싸우고 싶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남자들에게 같은 말을 하면 그들은 심드렁하게 이렇게 말한다.

“군인들이 잘 싸우겠죠. 우리는 집과 사회를 지켜야죠.”

그 대답에서 알 수 있듯 베트남 여성의 기질은 강하며 그로 인해 사회 활동도 대단히 활발하다.

여성의 사회활동은 동남아에서 최고 수준이며 세계적으로도 높은 비율이다. 아침 출근길의 절반은 여성들이다. 그녀들은 이혼을 해도 애들을 남편에게 보내지 않고 직접 양육한다. 대부분의 가난한 남편들은 양육비를 주지 않고 여성은 혼자서 돈을 악착같이 벌어 자식을 키운다. 

여성의 기질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역사와 사회적 환경이 그렇게 형성되어 있다. 베트남에서 여성들은 베트남 경제와 정치, 사회를 끌고 가는 주요 동력인 것이다.   

   

젊은 베트남 사람들의 카카오톡 사용법

베트남 이전 후에 한의원 인테리어를 할 때의 일이다.

인테리어 사장이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한베 가정이었다. 그런데 카카오톡의 페이스톡을 지나치게 자주 받았다. 또 페이스 톡을 여기저기 비추어가며 일의 진행사항을 보고 했다. 가끔은 나를 비쳐가며 말을 하기도 했다.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 물었다. 

“왜 페이스 북을 할 때 제 얼굴을 비춰가며 말을 하죠?”

그가 겸연쩍은 표정을 하며 말했다.

“집착과 의심이 많아서요. 여기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원장님의 모습을 보여주면 확인이 돼서 그렇지요.”

“꼭 그렇게 해야 돼요. 집이 근처잖아요. 여기 일하시는 것도 아실 터인데, 왜 그렇죠?”

내가 다시 그렇게 물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싸우기 싫어서 미리 페이스 톡으로 확인을 시켜 주는 거죠.”

베트남 여성 전부는 아니겠지만 대부분 그렇다는 말을 들었다. 그 후 베트남 여성과 사귀거나 결혼한 커플들은 대개 페이스톡을 하는 것을 보았다. 여러 번보다 보니 이젠 이해가 되는 편이다.

한국 사람들은 부부 혹은 친구 간에 보턴을 잘못 눌러 페이스 톡이 되면 바로 전환한다. 보이스톡으로 해야 마음이 편하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나 역시 페이스 톡은 싫어하는 편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왜 그렇게 의심하고 확인을 하려고 할까?’

그 이유는 전쟁과 바람기, 열대지방의 더운 열기 때문인 것 같다.  

베트남은 많은 전쟁의 영향으로 남자들이 귀해지며 여성들의 집착이 강해진 듯했다. 그런데다 열대지방 특유의 개방적 성풍조로 남성의 바람기 문화가 많다. 또 더운 열기가 순간적인 열정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 이혼한 베트남 여성에게 물어보면 대부분의 원인이 남성의 외도와 관련이 있다. 남자는 혼자서 외도를 할 수 없다. 반드시 상대 여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 것을 잘 아는 베트남여성들은 당연히 의심과 집착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향은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의심도 많다는 것을 뜻한다. 

메디힐 한의원에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남자친구가 의심과 집착이 강해서 만나면 휴대폰 검사부터 해요. 카카오톡이나 잘로(베트남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SNS), 페이스북을 다 뒤져봐요.”

“왜 그렇게 하지?”

나의 질문에 대해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아마 사랑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예전 여자 친구들이 바람을 피워서 헤어진 경험이 있는 듯해요.”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나는 속으로 어이가 없어서 지나가듯 다시 물었다.

“그러면 카카오 톡으로 전화할 때 페이스톡을 하는 거야?”

“당연하지요. 주변을 보여주어야 해요. 서로 사랑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기본이지요.”

그녀는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서로에 대한 신뢰보다 보아야 믿는다는 것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 젊은 베트남 사람들의 문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베트남 여성의 특이한 애정확인 방법은?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여성이 남성의 뺨을 때린다면 기분이 어떨까?

한국인 남성이라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욕을 하거나 같이 뺨을 내리 칠 것이다. 그러나 베트남에서는 절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베트남 여성의 애정확인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여성은 남성이 너무 좋으면 그냥 때리거나 애정확인을 그렇게 한다고 한다. 한 순간의 돌발적인 아픔도 참아줄 수 있는 사랑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게 뺨을 맞고도 참고 있으면 진정한 자신의 사랑이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베트남 여성의 전부가 그런 사랑확인을 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여성들이 그런 방법을 선호한다.

사랑하는 애인이나 남편에게도 그러한 애정확인을 가끔씩 한다. 

내가 메디힐 한의원의 간호사 둘에게 그 이야기를 베트남어로 말하자 그녀들은 놀란 눈을 하며 물었다.


"박시(의사)가 어떻게 그런 것을 알죠? 그건 외국인은 모르는 젊은이의 문화인데요."


그들은 꼬집고 물고 빰을 때리는 것이 애정표현이며 애정확인이라고 말했다. 그녀들은 차례대로 말했다. 


"가벼운 방법으로는 꼬집기를 해요. 조금 더 심한 것으로는 입으로 물거나 뺨을 때려요. 애인이나 남편이 사랑스러울 때 혹은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이지요."  


"맞아요. 대부분 베트남 아가씨나 신혼의 신부는 그런 애정표현을 해요."


만약 그 애정표현이나 확인에 바로 맞대응을 하면 애정에 적신호가 켜진다고 한다.

만약 뺨을 맞고 바로 세게 맞받아 치면 둘 사이는 완전히 끝난다. 맞받아 때리지 않고 욕이나 때릴 듯한 손동작이나 험악한 표정을 지어도 바로 냉각기가 된다.

언뜻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문화지만 동물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소는 가볍게 들이받아서 애정표현을 하고 개는 가볍게 물며 애정표현을 하지 않은가?

베트남 여성들의 애정 표현이나 확인도 그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꼬집고 물고 뺨을 때리는 것이 야성적 애정표현이고 자기의 사랑임을 확인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예전에 널리 사용했던 애정을 나타내는 표현이 ‘물고 빨고’라는 것이 있다. 이때 '물고'라는 표현이 깨물기와 유사한 의미가 아닐까? 

하지만 여성들의 애정표현이나 확인이 자주 된다면 그건 참 곤혹스런 일이다. 영문도 모르게 꼬집히고 물리며 뺨을 맞으면 기분이 좋을까? 열대 지방 베트남만의  특유한 애정 문화라고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이 독특한 애정표현이나 확인의 문화에 대해 간호사 둘 한테 직접 물어봤다.

“정말 사랑하면 꼬집고 물고 뺨을 때리고 싶은 거야? 그렇게 해 본적 있어?”

“그럼요. 그렇게 해도 화를 안 내고 받아주어야 사랑하는 것 아닌가요? 사랑은 오래 참고 이해하고 헌신하며 봉사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거죠.”

다른 한 간호사는 진지한 표정을 하며 말했다.

"당연히 해 봤어요. 제 남자친구는 웃으며 살살 때려 라고 말해요. 그렇게 말하는 표정이 너무 귀여워요."

그녀들의 말을 들으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하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의 문화라는 측면에서 그냥 이해하고 넘어갈 일이다. 

아프리카나 남미 아마존 오지 등지의 생명이 위험한 성인식 문화에 비하면 가볍고 재미난 문화가 아니겠는가. 만약 베트남 여성과 교제 혹은 국제결혼을 원하시는 분들은 필수적 상식이 될 수 있다. 서로 사귀는 중에 눈에 별이 번쩍하도록 뺨을 맞아도 절대 화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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