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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베트남의 모닝커피 문화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베트남 문화와 특별한 커피 사랑과 남자들의 수다

by 백승헌

“호찌민의 베트남 사람들은 왜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할까요?”

베트남에 거주한 지 10년이 넘는 J 씨가 내게 물었다. 나는 역으로 다시 물어보았다.

“10년 넘게 거주하셨으니, 왜 그런지 아시는 가요 단순 문화가 아니라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새벽 4시부터 6시에 하루를 시작하더군요. 낮에 더우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다른 동남아는 그렇지 않거든요.”

실제 다른 동남아는 그렇지 않다. 말레이시아의 경우는 아침 시작이 매우 느리다.

관공소나 보통 가게는 9시에 문을 연다. 하지만 베트남은 6시부터 문을 여는 곳도 많다. 베트남의 유아원이나 유치원은 워킹맘을 위해 아침 6시면 문을 연다. 학교들은 1교시가 7시부터 시작된다. 출근도 보통 빠르다. 오전 7시나 8시에 출근하는 경우도 많다. 근로시간이 평균 8시간인 것은 한국과 같다. 베트남의 경우 빨리 출근하고 빨리 퇴근한다. 나는 그에게 자세히 설명을 했다.

“베트남 호찌민은 산이 없고 햇살이 뜨겁습니다. 그래서 낮의 열기가 심하면 공기팽창이 되면서 산소가 희박해지면서 산소포화도가 떨어집니다. 산소포화도는 혈중산소농도를 의미합니다. 정상범위는 95~100이며, 90~95는 저산소증증상이 나타나며 90 이하로 떨어지면 저산소증으로 호흡이 힘들어집니다. 보통 사람들이 너무 뜨거우면 ‘숨이 막힌다.’고 표현하는 것이 산소포화도를 나타내는 증상입니다. 호찌민의 경우 산소 공장인 산이 없어서 산소농도가 떨어지고 먼지도 많으며 활동이 힘듧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침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하는 거지요.”

“그런 설명은 처음 듣습니다. 어디에 그런 내용이 나와 있나요?”

논리적인 그는 내가 하는 말에 대해 근거를 원했다.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증상인데도 그는 잘 못 느끼는 듯했다. 나는 다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여기 거주하는 분 들 중에 상당수가 한국에 가면 잠을 잘 잔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 오면 잠을 못 이루고 자고 나도 몸이 찌푸딩하고 힘이 든다고 하죠. 그 이유도 산소포화도와 관계가 있습니다. 일단 여기 지역은 해발이 낮아서 평균 2미터에서 3미터 지역이 많죠. 그 상태에서 뜨거운 햇살로 인해 공기 팽창이 심해지면 산소가 희박해지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산소포화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죠.”

그제 서야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한국 가면 잠도 잘 자고 컨디션이 좋은데, 여기 오면 뭔가 몸이 안 좋은 듯한 느낌이 바로 그 원인이군요. 이해가 갑니다. 제 몸으로 다 느끼고 있으니 잘 알겠네요. 이제야 왜 베트남 사람들이 빨리 하루를 시작하는지 이해가 됩니다.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태국 등 보다 여기가 아침의 시작이 빠르거든요.”

“앞으로 하루를 빨리 시작하세요. 최소 새벽 4시부터 시작하시면 아주 좋습니다.”

그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늘 소화가 잘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한 증세를 호소했다. 처음 내원했을 때 그는 선천적인 지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체질치료를 한 이후 그 증세가 사라졌다. 나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

“선천적인 지병은 없습니다. 증상을 방치하신 것이거나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못하신 겁니다.”

그는 큰 병원과 유명한 한의원을 다 다녔지만 치료가 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 터렸다. 일반적인 치료로 낫지 않는 병은 체질치료가 필수적이다. 그 이유는 체질을 통해 명확한 원리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일찍 일어나는 이유를 명확히 알면 한국 거주민이나 여행객들이 여기 와서 힘들어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유별난 베트남 남자들의 커피 사랑과 아침 수다

호찌민 베트남 남자들은 수다쟁이가 많다.

아침 6시쯤 산책을 하다 보면 동네 골목이나 길거리 카페에 남자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그들은 일제히 길거리 쪽을 보며 커피를 앞에 놓고 수다를 떨고 있다. 그들은 마주 앉지 않는다. 그냥 같은 방향의 다른 곳을 보며 말을 한다.

조금 유명한 카페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찬다. 아침마다 그 많은 카페에 남자들이 북적거린다는 것은 진풍경이다.

한국의 카페 문화와 베트남의 동네 카페 문화는 많이 다르다. 카페가 생활 속의 한 부분이다. 작은 시골 동네나 변두리 지역이라도 다양한 형태의 카페가 있다. 베트남은 프랑스 식민지시대부터 커피생산을 했고 커피 마시는 것은 일상화되어 있는 것이다. 현재 베트남의 커피 생산량과 수출량은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다. 베트남 사람들은 아침 식사 전후 기본적으로 커피를 마신다. 또 일을 하는 틈틈이 또 커피를 마신다. 특이한 것은 비닐에 커피를 포장해서 빨대를 꽂아 마시는 것이다. 그 정도로 커피가 생활 깊숙이 함께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7군의 푸미흥에 살 때 동네 카페에서 자주 커피를 마셨다. 베트남 남자들의 수다가 궁금하기도 하고 모닝커피가 맛있기도 해서였다. 한국과 다른 신기한 풍경이었다. 그 남자들은 왜 그렇게 아침부터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을까? 궁금해서 20년 넘게 호찌민에 거주한 환자에게 물어보았다.

“왜 베트남 남자들이 아침부터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나요?”

“이곳은 대부분 맞벌이 부부지요. 부부가 다 일하지만 부인들은 아침시간이 바빠요. 애들 밥 사 먹이고 아침 7시 전 아이들을 오토바이에 태워 학교에 등교시키고 출근하죠. 하지만 남자들은 출근 시간 동안 여유가 있어 카페로 가서 커피를 마시며 신문도 보고 수다를 떨고 있는 거지요.

그의 대답을 들어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무슨 수다를 떠는지가 궁금했다.

“ 몇 사람씩 모여 수다를 떨기도 하던데요. 남자들이 무슨 수다를 그렇게 많이 떨지요?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건 수다가 아니라 의논입니다. 여기는 건설노동자나 일용직 노동자들이 많아서 그들은 일에 대해 의논할 것이 많아요. 아침에 계획을 세우고 일을 배정하며 여러 가지 업무들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지요. 수다가 아닌 작전회의 같은 거죠. 낮엔 더워서 아무 생각이 안 나니까, 그렇게 하는 거죠.”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들은 자연환경에 맞는 생활의 리듬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남자들의 수다가 아니었다. 덥고 습한 날씨에 맞는 생존 방식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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