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상실증 7. 단순히 뇌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침울한 얼굴로 찾아온 영국 출신의 남성이 있었다,
회색 린넨 셔츠와 구겨진 면바지에 피로에 지친 눈빛이었다. 그는 보니파시오에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스티븐이었다. 그는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제 어머니가… 기억을 잃고 있습니다. 이름도 잊고 오늘이 몇 월 며칠인지도 몰라요. 병원에서는 치매라고 진단을 했습니다. 하지만 약만으로는 점점 나빠질 뿐입니다. 이곳에 기적적인 치료가 이뤄진다는 소문을 듣고 왔습니다. 희망이 있을까요?”
조금 후에 젊은 여성이 노부인을 데리고 왔다. 그녀는 허공을 향해 멍하니 시선을 두고 있었다. 주름진 얼굴에 떨리는 손에 어색한 미소를 희미하게 지었다.
그녀의 이름은 헬렌이었다. 스티븐이 말한 그대로 치매의 증상이 보였다.
그녀는 아들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제가 누구죠, 엄마?”
“… 에드워드?”
“아뇨, 엄마. 전 스티븐이에요. 스티븐, 엄마 아들.”
그녀는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강승운과 최수빈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단순한 치매 초기 증상이 아니었다.
중기 이후로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완전 중증으로 가는데 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
“스티븐 씨, 저희는 몸과 마음, 그리고 기억까지 보는 진료를 합니다.”
승운이 조용히 말했다.
“마음이요?”
“네. 기억의 상실증은 단순한 뇌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장부의 기혈순환, 정신적 충격, 영양과 기의 흐름까지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봅니다. 지금 어머님은 기억을 잃어가고 있지만,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어딘가, 깊은 안쪽에 남아 있어요. 우리가 끊어진 뇌의 회로를 이어서 작용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그것이 가능한가요?"
"임상사례가 없다면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죠. 한의학은 2천 년 이상의 치료 지혜가 담긴 초과학의 영역입니다. 현대의 양자역학으로 보면 모든 원리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진료는 침묵 속에서 진행되었다.
강승운은 헬렌의 손목을 짚고, 느릿한 맥박을 통해 그녀의 체질을 파악했다.
그녀의 외모는 72세의 나이에도 젊어 보였다.
건강하게 보였지만 심장과 뇌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었다.
맥산체질의학에 따르면 그녀는 소양인부체질에 태음인주체질이었다.
폐와 신장의 기운이 크게 약화된 상태였다. 특히 신장의 정(精)은 기억과 인지 능력의 저장소로 간주되기 때문에, 승운은 ‘신기 회복’을 중점적으로 진단했다. 치매의 주원인은 장기능저하였다.
또 그녀의 딱딱하게 굳은 어깨와 자라목이 문제였다. 그것은 뇌로 가는 혈류를 방해하고 있었다. 정확한 진단이 매우 중요했다. 그녀의 치매는 장이 좋아지고 깨끗해지면 머리가 맑아질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어깨와 목이 부드러워지고 풀리면 뇌혈류가 개선될 것이었다.
치매의 치료는 침치료가 주효했다.
기본은 정경침법의 ‘두유’, ‘인당’, ‘풍부’, ‘사신총’ 부위를 했다.
사암침법으로는 수양경대장경의 곡지와 수태양 소장경의 소해를 중심으로 했다.
그다음은 뇌와 연결된 혈자리 노궁과 소부로 심포와 심장의 화기를 빼는 것이었다. 또 호르몬 순환을 위해 수소양삼초경의 액문과 중저를 활성화했다. 마지막으로 폐와 심장의 기운을 강화하는 척택과 소충을 치료했다.
특히 ‘백회혈’과 ‘용천혈’의 동시 자극으로 뇌와 심장의 흐름을 연결시켰다.
이경혈들은 치매 증세를 치료하는 특효가 있었다.
이 치료는 일주일에 2번 이상이 필요했다. 또 체질에 맞는 식사와 특효의 공진단을 복용하면 완치가 될 수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었다.
승운의 기억 속에 선명한 완치의 임상사례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