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체증의 증세 9. 기의 생성과 운행, 혈(血)의 순환의 문제입니다.
얼굴빛이 누렇고 볼이 패인 환자가 찾아왔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체력이 떨어졌다고 느끼고 있었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조차 버거운 날이 많아졌다. 조금만 무리를 해도 손끝이 저리거나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정형외과, 내과, 심지어 정신건강의학과까지 다녀봤지만, 병명은 ‘이상 없음’이었다.
그는 한창 일할 나이의 40대 중반의 김영찬 씨였다.
그는 자신의 몸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
밤새 자도 피곤함이 풀리지 않고 무기력했다.
아침마다 이불속에서 한참을 뒤척여야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일상의 활력이 사라졌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귀찮아졌다.
그런 그가 우연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맥산한의원의 후기를 읽게 됐다.
아내가 건네준 태블릿에서 브런치를 읽어본 덕분이었다.
‘만성체증, 19년 후의 이야기’에 나오는 내용이 자신과 매우 비슷했다.
병원에서 병명이 없으면서도 무기력하며 만성피로를 느끼는 증상이 그랬다.
그는 브런치를 읽은 바로 다음 날 필리핀 보니파시오에 있는 맥산한의원을 찾았다.
“김영호 씨의 경우는 전형적인 만성체증입니다.”
진료실에서 승운은 조용히 설명했다.
“만성체증은 단순한 피로와 다릅니다. 체내 기(氣)의 생성과 운행, 혈(血)의 순환의 문제가 생긴 겁니다. 특히 심장과 폐의 기운이 약해지면 에너지 공급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전신 피로와 무기력이 만성화됩니다.”
진맥에 대해서 설명했다.
“맥은 매우 허하고 부드러우나 오른쪽 척맥은 깊고 느립니다. 이는 폐기허와 기혈부족의 전형적 징후입니다. 전반적으로 비위의 기능이 허하고 심장맥 역시 불규칙적입니다. 이는 부정맥을 나타냅니다.”
승운은 그에게 혀를 내밀어보라고 했다.
“혀는 창백하고 두꺼운 설태가 올라와 있습니다. 식사 후에 속이 더부룩하며 흉협고만도 느껴지실 겁니다. 가슴과 갈비뼈 사이에 뭉툭함과 통증이 미세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아픈 느낌도 가끔 있을 겁니다. 이 증세는 여러 질환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간과 관련된 질환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간기울결의 증세가 많습니다.”
“맞습니다. 저의 증세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심폐나 위장에 별 이상이 없다고 나왔습니다. 몇 번이나 검진을 받았지만 늘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승운은 말없이 따스한 눈빛으로 그를 대했다. 때론 친절한 설명보다 침묵의 눈빛이 더 환자를 위로해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몸이 아픈 환자는 이미 마음이 아픈 것이었다.
아픈 마음을 먼저 어루만지는 것 자체가 우선적 치료였다.
복진을 해도 이상이 느껴졌다.
명치 아래로 냉감이 느껴졌다. 중완이 묵직했으며 하완과 수분혈 사이에 적취증이 있었다.
강원장이 다시 설명했다.
“자율신경계의 밸런스가 무너져 있습니다. 위장기능과 순환계 또한 억제되어 있어 소화와 흡수가 좋지 않습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면역력 저하뿐 아니라, 각종 질환의 뿌리가 될 수 있습니다.”
“아. 그래요. 그런 것 같습니다. 분명히 이상증세가 느껴집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병명이 나오지 않아 늘 의문이었습니다. 병명이 없는데도 아플 수가 있나요?”
“그런 케이스가 많습니다. 만성체증은 병원의 진단으로는 병명이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만성체증이 내 몸을 죽인다.’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그만큼 치료가 어렵고 진단이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는 간절한 눈빛을 하며 말했다.
“이 병명 없는 증세를 치료해 주세요. 활기 넘치고 밝은 모습으로 살고 싶습니다. 친구들을 만나면 병색이 있다느니, 어디 아프냐 하는 소리 듣는 것이 너무 피곤합니다.”
그는 진실로 건강한 몸을 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