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몸과 마음 사이의 빛과 어둠

유럽인들의 건강마인드 7. 그들은 몸이 회복돼도 짐에서 운동하듯 관리하죠

by 백승헌

그날은 비가 내렸다.

수진은 우산을 접은 채로 한의원 문을 열었다.

“비 오는 날이면 항상 더 아팠어요. 기압 탓인지, 기분 탓인지…그런데 오늘은 더 아프지는 않고 여기저기 막힌 듯한 느낌이 뚜렷하게 감지돼요.”

그 말에 승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건, 몸이 예민하다는 뜻이에요. 좋은 신호입니다. 자기 안의 감각이 돌아왔다는 뜻이니까요. 자신의 몸 어느 부위가 막혔는지를 아는 것이 건강한 경락과 신경의 증거죠.”


수진은 그 말에 조용히 웃었다.

“제가 다 낫게 되면 한 가지가 조금 섭섭해요. 이제 여기 오는 것도 줄어들거나 한참 동안은 오지 않을 것 같아요. 건강해지면 여기 더 이상 올 필요가 없잖아요.”

승윤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

“유럽인들의 건강마인드는 합리적이죠. 몸이 완전히 회복되어도 정기적으로 여기를 와요. 그들은 완치를 믿지 않아요. 꾸준히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죠. 그건 건강하지만 짐을 꾸준히 가는 것과 같은 거죠. 루틴하게 정기적으로 침치료를 받거나 한약을 주문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맞는 생각인가요?”

“당연합니다. 몸은 꾸준히 관리할수록 튼튼해지고 미래 어느 순간 갑자기 약화되는 일이 없어요. 유럽인들은 그런 건강관리의 의미를 아는 겁니다. 건강관리는 루틴에 속하는 것이지요.”


수진은 건강관리의 의미를 곱씹었다.

그리고 그를 보며 말했다.

“앞으로 유럽인의 마인드로 꾸준히 건강관리 하도록 할게요. 그들이 테니스를 하듯 짐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듯 그렇게요. 너무 자주 와서 귀찮다고 쫓아내는 건 아니겠죠?”

승윤은 웃으며 말했다.

"몸과 마음 사이에는 빛과 어둠이 공존해요. 허약한 사람이 100세 장수를 누리는 경우도 있어요. 반면에 건강을 자랑하던 사람이 어느 날 암 선고를 받는 경우도 있죠. 절대적인 건강이 없습니다.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거죠."

수진은 자신의 아픔과 지금의 인연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내심으로 생각했다.

‘아프던 날들 속에 있었던 건, 고통만이 아니었다. 그 아픔으로 인해 누군가를 만났고 내 몸과 마음의 대화를 이어갔다. 또 꿈을 찾을 수 있었다.’

실제로 그랬다. 그 아픔 속에 다시 살아나는 참된 자아가 있었다. 어쩌면 앞으로도 함께 있어 줄 누군가가 있었다. 몸의 어둠으로 이어진 마음의 빛이 소중하게 여겨졌다.

그날, 그녀는 우산을 쓰지 않고 여우비를 맞으며 걸었다.

열대의 빗방울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금요일은 진료가 끝나고 나서도, 수진은 종종 한의원에 머물렀다.

조용한 진료실 구석에서 책을 읽거나 침향차를 마셨다. 별 다른 의미 없이 그곳에 머무는 이유는 그 공간이 치유의 쉼터였기 때문이었다.


어느 금요일 늦은 오후엔 느긋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자꾸만 다리 쪽에 찌르는 듯한 작은 통증이 있었다. 참을 수 없어서 다리 주변을 만져 보았다. 그러자 손끝에 차가운 감촉이 스쳤다.

침 하나가 다리 발목 가까이에 남아 있었다. 수진은 승윤이가 곁을 지날 때 말했다.

“여기 침 하나가 남아 있어요. 왜 여기 남겨 두었죠?”

“그건 신장의 기운을 강화하는 복류혈의 침법입니다. 매주 금요일에는 책을 읽는 것을 보고 하나 남겨둔 겁니다. 집중력 높여 주려고 한 겁니다.”

수진이 찡그린 표정으로 웃으며 물었다.

“왜 이렇게 하셨어요? 모르고 그냥 갔으면 어떻게 해요.”

“계속 주시하고 있었어요. 만약 밖으로 나가시면 따라 나가서 빼 드리려고 했습니다.‘

“정말 이 침 때문인지, 한동안 집중을 잘했어요.”

그 말에 승윤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군가가 항상 자신을 지켜보고 관리하며 치료하고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수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은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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