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움직임 6. 혼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파동이 일어나는 거죠.
며칠 후, 수진은 한의원에서 승윤의 작은 메모지를 받았다.
그 안에는 그가 한 말이 멋진 문장으로 적혀 있었다. 그의 영혼 한 조각이 떨어져 나온 듯 따뜻하면서도 절절한 느낌이 전해졌다.
“아프다는 건 내 몸이 나에게 보낸 편지다.”
승윤의 필체는 섬세하면서 반듯했다.
수진은 마치 오랫동안 기다렸던 편지를 받은 것처럼 천천히 음미했다.
“몸은 마음이 못다 한 편지를 쓰곤 합니다.
건강한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이 미처 느끼지 못 한 감정을 표현하곤 합니다.
최근에 저는 몸에서 나에게 보낸 편지를 받아보고 있어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어떤 감정에 관한 겁니다.
저는 의사로서 당신을 치료하며 완전한 회복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몸에서 보낸 그 내밀한 사연들은 다 알 수는 없습니다.
나는 며칠 전 그 커피 한잔의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합니다.
당신이 여기 찾아주셨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당신이 꿈을 찾아가는 것이 제가 치료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입니다. 이제 앞으로 당신의 마음을 보고 싶습니다.”
그날 수진은 침술치료 중에도 눈을 감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사람은… 내 아픔을 지나, 내 마음을 보려고 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왜 갑자기 내 마음을 읽고 싶어 할까?’
그 감정은 조용한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다.
어떻게 설명할 수도 없는 무수한 감정의 아지랑이가 피어나고 있었다. 수진은 애써 냉정을 찾고 자신을 다스리려고 했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감정이 그녀 안에서 솟아났다.
맥산한의원의 침술과 한약, 음악과 침향. 그리고… 승윤의 눈빛이 만들어낸 변화였다.
한 달 후, 수진은 이메일을 받았다.
국내의 출판사 대표가 그녀의 글을 보고 기획 제안을 한 것이었다. 온라인에 게재된 그녀의 글은 엄청난 반응이 있었다.
그것을 주시하던 출판사 대표가 제의를 한 것이었다.
“치유 에세이를 출판하면 좋겠습니다. 일기 형식으로 쓴 글들이 너무 마음에 와닿습니다. 네가 겪은 회복의 과정을 담아서.”
놀라웠다. 자신이 쓴 글이 누군가에게 닿고 마음을 움직였다.
수진은 꿈꾸던 기회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날 밤, 수진은 승윤에게 메일을 보냈다.
“오늘은 두 번째 생일 같은 날이었어요. 제 안에 ‘살고 싶은 나’가 다시 깨어났어요. 내 몸이 보내는 편지를 받은 실감이 나요. 또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어렴풋이 느껴요. 아직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알아요. 언젠가는 투명하게 느껴질 거예요. “
그녀는 첨부파일로 온라인 글의 원고지 10장을 함께 보냈다.
제목은 “몸이 나에게 보낸 편지”였다.
승윤은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에 다음 진료 날, 작은 메모와 함께 차를 건넸다.
“오늘 차는 침향(沈香)이에요. 긴장을 풀어주고, 기운을 아래로 내려줘요. 한 사람의 마음이 움직여진다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또 다른 누군가가 지켜보는 것이 작은 파동으로 전해지는 것입니다.”
수진은 고개를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침향차에서 피어나는 향기 속엔 또 다른 누군가의 향기가 더해져 있는 느낌이 들고 말보다 깊은 배려가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