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치료를 위한 몸의 휴식과 회복

꿈의 기록 4. 마음은 변할 수 있지만 몸은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by 백승헌

치료를 받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수진은 조금씩 달라진 자신을 발견했다. 더 이상 고개를 떨구지 않았다. 일에 더욱더 집중을 하는데도 체력이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수진은 몸이 좋아지자 무엇보다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보고 싶어요. 굉장한 체력이 요구되는 일이거든요. 할 수 있을까요?”

수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승윤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꿈은 몸에 기록됩니다. 마음은 변할 수 있지만 몸은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상처의 회복처럼 잊어버린 꿈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회복이 됩니다. 꿈은 사라지지 않는 그리움 같은 거죠. 당신이 그 꿈을 진실로 믿은 순간이 있다면 몸에 기록이 남아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것도 사실은 몸과 마음이 모두 회복되었다는 것을 뜻해요.”


수진은 그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의 뜻은 제가 할 수 있다는 거죠?”

“너무나 당연한 겁니다. 몸이 회복되면 마음이 다시 피어나죠. 글을 쓰는 것이 꿈이었다면 비금 당장 바로 시작하세요. 아주 잘 되실 겁니다.”

수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처음으로 웃었다.

마치 웃음을 잃어버린 소녀가 어느 날 불현듯 다시 웃음을 찾은 것만 같았다.


한의원에 가는 날이면, 수진은 ‘몸이 쉬는 기분’을 느꼈다.

진료실에 들어서면 언제나 백단향 냄새가 은은히 감돌았다. 그곳은 늘 한결같은 승윤의 차분한 인사를 들을 수 있었다. 승윤은 늘 그녀의 기분부터 물었다.

“오늘 기분은 어때요?”

“꿈을 많이 꿨어요.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기억 안 나요. 자고 일어나면 마음이 어지럽고, 뭔가 불안한 느낌… 그런 것이 좀 있어요.”

승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간열이 아직 조금 남아 있는 상태일 겁니다. 간은 감정을 저장하는 장기입니다. 억눌린 감정이 풀릴 때 꿈으로 올라오기도 하죠.”

그날의 치료는 감정 안정과 자율신경 완화를 위한 침 치료였다.


한의학적 원리로 보면 감정은 심포경이 주관했다.

놀부심뽀는 놀부의 심포를 의미하는 의학적 용어였다. 놀부의 심포가 막히거나 불안정하면 못된 성정을 나타낸다는 것을 뜻했다.

'그 사람 심뽀가 나빠'

'무슨 심뽀가 그래.'

이런 말은 비뚤어진 감정을 나타냈다.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이나 과거의 트라우마에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심포의 문제가 있었다.

승윤은 사암침의 심포정격을 중심으로 내관(內關), 신문(神門), 삼음교, 중완혈 등에 자침 했다.

이어 소화기계를 회복하는 족삼리와 해계, 태백과 공손도 치료를 병행했다.

침의 기운이 퍼지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승윤은 조심스럽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몸은 기억보다 빠르게 회복하지만, 마음은 천천히 따라옵니다. 기다려야 해요.”

수진은 그 말을 듣고 장난스럽게 물었다.

"마음이 언제 회복되는지는 어떻게 알아요?"

"그건 마음이 회복되었다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됩니다. 마음은 오토메틱이라서 한순간 저절로 깨닫거나 알게 된다는 거죠. 몸가면 마음이 가는 원리가 그렇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편안한 상태에 들어갔다.

수진은 자신이 지금 ‘몸의 휴식과 회복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 수진은 마음이 놓이면서 아득하게 몸이 떨어지며 잠 속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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