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치료의 원리 5. 속도와 리듬으로 경락을 뚫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치료 후 수진은 한의원 근처 스타벅스에 가는 습관이 생겼다.
그곳에서 책을 읽거나 일기를 썼다. 치료 후 마시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의 느낌이 참 좋았다. 몸이 회복되며 머릿속이 맑아지는 시간을 즐기는 것이었다.
그날도 그녀는 일기장을 쓰고 있었다.
‘누가 나를 다시 삶으로 불러내는 느낌이다. 나는 어디인지 모를 소용돌이 속으로 끌려들어 가는 것 같다. 아주 천천히 내게 희미한 실루엣이 다가온다. 나는 느끼지도 못할 사이에 어떤 감정에 휘말리는 것은 아닐까? 그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최근의 그녀가 실제 느꼈던 감정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고 기대치도 없었다. 그런데도 무엇인가 자신의 마음이 가벼워지고 어디론가 쏠려가는 느낌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수진은 그 대상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완고한 가부장적 집안에서 자란 탓에 감정을 한 곳에 둘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그 생각에 빠져 있는 순간, 누군가 그림자처럼 다가왔다.
흰 셔츠에 짙은 청바지를 입은 승윤이었다.
“여기 계시는 것을 자주 봤어요. 오늘은 바람이 이쪽으로 부네요. 혹시 커피 한잔 하며 대화를 나눠도 될까요? 괜찮으세요?”
수진은 잠시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자리에 앉자 수진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 앉아 있는 것을 자주 봤다는 것이 신기하네요. 저를 아는 누군가가 멀찍이서 저를 보았다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쑥스러워요."
"앉아 계시는 창가 쪽이 지나는 사람에게는 잘 보입니다."
그녀가 웃으며 말하자 수진도 따라 웃었다.
둘은 조심스럽게 앉아 커피를 마셨다.
처음엔 어색했다.
분위기가 자유로운 곳에서의 첫 만남이 편치는 않았다.
하지만 책과 음악, 치료 얘기로 대화는 이어졌다.
“저는 치료할 때 클래식을 틀어요. 환자들도 치료에 도움이 돼요. 소리에도 진동이 있고, 그게 몸의 파동과 어울리면 회복이 빨라지거든요.”
“그래서 그랬군요. 침 맞을 때 들리는 첼로 소리… 묘하게 안정을 주더라고요. 그것이 치료의 일부인줄은 몰랐어요. 실제 도움이 되나요?”
"음악은 치료에 영향을 미칩니다. 음악은 속도와 리듬으로 경락을 뚫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폐 경락이 막힌 사람은 슬픈 음악을 좋아하고 심장 경락이 막힌 사람은 헤비메탈 같은 높은 음악을 좋아합니다. 음악은 실제적 치료효과가 있습니다."
처음으로 두 사람 사이에 치료를 넘어선 ‘대화’가 오고 갔다.
긴장했던 수진의 어깨가 처음으로 풀어졌다. 극도로 피곤한 늦은 밤 욕조 속으로 쑤욱하고 빠져들며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이완되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