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의학의 힘 2. 침을 맞아도 아프지 않고 효과도 아주 빠르고 좋아
승윤은 맥을 짚고, 복부를 가볍게 누르며 복진을 했다.
혀를 살펴보며 설진을 했고, 손톱과 눈빛까지 관찰한 그는 조용히 말했다.
“기혈이 전반적으로 막혀 있어요. 특히 간과 비장, 그리고 신장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어요. 기운이 위로만 뜨고, 아랫배는 텅 빈 느낌. 밤에 잠 못 자고, 배도 자주 아프셨을 겁니다.”
수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말하지 않아도 그녀의 몸을 느끼고 아는 사람 같았다.
수진은 그것만으로도 뭔가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기본 침 치료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치료실 안, 수진은 엎드린 자세로 누워 침대에 몸을 맡겼다.
승윤은 침을 조심스럽게 꺼내 들었다.
“간정격을 중심으로 해서 견정혈, 견우혈, 천종, 대장경을 따라서 자침 하겠습니다. 호흡은 깊고 길게 하시고 힘주지 말고요. 아프지 않으니까, 두려워하지 마세요.”
첫 침이 들어갔다.
통증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묵직한 감각이 어깨를 타고 퍼졌다. 놀랄 정도로 선명한 느낌이었다.
침이 들어갈수록 몸이 따뜻해졌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침 치료가 이어질수록 수진은 점점 자신의 몸이 낯설게 느껴졌다.
분명히 아팠던 곳이 이제는 시큰거릴 뿐이었다. 늘 잠기던 가슴은 조금씩 풀어졌다.
그녀는 침대 위에서 처음으로 ‘이완’이라는 것을 느꼈다.
승윤이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득기 반응이 아주 빨라요. 예민하면 효과가 더욱 좋아아요.”
“기운이 돌아요. 지금 갑자기 몸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어딘지 바람이 빠진 타이어처럼 에너지가 부족한 것이 느껴져요.”
그는 에너지 강화를 위한 한약을 권했다.
위장과 간을 다스리는 청간탕을 기본으로, 황기·백출·복령·감초가 첨가된 탕약이었다.
그녀는 처음엔 두려웠지만 건강회복을 위해 결정했다.
“제가 아주 예민해서 건강식품도 잘 못 먹어요. 참고해서 잘 지어주세요.”
“잘 알고 있습니다. 체질에 맞는 한약은 밥을 먹는 것과 같이 편안합니다. 몸이 약한 사람은 영양에너지의 충전이 아주 빠릅니다.”
그의 말을 듣고서도 수진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약을 마신 다음 날 아침에 왠지 기분이 좋았다.
힘이 나는 느낌이 들며 속이 편했다.
3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수진은 속이 더 이상 불에 덴 것처럼 아프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갑자기 신비의 샘물이라도 마신 듯 힘이 나는 느낌도 들었다.
수진은 친구 지혜를 만나서 말했다.
“네가 한의원 가보라고 해서 가봤어. 정말 신기했어. 전통 한의학이 아니라 현대 한의학의 힘인 것 같아. 침을 맞아도 아프지 않고 효과도 아주 좋아. 뭐라 말할 수 없이 상쾌해. 고마워.”
“우리 언니도 속이 늘 더부룩하다고 했어. 병원에 가서 주사와 약으로 치료해도 별 효험이 없었어. 그때도 그 맥산한의원 가서 완전 몸이 좋아졌잖아.”
“아. 그랬어? 정말 용한 것 같아.”
“여기 마닐라는 한국인의 체온과 잘 맞지 않은 날씨잖아. 쉽게 기력이 빠지고 피곤하잖아. 그렇게 힘없고 늘어질 때, 보약을 먹으면 바로 회복이 된다고 하더라.”
수진은 그녀의 말을 듣고서야 안심이 되었다.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늘 힘들고 피곤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몸과의 대화를 통해서 에너지를 충전해야 한다는 것을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