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건강은 운명의 바탕이다

괘상주역으로 보면 체질과 운명은 교차점이다.

by 백승헌

이렇게 복잡한 이미지는 어떻게 괘상을 잡을까? 이문제는 어렵지 않다. 단순하게 착상하면 쉽다.


괘상주역에서 생명에너지는 무엇인가?

고서에 보면 “命者,生之本也(명자는 생지본야)”라는 구절이 있다.

운명은 곧 삶의 근본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 명(命)이란 하늘이 정한 굳건한 틀이 아니다. 생명의 기운이 펼쳐지고 순환하는 패턴, 즉 기(氣) 의 흐름을 가리킨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체질로, 주역에서는 괘상으로 읽어낸다. 결국 체질이란 개인의 생명 괘상이며, 괘상은 곧 그 사람의 건강과 운명을 드러내는 상징적 지도라 할 수 있다.


건강은 괘상으로 보면 조화의 법칙

주역의 64괘(卦)는 모든 변화를 여덟 가지 기본기(乾坤震巽坎離艮兌)의 조합으로 해석한다.

그중 乾(건) 은 하늘의 양기이며 창조와 생명의 원동력, 坤(곤) 은 땅의 음기이다. 수용과 생육의 근원이다. 한의학으로 치면 건(乾) 은 신체의 발산적 에너지, 즉 양적 대사(代謝)에 해당한다. 곤(坤) 은 저장과 회복, 음적 영양의 원리를 상징한다. 인체의 건강은 이 두 힘이 조화될 때 완성된다.


예컨대 괘상으로 보면 乾上坤下(天地否卦) 는 하늘의 양기와 땅의 음기가 불통하여 막힌 형국이다.

이는 사람으로 치면 기혈이 불통(不通) 하거나, 정신과 육체가 따로 노는 상태와 같다. 반면 坤上乾下(地天泰卦) 는 음양이 서로 감응하여 생기가 도는 괘로, 마치 인체의 장부가 조화롭게 작용할 때의 건강한 상태와 같다. 이처럼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내면의 괘상이 ‘泰卦(태괘)’로 흐르는 순간이다. 따라서 건강을 잃는다는 것은 괘상의 균형이 깨지고, 기의 흐름이 어긋난다는 뜻이다.


체질은 기의 패턴이 만든 개인의 괘상

한의학에서는 사람마다 타고난 기의 구조가 다르다는 전체는 체질이다.

괘상으로 보면 태음인은 진괘와 풍괘의 성질이 강하다. 목의 기운이 강하여 정체되면 쉽게 담(痰)이 쌓이고 순환이 막힌다. 반면 소양인은 곤괘와 산괘의 기운이 많아, 토의 힘이 강하며 활동적이지만 수기가 부족하여 지치가 쉽다.


이를 예로 들어보자. 한 태음 체질의 사람은 늘 성실하고 느긋하지만,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쉽게 비만과 고혈압이 온다. 이는 진괘의 목기운이 소진되어 정체의 괘상이 그의 내면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반면 소양 체질의 사람은 열정이 넘치고 추진력이 강하지만, 수기운이 부족하여 쉽게 지치거나 중도포기가 일어나기 쉽다. 이는 토의 기운이 강하여 활동성이 지나쳐서 수기가 약화되기 때문이다.


체질은 곧 타고난 괘상이다. 그러나 주역의 진리는 고정이 아닌 변화(變)에 있다. 괘는 끊임없이 변한다. 건강 또한 그렇다. 사람은 자신의 체질을 알면, 어떤 괘가 자신 안에서 쉽게 치우치는지, 언제 否卦(비괘) 로 기운이 막히는지를 미리 감지할 수 있다. 그러면 음식, 휴식, 마음의 방향을 조정하여 다시 泰卦(태괘) 로 돌아갈 수 있다. 즉, 체질을 아는 것은 운명을 바로잡는 첫걸음이다.


운명은 건강의 괘상에서 읽는 생명의 리듬

운명이란 외부의 별자리나 하늘의 명령이 아니다.

내 안의 기가 세계와 어떻게 공명(共鳴)하는가 의 문제다. 주역은 “天人合一(천인합일)”을 말한다. 하늘의 운행과 사람의 생명은 하나의 리듬 속에서 진동한다. 사람의 기운이 자연의 주기와 맞아떨어질 때, 삶은 순조롭다. 그러나 내면의 괘상이 자연의 흐름과 불화할 때, 병이 생기고 일이 어그러진다.


예컨대 봄은 목(木)의 기운이 자라는 시기이므로, 이때는 간(肝)의 기운이 왕성하다. 만약 태음인체질이 봄에 매운 음식과 술을 즐기면 위험성이 있다. 불의 기운이 목을 타고 번져 간화(肝火)가 치솟는다. 그 결과 분노가 늘고, 잠이 줄며, 심하면 간 기능에 이상이 온다. 이는 하늘의 시운과 개인의 괘상이 서로 상극(相剋)한 예다.


반면 소음인체질은 늘 예민하고 피로에 시달리다가도 여름에는 건강해진다. 햇빛을 많이 받고 땀을 내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이는 내면의 坎卦(수의 괘) 가 열(熱)을 만나 균형을 찾는 과정이다. 괘상이 바뀌면서 기가 통하고, 그 순간 운명도 밝아진다. 건강이 회복되면, 운의 흐름도 저절로 순해지는 까닭이다.


주역에서 말하는 元亨利貞(원형이정) 은 인간의 운명을 움직이는 네 단계다. ‘元’은 생명의 발아, ‘亨’은 기의 통달, ‘利’는 그 기운이 세상과 어우러지는 순간, ‘貞’은 다시 스스로를 돌아보며 조율하는 단계다. 이는 곧 건강의 순환이기도 하다. 체질을 알고 기의 흐름을 따라 조화를 이루는 삶은, 결국 이 네 단계를 따라 자연의 운명과 발을 맞추는 길이다.


괘상주역 임상사례

스페인의 45세 남성이 만성 피로와 우울을 호소하였다.

체질은 태음형으로, 간기울결과 담적이 심했다. 맥은 완(緩)하되 침(沈)하였고 얼굴빛은 창백했다. 이는 간의 기가 상항하고, 폐의 기가 막히고 위장의 기가 약화된 천지부괘 형상이었다. 치료는 맥산침법으로 간의 기운을 내려주고 폐와 위의 기운을 보해주는 사암침법과 신경침을 사용했다.


맥산처방으로는 기의 순환을 돕는 청간소요산 계열의 특효제였다. 또한 생활처방으로 아침단식을 하도록 하고 새벽 산책 1시간을 병행할 것을 권유하였다. 1개월 뒤 맥이 부드럽게 오르며 얼굴에 윤기가 돌았다. 내면의 괘상이 地天泰卦(태괘) 로 전환된 것이다. 그는 “몸이 편하니 일이 술술 풀린다”고 말했다. 건강이 바뀌니 운명의 흐름도 함께 변하였다. 건강이 호전되면 운이 좋아진다는 것을 나타내는 실례였다.


괘상으로 읽는 ‘몸의 운명학’

건강은 단지 육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운명의 기반이자, 하늘과 나를 잇는 다리이다. 주역의 괘상은 내면의 기운을 상징하는 지도이고, 한의학의 체질론은 그 괘상을 해석하는 언어이다. 둘을 함께 읽을 때 우리는 깨닫는다. 운명은 하늘이 정한 것이 아니다. 내 몸의 괘상이 만들어내는 생명의 리듬 이다. 따라서 건강을 지키는 일은 단순히 병을 예방하는 것보다 자신의 운명을 다스리는 일이 된다. 그것은 맥산침법으로 두뇌와 내장의 조율을 하면 운세가 바뀌는 원리와 일치한다. 몸의 운명학은 인간이 만드는 것이다. 마치 주역의 괘가 끊임없이 변화하듯, 우리의 체질도, 운명도, ‘조화의 괘상’을 향해 끝없이 변해가야 한다. 그리하여, 진정한 건강이란 몸과 마음이 하나의 괘로서 자연의 흐름과 호흡하는 상태 즉, “태괘(泰卦)의 삶”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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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ut3oUfUPCqI?si=TOn0NQDH7Q5eq-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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