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실패는 나를 강하게 단련한다

괘상주역과 체질의 통찰로 내면을 단련하라

by 백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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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무슨 괘상일까? 괘상주역으로 보면 지극히 쉽고 간단하다. 이 이미지가 상징하는 것이 어쩌면 자신이 원하는 브레인 스토밍같은 단련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실패는 덜어냄에서 시작되는 변혁

주역 육십사괘 중 손괘(損卦)는 ‘덜어냄’을 상징한다.

겉으로 보기에 손실(損)은 곧 실패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주역은 역설적으로 말한다. “손하면 이익이 있고, 이익하면 손이 있다(損益盈虛之理).” 즉, 실패는 사라짐이 아니라 전환의 예비다. 가지를 쳐낸 나무가 다시 자라듯, 덜어내는 과정 속에서 내면의 뿌리가 더 깊어지는 것이다.


이를 체질의학적으로 본다면, 실패는 체질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진단 과정과 같다. 태양인은 기운이 위로 치솟아 실패를 조급함으로 겪고, 소음인은 지나친 신중함이 기회를 놓치게 한다. 그러나 손괘의 이치는 양극을 조절함에 있다. 즉, 실패란 기혈의 막힘을 뚫는 침(針)과 같다. 한순간의 통증은 있지만, 그 통증이야말로 막혀 있던 경락을 소통시킨다.


가령, 사업의 실패를 겪은 한 태양인은 처음엔 좌절했으나, 그 손실의 경험이 그를 더 낮추어 타인의 의견을 듣게 만들었다. 그의 체질적 과열은 손괘의 덜어냄을 통해 식히는 방향으로 작용했고, 그는 다시 새로운 사업에서 조화를 이루었다. 이처럼 실패는 ‘내 체질의 과잉’을 스스로 절제하도록 만든다. 손(損)은 단순한 잃음이 아니라, 나를 가볍게 만드는 정화의 과정이다.


성장은 받아들임을 통한 내면 확장

성장은 손에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덜어낸 자리가 공허해질 때, 주역은 ‘곤괘(坤卦)’를 제시한다. 곤은 대지의 상징이다. 하늘이 창조한다면, 땅은 그것을 받아들인다. 실패 이후의 성장은 곧 받아들이는 능력의 확대다. 한의학적으로 곤괘는 비(土)의 기운과 통한다. 소양인이 실패 후 곧장 새 시도를 반복하는 것은 화(火)가 아직 식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곤의 덕은 기다림이다. 흙은 씨앗을 품되, 때를 서두르지 않는다. 실패 후 곧바로 일어서려는 조급함보다, 흙처럼 스스로를 가라앉히는 인내가 성장의 기반이 된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학문적 좌절을 겪은 한 연구자가 있다. 그는 논문이 거듭 거절당하자 처음에는 분노했다. 하지만 이후 곤괘의 이치를 따라 “받아들임”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자신의 연구 관점을 완전히 바꿔, 이전에 무시했던 주변 학문을 흡수했다. 그 결과, 그의 연구는 폭넓은 시야를 얻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정받았다.


그의 실패는 그를 땅처럼 넓게 만들었다. 곤괘의 덕은 순종(順)이며, 순종은 단순한 복종이 아니라 ‘받아들임을 통해 스스로를 키우는 지혜’다. 실패에서 성공으로 돌아옴이 곧 진보다. 실패의 마지막 단계는 교훈이다. 주역에서 교훈의 괘는 복괘(復卦)로 표현된다. ‘복(復)’은 돌아옴을 뜻하지만, 단순한 회귀가 아니다. 원점으로 돌아가되, 한 바퀴의 경험을 거친 후의 귀환이다.


복괘의 괘상은 지뢰복(地雷復) — ‘땅 속에서 우레가 울리는 형상’이다. 조용히 보이지만, 그 속에는 거대한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다. 즉, 교훈은 내면의 번개다. 실패를 통과한 자만이 듣는 우레의 소리이다. 한의학적 시각에서 보자면, 복괘는 인체의 신(腎)과 관계한다. 신은 생명의 근원으로, 모든 회복과 재생의 뿌리다. 실패 후의 교훈은 바로 이 신의 작용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만든다. 신의 기운이 약한 사람은 쉽게 절망하고,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 그러나 실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반성한 이는, 오히려 신기를 단련하여 더 강한 생명력을 얻는다.


괘상주역 임상사례

40대 초의 미국인 남성이 만성 피로와 불면, 소화 장애로 내원하였다.

그는 사업 실패 이후 불안과 분노로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의학적으로는 태양인의 과열과 기허(氣虛)가 함께 나타난 상태였다. 진단 결과, 심화(心火)가 위로 치솟고 비기(脾氣)가 소모되어 순환이 막혀 있었다. 괘상주역으로 보면 산택손괘로 산의 비기가 택의 대장기운에 손상되어 있는 상태였다.


치료는 손괘의 원리에 따라 ‘덜어냄’에서 시작하였다. 맥산침법으로 과열된 양기를 식히며 비기의 습열을 내렸고 상심한 심신을 안정하기 위해 심포정격을 처방했다 특히 무의식적 분노를 삭히기 위해 신경침으로 뇌닫힘을 열어서 안정을 시켰다. 생활처방으로는 아침단식과 명상을 병행하게 하여 내면의 과잉을 비웠다. 맥산처방으로는 고암심신환 계통의 특효제를 권유했다.


그 결과 그는 차츰 몸이 회복되며 감정의 수용폭이 넓어지며 스스로를 단련했다. 석 달 후, 그는 복괘의 변화처럼 점차 기운을 되찾고 마음의 안정과 명확한 통찰을 얻었다. 실패의 경험이 체질을 단련시키는 과정이 된 것이다. 그치료를 깃점으로 그는 좌절과 배척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실패는 곧 귀환의 기운”이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실패를 단련하는 방법은 지뢰복의 원리에 나와 있다.

아무리 실패를 해도 매번 다시 돌아오며 그 돌아옴 속에서 한 단계씩 단련이 깊어진다. 복괘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돌아오는 자만이 진보한다.” 실패를 교훈으로 삼는다는 것은, 단순히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나의 근본으로 귀환하는 일이다. 실패를 통해 우리는 본래의 자리 — 나의 체질, 나의 본성, 나의 길로 돌아간다.


실패는 역(易)의 근본이다

주역의 이치는 끊임없는 변화(變)와 순환(循)에 있다.

덜어냄(손損), 받아들임(곤坤), 돌아옴(복復)의 세 괘는 실패의 세 얼굴을 보여준다. 한의학 또한 병의 원인을 제거하고 기운의 순환을 회복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 연후에 본래의 생명력을 되찾는 과정을 통해 치료를 완성한다. 결국 실패는 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기운의 순환을 재정비하는 ‘역(易)’의 작용이다.


손괘가 나를 정화하고, 곤괘가 나를 성숙하게 하며, 복괘가 나를 단단히 만든다. 실패는 단순히 멈춤이 아니다. 내면의 괘상이 다시 짜이는 순간이다. 그러므로 실패는 나를 단련하는 가장 정직한 스승이다. 그것은 나를 덜어내고, 받아들이게 하며, 다시 돌아오게 한다. 그리고 그 귀환의 끝에서 비로소 나는 ‘성찰하는 나’가 되며 자신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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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이 주역공부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https://youtube.com/shorts/2VkM0-u_m24?si=q1RUcTwMXikx6d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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