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상주역과 체질별 기회 활용으로 위기를 전환할 수 있다.
얼음판위에서 머리를 감싸고 있는 것은 무슨 괘상일까? 이 괘상을 통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라.
괘상주역에서는 변화를 괘(卦)로써 드러내며 다양한 상을 나타낸다.
반면에 체질의학에서는 *기(氣)*의 순환으로 설명하며 개별적인 다양성이 존재한다. 괘와 기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지만 그 본질은 같다. 한순간의 ‘변(變)’이 곧 새로운 질서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괘상주역과 체질의학에서의 변화는 위기(危機), 기회(機會), 전환(轉換)으로 나타난다. 이는 괘상이 변화하는 찰나와 인간의 체질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변수로 드러난다.
‘위기’란 단어는 ‘위험(危)’과 ‘기회(機)’가 한 몸을 이룬다.
주역의 괘상 중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괘가 ‘곤괘(坤卦)’에서 ‘복괘(復卦)’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곤괘는 땅의 순종과 받아들임을 뜻한다. 육효가 모두 음(陰)으로 가득하니, 세상은 어둡고 기운은 아래로 가라앉는다. 겨울의 극점, 만물이 얼어붙은 듯한 시기이다. 그러나 바로 그 끝에서 하나의 양효(陽爻)가 다시 돌아온다. 그것이 복괘의 시작이다. 주역은 이를 두고 “일양이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때”라 한다. 위기란 바로 이 ‘양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되, 이미 태동하고 있는 순간’이다.
체질의학적으로도 이러한 변화의 시점은 흥미롭다.
사람의 기운이 가장 약해 보이지만, 실상은 깊은 곳에서 새로운 생기가 움트는 때이다. 체질적으로 태음인은 이 시기, 내부의 기운을 보존하는 데 탁월하다. 겉으론 고요하나 속에서는 회복의 에너지를 축적한다. 그러나 소양인은 이 정체의 기운에 답답함을 느끼며, 조급히 벗어나려 한다. 이때 소양인은 ‘기운이 막혔다’는 위기를 체험하지만, 그 막힘이야말로 새로운 돌파의 씨앗임을 알아야 한다. 위기의 정체는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 다음 괘로 넘어가기 위한 정지動의 시간이다.
주역의 괘 중 ‘태괘(泰卦)’는 하늘(乾)이 아래에, 땅(坤)이 위에 있는 형상이다.
이는 상하가 통하여 만물이 소통하는 상태, 즉 기운이 가장 활발히 오르내리는 시기이다. 그러나 태괘의 지속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다음은 ‘부괘(否卦)’로 전환된다. 하늘이 위로, 땅이 아래로 돌아가면서 교류가 끊긴다. 태의 절정에서 이미 비의 씨앗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곧 ‘기회’의 본질이다. 기회란 외부 환경이 밝고 순조로울 때 오는 것이 아니라, 그 밝음이 꺼지기 직전, 변화의 축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순간에 있다.
체질의학적으로 말하자면, 인체의 기(氣)가 상승에서 하강으로 바뀌는 교차점이다.
이때 소음인은 자신의 내면을 살펴 안정된 호흡으로 균형을 잡을 때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반면 태양인은 기운이 한쪽으로 치우치기 쉬워, 태괘의 호기(好機)를 ‘무한 확장’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기회는 확장보다 균형에 있다. 주역의 ‘중(中)’의 도리, 즉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시점이 바로 기회의 문턱이다. 위기와 기회의 차이는 괘상의 전환점을 읽어내는 감각, 즉 ‘기(機)’를 잡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전환’의 시점은 주역의 64괘 중에서도 가장 역동적인 괘에서 나타난다.
‘화수미제(火水未濟)’에서 ‘수화기제(水火旣濟)’로 넘어가는 구간에 잘 드러난다. 미제(未濟)는 불이 위에 있고 물이 아래에 있어 서로 어긋나 있다. 아직 일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이다. 반면 기제(旣濟)는 물이 위로, 불이 아래로 위치하여 음양이 조화된다. 그러나 주역은 말한다. “기제는 곧 미제로 돌아간다(旣濟則反未濟).” 완성의 순간이 곧 다시 미완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전환은 일직선의 발전이 아니라, 순환의 고리다.
미완과 완성은 순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환을 통해 변화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체질의학적으로도 인체의 기혈(氣血)은 끊임없이 승강(升降)과 출입(出入)을 반복한다.
삶의 운세 또한 인체와 마찬가지로 상승과 하강의 리듬 속에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리듬을 타는 것’이다. 체질적으로 태음인은 전환기에 안정된 호흡과 느린 결단으로 변화를 자기화한다. 반면 소양인은 빠르게 대응하지만, 때로는 성급함으로 인해 기회를 흘려보내기 쉽다. 소음인은 내면의 균형을 유지하며 전환의 속도를 조절할 때 가장 강한 회복력을 보인다. 결국 체질이 다르듯, 전환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 그래서 전환의 시기에 변화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힘이 중요한 것이다.
40대 초반 폴란드 남성이 불면과 소화불량으로 내원했다.
그는 소양인체질로 진단되었으며, 외향적이고 추진력은 강했다. 그러나 주재원으로 베트남에서 생활하는 내내 변화 앞에서 불안을 크게 느끼는 유형이었다. 진단 당시 그의 기운은 상부로 치솟아 흉민(胸悶)과 불면이 심했다. 하초의 기운은 허약해서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성적 기능이 저하된 상태였다. 그는 종합적으로 위기를 느낀다고 했다. 폴란드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그는 불면과 소화불량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했고 성기능 회복도 간절히 원했다. 괘상주역으로 보면 지뢰복이었다. 상괘의 위장과 하괘의 간장이 언밸런스 상태로 나타났다. 처방은 맥산침법으로 간정격으로 간기능을 회복시켜 주고 위장과 담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었다. 맥산처방은 청열안신(淸熱安神) 계열로 특효제를 지어주었다. 2개월 후 그는 안정된 마음으로 베트남 생활이 즐겁다고 했다. 위기의 순간을 전환하여 ‘기회의 재배열’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몸이 회복되자 그의 양기(陽氣도가 되살아나서 행복하다고 했다.
위기와 기회는 하나의 괘상 안에서 숨을 쉰다
주역의 괘는 변화를 예언하지 않는다. 다만 변화의 방향을 보여준다.
위기의 끝은 곧 기회의 시작이며, 기회의 절정은 다음 위기의 씨앗을 품는다. 이 순환을 인식하고, 자신의 체질에 맞게 조율할 때, 비로소 인간은 ‘전환의 주체’가 된다. 한의학에서 기(氣)는 “흐를 때 산다(氣行則生)”고 한다. 주역도 “변화가 멈추면 죽음이요, 흐르면 생명”이라 하였다. 그러므로 위기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그것은 단지 괘상이 바뀌는 찰나, 음이 양으로, 혹은 양이 음으로 넘어가는 생명의 맥박일 뿐이다. 이 맥박을 읽을 수 있는 자, 즉 괘상의 전환 타이밍을 체질의 감각으로 느끼는 자, 그가 바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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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기회는 음과 양처럼 전환할 수 있는 타이밍이 있다.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전환해야 할지는 개인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