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결정적 선택은 직관이 맞다

괘상주역과 체질의 시그널이 직관이고 통찰이다.

by 백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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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무슨 괘상일까? 왜 이것을 들고 있을까? 아무 의미 없을 것 같은 이미지에도 의미는 있다.


직관(直觀)은 형상 너머의 통찰

주역(周易)의 세계에서 ‘직관’은 단순히 감정적 판단이 아니다.

괘(卦)는 상(象)을 통해 이치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상을 보는 자는 합리적 분석을 넘어 ‘한순간의 통찰’을 통해 진실에 접근한다. 역경(易經)의 언어로 말하자면, “형상은 마음의 거울이며, 변화는 직관의 순간에 응한다.” 예컨대 「건(乾) 괘」는 하늘의 운동, 즉 순수한 양(陽)의 진동을 뜻한다. 그 여섯 효(爻)가 모두 양이므로, 변화는 잠재되어 있으나 균형을 잃을 위험 또한 크다. 이 괘를 본 역자는 단번에 느낀다. “지금은 머리를 굴릴 때가 아니라, 곧장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이 판단은 논리의 결과가 아니라, 괘의 기운이 직관적으로 통찰하며 ‘예측’으로 다가온 것이다.


결단의 도약을 이끌어내는 직관의 세계

직관이란 인간의 감성과 이성의 통합으로 인한 도약이다.

그러나 이 도약은 무모한 비약이 아니다. 이성적 사유를 넘어서 ‘감응(感應)’으로 건너뛰는 능력이다. 주역의 「곤(坤) 괘」는 순수한 음(陰)으로 구성되어 있다. 곤은 땅의 덕이자 수용의 원리다. 건(乾)이 하늘이라면, 곤은 그 하늘의 뜻을 담는 그릇이다. 여기서 도약의 원리는 분명하다. 건은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며, 곤은 직관을 믿고 따르며 완성된다. 예를 들면 임상 진단에서도 직관은 통찰과 더불어 나타난다. 복합적인 피로증 환자를 진단할 때, 수많은 수치를 검토했으나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괘상주역을 하는 순간, 직관을 때리는 진단 예측이 나타난다. “이건 간혈(肝血)의 소모에서 비롯된 허열(虛熱)이구나.” 이후의 처방은 바로 맞아떨어진다. 이처럼 직관은 패턴의 단서 하나에서 전체를 꿰뚫는 도약의 능력이다. 괘상의 변화가 한 효에서 시작되어 전체 괘를 바꾸듯, 작은 신호 하나가 전체적 통찰을 통해 진단의 길을 여는 것이다.


직관의 신뢰는 지식과 경험의 발현

직관이 발현되려면 반드시 ‘신뢰’가 필요하다.

직관은 외부에서 오는 정보가 아니라, 내면의 괘상에서 울려 나오는 파동이기 때문이다. 주역의 「중부(中孚) 괘」는 바로 이 신뢰의 괘다. 중부는 ‘새의 알 속의 진실함’이라 하여, 내면의 진심이 천지와 감응할 때 모든 것이 통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대의 마음이 진실하면, 새들도 날아와 머무른다.” 이 구절은 직관의 본질을 압축한다. 진심이 있을 때, 직관은 외부의 신호와 공명한다. 체질의학적 진단에서 신뢰와 직관의 관계는 명확하게 나타난다. 증상이 애매하고 복합적일 때 논리만 좇아 진단을 하면 병의 원인을 찾을 수 없다. 그런 경우는 환자의 몸이 말하는 괘상을 신뢰하는 것이 의술의 직관이며 통찰의 결과다. 결정적 선택의 순간, 인간은 언제나 불확실성 앞에 선다. 그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이미 내면에서 울리고 있는 ‘괘의 울림’을 신뢰하는 용기이며 통찰을 하는 힘이다. 그것이 바로 직관적 결단이다.


괘상주역 임상사례

30대 중반의 베트남 남성이 매우 불편한 자세로 내원했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불안한 표정을 나타냈다. 그런 경우, 복잡한 검사보다 먼저 환자의 얼굴빛, 눈동자, 말의 리듬, 손끝의 온기를 느끼는 것이 일차적 진단이다. 그런데 그의 경우는 말을 꺼내기가 힘든 듯 침묵을 지키며 가만히 있었다. 베트남인 간호사가 와서 질문을 해도 난처한 표정을 하며 가만히 있었다. 한국인이과 다른 문화와 정서를 가진 탓에 답답한 침묵의 시간이 흘러갔다.


나는 간호사에게 손짓으로 나가라고 하며 괘상주역을 했다.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서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면, 그건 진단이 매우 힘들다는 뜻이다. 괘상주역의 결과는 택풍대과였다. 대장과 담의 상충이 심하며 해부학적 부정의 상태로 그 괘상은 인신 상화로 염증을 나타낸다. 그래서 그에게 물어보았다. 염증이 심해서 통증이 많이 느껴지고 있냐고? 그러자 그가 부끄러운 표정을 하며 말했다. “생식기 주변 통증이 너무 심해요. 성병도 아니고 왜 아픈지 이해가 안 됩니다.”


괘상주역으로 보면 택괘의 대장이 과실증이 되면 대부분 전립선 기능이 저하된다.

또 담기능이 저하되면 스트레스로 인한 통증이 많이 나타난다. 나는 직관적으로 그가 엄청난 스트레스와 고통으로 인해 전립선과 요도, 고환의 통증에 시달린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실제 멜론만큼 큰 고환으로 고통받았고 전립선으로 인해 통증을 받았다. 실제 그가 고환을 드러내 보였을 때,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치료는 맥산침법으로 전립선과 대장, 담을 안정시켰다. 또 특효제로 염증을 가라앉았다.


두 달간의 치료로 그의 멜론 만한 고환을 정상으로 회복시켰다.

다리를 잔뜩 벌린 채로 엉거주춤하던 걸음걸이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엄청난 크기의 고환이 점차 줄어든 것이었다. 괘상주역과 진단은 단순한 감이 아니다. 수십 년간 축적된 ‘형(形)과 기(氣)의 상관관계’를 체화한 결과다. 그로 인해 직관은 축적된 경험이 번개처럼 통합되는 순간의 지혜로 나타난다. 주역의 괘상은 직관적 판단의 도구로서 특정 패턴을 압축해서 예측을 하게 한 것이다.


괘상주역은 직관의 세계를 관통하는 예측학

주역의 괘상들은 우주의 논리학 체계이며 인간의 마음을 밝히는 상징이다.

괘상은 변화의 지도이며, 한의학은 그 변화가 인체에 새겨진 실천의 기록이다. 두 학문은 결국 한 줄로 만난다. 직관은 단지 감정의 상태가 아니다. 무의식의 세계와 뇌를 이어주는 뇌의 기능이며 체화된 변화의 언어다. 그 언어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은, 순간의 결정을 통해 운명을 바꾼다. 그 순간, 주역의 괘는 우주만물의 상징으로서 통찰을 하며 예측을 내린다. 감정이 최대한 배제된 기호논리학으로서의 예측학, 그것은 직관의 세계를 관통하는 예측학으로서 마음속에서 이뤄지는 현명한 결정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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