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실패는 두려움의 학습이다.

괘상주역과 체질에 따른 재도전과 극복전략

by 백승헌
photo-1629139342736-495ccb1edb22?ixlib=rb-4.1.0&ixid=M3wxMjA3fDB8MHxzZWFyY2h8MjB8fCVFQyU4QiVBNCVFRCU4QyVBOCVFQyU5OSU4MCUyMCVFQyU4NCVCMSVFQSVCMyVCNXxlbnwwfHwwfHx8MA%3D%3D&fm=jpg&q=60&w=3000

하늘 아래 서 있는 이 남자의 이미지는 무슨 괘상일까? 먹구름이 보이고 남자는 땅위에 서 있다. 이 쾌를 통해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실패를 학습으로 받아들이는 법

인생의 여정에서 실패는 피할 수 없는 손님이다.

그러나 어떤 이는 실패 앞에서 주저앉고, 어떤 이는 그 실패를 밟고 더 멀리 나아간다. 주역(周易)은 이를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라 하여,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변화를 한다. 변화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지속된다고 일깨운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변화를 요구하는 신호이다.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재도전’의 시작점이다. 따라서 실패를 학습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야 말로 재도전이다. 실패 없이 성공한 사람은 없고 성공만 계속하는 사람도 없다. 괘상주역과 체질에 따른 재도전을 하며 극복해야 하는 과정이 실패의 교훈이다. 그것이 절대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며 제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난관을 전환하는 수뢰둔괘(水雷屯卦)의 교훈

재도전의 괘상으로 가장 적합한 것은 「수뢰둔괘(水雷屯卦)」이다.

하늘의 비(雨)가 내리지 못하고 땅속의 번개가 울리는 형상이다. 그러나 아직 열매가 맺히지 않은 ‘시작의 어려움’을 상징한다. 둔(屯)이란 막힘이면서 동시에 ‘싹이 트는 시기’이기도 하다. 모든 시작은 어둡고 답답하다. 그러나 그 혼돈 속에서 방향을 잡는 자만이 새 길을 연다. 임상에서 본다면, 둔괘의 상태는 마치 기혈(氣血)이 흐르지 않아 막힌 환자의 모습과 같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기체혈어(氣滯血瘀)’라 하여, 막힘이 곧 통증이요, 정체가 곧 병이라 본다. 실패의 순간 또한 그러하다. 마음의 기운이 멈추어 자기비판과 두려움이 교차할 때, 내면의 생명력은 흐름을 잃는다. 이때 필요한 처방은 억지가 아닌, 소통의 첫 움직임이다. 가벼운 산책, 낯선 사람과의 대화, 사소한 계획의 재정비 등, 그 어떤 미세한 변화라도 “기(氣)”를 다시 흐르게 한다. 둔괘는 바로 이 ‘막힘 속의 미세한 움직임’을 길(吉)이라 말한다.


극복과 재도전의 화수미제괘(火水未濟)의 전환

재도전의 과정이 시작되면 다음 단계는 극복이다.

주역의 「화수미제괘(火水未濟)」는 ‘아직 완성되지 않음’을 뜻한다. 불은 위로 오르고, 물은 아래로 흐르니, 서로의 성질이 반대다. 그러나 그 안에는 완성을 향한 긴장이 있다.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이란, 서로 상반된 감정과 현실의 부딪힘 속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다. 체질의학적으로 보면 이는 음양의 불균형에 해당한다. 어떤 이는 실패 후 열이 과해 몸이 달아오르고, 어떤 이는 냉기 속에 의욕을 잃는다. 열성 체질자는 ‘열이 위로 치솟아’ 성급한 결단을 내린다. 반면, 한성 체질자는 ‘냉이 아래로 가라앉아’ 자기부정을 반복한다. 치료의 핵심은 각각 다르다. 열성인은 심화를 내리고 신수를 도와 마음을 가라앉혀야 하고, 한성인은 양기를 돋워 생동감을 회복해야 한다. 미제괘는 이런 뜻이 있다. “호수를 건너다 중심을 잃으면, 돌아가 다시 나아가라.” 극복의 길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침술의 보사(補瀉) 법이 그러하듯, 지나치면 덜어내고, 부족하면 채우며, 조화를 찾는 과정 속에서 진정한 극복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실패를 극복한다는 것은 단순히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불균형을 스스로 조정하는 과정이다.


회복을 상징하는 지수사괘(地水師卦)의 통찰

극복의 끝에는 마침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회복이 있다.

지수사괘(地水師卦)는 ‘물(水)이 땅(地) 아래에서 군대를 이루는’ 형상이다. 내부의 질서가 회복되고 힘이 조직되는 시기다. 회복은 단순한 원상복귀가 아니다. 실패 이전보다 더 강인한 구조로의 재편이다. 임상적으로 보면 이는 정기(正氣)가 되살아나는 단계다. 기혈이 소통되고, 장부가 제자리를 찾으면, 사람은 다시 일어선다. 하지만 회복의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급하지 않음’이다. 한의학에서는 “急則氣逆, 緩則氣順(급하면 기가 거스르고, 느긋하면 기가 순한다)”이라 한다. 회복은 자연의 이치와 같아서, 겨울의 나무가 봄에 스스로 새싹을 틔우듯,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아도 된다. 다만 내면의 질서를 회복하고, 일상의 리듬을 되찾는 것이 우선이다. 주역에서 사괘(師卦)는 또한 ‘지도자의 덕’을 상징한다. 회복된 자는 자신만의 덕을 쌓아 타인을 이끄는 존재가 된다. 실패의 경험은 그에게 통찰을 주고, 그 통찰은 다시 세상을 치유하는 약이 된다.


괘상주역 임상사례

터키의 40대 남성이 사업 실패 후 불면과 소화불량, 흉민(胸悶)으로 내원했다.

그는 호찌민에서 무역업 등 몇 가지 사업을 하다가 베트남인에게 배신을 당했다. 그 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몸에 병이 났다. 증세는 간기울결(肝氣鬱結)과 비위허약(脾胃虛弱)이 함께 나타났다. 괘상주역으로는 수뢰둔괘(水雷屯卦)가 나왔다. 둔괘는 막힘 속의 새로운 싹을 뜻하며 고통스러운 과정을 나타낸다. 그는 실패 후 기운이 정체된 상태로 거의 무기력했다.


처방은 수뢰둔괘 그대로 맥산침법으로 원인치료를 했다.

신장의 기운을 디톡스 하고 간의 기운을 보했다. 또 심포의 정격으로 정신적 안정을 하게 했다. 맥산처방은 소간해울(疏肝解鬱)과 보기건비(補氣健脾)를 병행하여 소요산가감(逍遙散加減)의 특효제를 투여했다. 생활처방은 매일 새벽 산책과 호흡명상을 병행하게 하였다.


그는 3주 후 가슴의 답답함이 사라지고 수면이 안정되었다. 나는 수뢰둔괘를 설명해 주었다. 그는 설명을 듣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이 실패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는 막힘의 둔괘가 통함으로 바뀌는 생명의 회복 과정이자, 주역과 체질학이 일맥상통함을 보여주는 임상적 예라 할 수 있다.


실패는 학습의 과정으로써 성장통

실패는 ‘둔(屯)–미제(未濟)–사(師)’의 세 괘를 통과하는 여정이다.

둔괘의 막힘 속에서 첫걸음을 배우고, 미제괘의 불균형 속에서 자신을 조정한다. 그 과정을 통해 사괘의 질서 속에서 다시 세워진다. 주역과 체질의학에서는 모두 이러한 의미가 있다. “막힘은 병이요, 통함은 생명이다.” 그러므로 실패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생명의 흐름을 되찾기 위한 학습의 과정이다. 기운이 막히면 침을 놓듯, 마음이 막히면 성찰하라. 기혈이 돌면 몸이 살아나듯, 통찰이 돌면 인생이 다시 흘러간다.

keyword
이전 18화18. 결정적 선택은 직관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