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법칙

by 제 이

그런 날이 있다. 뭘 해도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순간들이 해가 뜨고 지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그런 날 말이다. 그럴 때에는 정말이지 울고 싶다. 화가 나기보다는 답답해서 짜증이 나고 한숨을 푹푹 쉬며 정신없이 일을 이어나가다 보면 멍해진다.


그저 그날의 하루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날에는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서 모든 연락을 잘 확인하지 않는다. 겨우 퇴근을 해서 쉬려는 순간에도 엄마의 한마디에 속이 긁혀 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일찍 방에 들어가 이어폰을 꽂고서 가만히 눈을 감는다.


혼자 있고 싶은 밤, 혼자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문득 오늘의 무거운 하루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왜 이렇게 힘든 건지, 누구나 다 힘든 하루였을텐데, 누구나 다 열심히 살아간 오늘일 텐데, 뭐가 그렇게 슬프고 속이 상한지 스스로조차 알 수가 없었다.


원래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일을 잘 끝내고 엄마와 일상이야기를 나누고, 여유롭게 오빠랑 전화를 하면서 그렇게 잔잔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계획적이지 않는 나이지만 일을 할수록 점점 계획이란 것을 세우고는 한다. 그런데 꼭 그런 날에는 쉽게 일이 풀리지가 않는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에 쓰고 숨죽이고서 눈물을 흘렸다. 스스로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 밤이었다.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불안 속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잠이 들려고 했지만 쉴 새 없이 스쳐가는 생각들에 가슴 끝이 답답했다.


살다 보면 모든 일들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누군가는 그 상황을 '머피의 법칙(하려는 일이 항상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왜 그러한 순간들이 발생하는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그저 열심히 하려고 한 것뿐이었는데 원하지 않은 상황들이 일어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어쩌면 머피의 법칙은 너무 열심히 하려고 했기 때문에,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했기 때문에, 남들처럼 살아가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달려오다가 발생하는 현상이 아닐까? 충분히 잘하고 있는 자신을 끝없이 의심하면서 내가 선택한 그것을 나 스스로도 인정하지 못하기에 미래가 불안해져 극단적인 상황들을 머릿속에 그려 힘들어하는 게 아닐까?


다양한 모양의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다양함 속에서 우리는 결핍을 경험하고는 한다. 그리고 그 삶 속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간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인정받고 싶고, 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모든 게 잘 흘러가길 바라는 건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살아가야 하는 오늘이 머피의 법칙과 같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기억했으면 좋겠다. 내 뜻대로 되는 게 없다고 해도 잘 견뎌내고 있다고 스스로를 격려해 주자.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결과까지 가는 과정 속에서 얻게 된 것들을 생각해 보자.


오늘의 불안이 우리를 집어삼킬지라도,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 하더라도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고

하루를 잘 버텨내고 있다.


우리, 참 잘하고 있다.


예상치 못하는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오늘도 고생했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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