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뒤쳐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돈을 모아 빚을 다 갚았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앞둔 친구를 바라보면서, 자유롭게 넓은 세상으로 떠나 하나님께서 지으신 것들을 보며 감동을 느끼는 친구를 보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서 떠나 열정을 다하는 동생을 바라보면서, 돈을 모아 목돈으로 자유를 찾은 오빠를 보면서.
온 힘을 다해서 각각의 삶을 열심히 살아나가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내가 걷는 속도가 너무 느린 게 아닌가 하는 의문에 빠지고는 한다. 이만하면 나도 내 삶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자꾸만 불안하고 변하지 않는 현실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싶어졌다.
나도 노력하는데, 나도 힘을 다하는데 뭐가 그리도 서럽고 힘이 드는 건지. 나이를 먹으면 다 나아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는 그대로 인 것만 같아서.
물론, 남들이 보기에 나는 제법 열심히 살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살았던 나는 정말 말도 안 되게 승진을 해서 하나님께 큰 복을 받은 게 분명하다. 그렇기에 어렵지만 감사함으로 살아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도 생겼고,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숨길 수 없는 마음은 내가 좀 더 잘해나갔다면, 조금 더 부지런했다면, 무너지지 않았더라면 소중한 내 사람들에게 더 좋은 것들을 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끝없이 나서 이유 없이 부업사이트에 들어가 마우스를 달칵, 달칵, 클릭하고는 한다. 알바라도 해야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쉽사리 지금의 여건에서 할 수 있는 알바는 내 몸이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
나약해진 몸뚱이라고 스스로 중얼거리지만 내 몸뚱이도 이제 과부하가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내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했다.
지난 4월, 직장동료들과 함께 예쁘게 피어난 벚꽃을 구경하러 갔었다. 여유 있게 활짝 피어난 꽃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걸어보며 풍경을 본지가 언제였는지 떠오르자,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분명 그 사이에 꽃을 봤을 텐데도 그때에는 그럴 여유가 없어 미친 듯이 일을 했던 것 같다.
뭐든지 열심히 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남들보다 뒤에서 걸어가는 것 기분이 든다. 활짝 피어난 꽃들을 바라보면서 예쁘다는 생각을 올해에는 하게 된 걸 보면 나도 제법 여유가 생겼구나 싶어 질 때가 많다. 여유 있게 걸어가다 보니 눈이 시려서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숨을 크게 들이쉬며 겨우 참아냈다.
햇살이 많은 쪽의 꽃잎들은 벌써 만개를 해서 예쁘게 피어나 있었고, 햇살이 적은 그늘진 곳의 꽃잎들은 아직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난 아직 햇살을 느끼지 못하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활짝 피어오를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남들보다 부족하고, 겁이 많고, 타인의 말에 흔들리는 불안감 덩어리인 존재이지만 나는 느리게 걸어가며 내게 찾아올 또 다른 햇살을 기다린다. 그 여정은 많이 춥고 외로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가야만 한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 나는 더는 누군가를 부러워하지 않게 될 거다.
그곳에서는 활짝 피어난 내 모습을 나 스스로가 사랑할 수 있기를.
지금까지 견뎌온 삶을 잘해왔다고 꼭 안아 줄 수 있기를.
"그러니 괜찮아. 네가 뒤처져 있다고 느끼는 것 또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여정임을. 우리 잊지 말고 기억하자. 언젠가 활짝 피어날 네가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