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무국

by 싱글빈

끼니를 위해,

집에서 음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져봤을 질문,

‘왜 다음 날 더 맛있는걸까?’

문자 그대로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농도가 다른 것들 사이에서의 안정화, 삼투가 일어나기 때문인데,

간이 센 국물쪽으로 건더기가 가진 육수와 채수가 빠져 나오면서,

감자는 더 부드러워지고, 국물은 더 걸쭉해지고, 그러다 국물의 간이 다시 건더기에 배고,

이런 화학 작용이 이유이지만, 인간은 본래 공식보다는 이야기에 더 이끌리니까,

곧 냉장고가 부린 마법으로 신화하거나,

때로는 내가 이렇게 요리를 잘한다고 자위하거나,

아무튼 내가 이번에 끓인 소고기 무국도,

냉장고에서 꺼내 데운 오늘 아침이 훨씬 더 맛있다.


내가 사귀는 사람들도 그렇게 한 번 열기가 식었다가,

후에 끄집어 올린 인연이 더 진국이다.


처음에는 모처럼 한우 양지도 사고, 신선한 야채도 손질하고,

그야말로 의기양양하다.

칼도 잘 갈아 놓고, 그릇도 잘 닦아 놓았다.

소고기를 냄비에 볶는데, 기름이 배어나 윤기가 흐른다.

참기름을 한 숟갈 떨어뜨리니, 고소함이 기분을 한껏 끌어올린다.

유리잔을 기울여 차가운 맥주를 따랐는데,

하얀 거품이 넘치지 직전까지 차올라, 내 맘도 차오른다, 가자.

나박하게 자른 무를 넣고 잘 뒤적이면서, 투명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물을 정량보다 두배쯤 부은 다음에 뚜껑을 닫고,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시고 파를 다듬는다.

어제 만든 카레처럼 졸아붙은 효과를 내고자 오래 끓이는데,

그 기다림이 즐겁다.

국간장은 어른 숟갈, 소금은 아이 숟갈, 파를 넣고 불을 껐다.

그릇에 옮겨 담아내고 이제 먹을 차례, 소주를 따른다.


처음에 만나는 친구들은 나도 그들도 의기양양하다.

신발도 잘 닦아놓고, 겉옷도 꽤나 비싸 보이고, 머리에는 윤기가 흐른다.

커피도 마시고 와인도 한 잔 하니, 기분이 한껏 끌어오른다.

내가 꽤나 잘 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차오른다, 가자.

이번 주말은 내가 먼저 연락해 볼까, 아니야 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렇게 시간도 두배쯤 들이고,

맥주도 한 모금 더 마시고 돈도 두배쯤 더 쓴다.

그렇게 어제 만든 카레처럼, 우리는 걸쭉한 사이가 된 줄 알았는데,

어른처럼 굴다가도 아이처럼 다투고 우리 사이에는 불이 꺼진다.

이제 다른 사람으로 옮겨 담을 차례, 소주를 따른다.


까먹고 있다 냉장고에서 이틀만에 꺼낸 소고기 무국은

간이 고르게 배고, 건더기도 적당히 무르고, 맛도 부드럽다.

국물은 몇 번이고 떠먹어봐도 적당히 감칠맛이 돌아 맛있다.

파는 뭉그러지고, 소고기는 처음보다 쭈글해져 질긴 것 같기도 하지만,

분명 처음보다 진하고, 구수하고, 편안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처음보다 진하고, 구수하고,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