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골-가메봉-주봉-대전사 코스
슬픔은 함께 하면 반으로 줄고, 기쁨은 함께 하면 두 배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주왕산 단풍 산행을 하면서 느꼈던 행복함과 노곤함에 파묻혀 너무 일찍 잠이 든 우리는 새벽에 깨었습니다. 금방 잠이 들 것 같지 않아 켜 본 TV에서 뜻하지 않는 엄청난 소식을 듣게 되었지요.
비슷한 또래의 자식을 가진 분들은 다들 밤새 아이들의 무사함을 확인했겠죠. 연락이 되지 않는 아이의 부모님들이 얼마나 속이 탔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큰 슬픔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법입니다. 애써 키워놓은 자식이 하루아침에 세상을 달리하는 비극 앞에서 우리는 섣불리 그들의 슬픔을 아는 척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너무나 큰 슬픔이라, 그런다고 슬픔이 반으로 줄 것 같지는 않지만 같이 슬퍼해 주고, 조용히 지켜봐 주는 수밖에 없지요. 이말 저말 평도 하지 말고 그저 아픈 마음을 함께해 주어야겠지요.
전에는 산에서 젊은이들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이후인 것으로 여겨지는데, 아마 해외여행을 못 가서 국내 여행으로, 그러다 산행을 취미를 가지게 된 사람들이 많은 것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해가 갈수록 산에서 젊은 산행객들을 만나기가 쉬워졌어요.
젊은이들이 산행하는 것을 보면 그들의 젊음이 참 부럽습니다. 하나같이 밝고 씩씩합니다. 그들의 건강미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할 정도예요.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의 희생이 그래서 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다 커서 이제 제 몫을 할 나이인데 허망하기 짝이 없네요.
우리도 처음에는 여행으로 먼저 시작했지요. 중환자실 보름 동안이면 생사를 왔다 갔다 했다고 봐야죠. 병원을 퇴원하고는 승진에 뜻을 두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고서, 비싼 카메라를 하나 사고는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다시 태어나면 인생관이 달라진다고 하더니, 남편도 딱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 후 우연히 오른 강화도 마니산 산행 이후 등산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지요.
앞으로 얼마나 더 산을 다닐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산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고 글로 써서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주왕산 코스 중에 우리가 알고 있는 코스는 (1) 상의주차장에서 출발 - 대전사 - 주봉 - 원점회귀하는 짧은 코스가 있고, (2) 절골분소에서 출발하여 - 가메봉 - 후리메기골 - 대전사 - 상의주차장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있습니다. (2) 번 코스인 절골분소 - 가메봉 코스는 설악산 흘림골처럼 예약을 해야 산행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상의주차장에서 절골분소로 되돌아오는 방법이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동반됩니다. 그래서 (3) 절골분소 - 가메봉 - 원점회귀하는 산행을 계획하거나, (4) 절골분소에서 대문다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트레킹 코스도 인기가 있습니다. (5) 상의주차장에서 용연폭포까지 갔다가 되돌아가는 코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최고의 인기 트레킹 코스입니다. 그 외에도 장군봉, 월외, 갓바위 등 몇가지 정도의 코스가 더 있다고 하네요.
단풍 절정기에는 절골분소 쪽이나, 상의주차장 쪽이나 교통 체증이 매우 심할 정도로 인기가 좋은 산행지라, 역시 새벽 일찍 출발하여 7시경 절골분소에 도착하였습니다. 우리는 (2) 번 코스로 산행한 후 상의주차장에서 택시로 되돌아오기로 계획하였습니다.
그런데, 산행 습관이 까칠한 편인 우리가 복병을 만나 가메봉 삼거리에서 그들을 피해서 주봉 쪽으로 방향을 바꿔버렸습니다. 출발 때부터 시끄러운 소음을 내는 팀을 만났거든요. 그 사람들은 흥에 겨워서 큰소리로 떠들고, 웃고, 괴성을 질러대지만, 산에서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었습니다. 계속 같은 코스로 얽히는 것 같아 피해버렸지요. 계속 신경을 쓰면서 걷다 보면 산행의 쾌적함이 깨어져 버리고 금방 지쳐서 몸이 더 힘들 수도 있거든요.
절골분소 - 가메봉 - 주봉 - 대전사 - 상의주차장 코스를 계산해 보니까 약 14km이더군요. 가메봉에서 주봉까지는 처음 가는 코스이긴 하지만, 후리메기 삼거리 쪽으로 가는 길보다는 덜 험한 편이어서 걷는 데는 무리가 없었습니다.
절골분소에서 후리메기 삼거리 사이가 단풍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단풍나무도 많지만, 설악산 흘림골에서처럼 기암괴석이 단풍과 멋지게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답니다. 그런데 설악산과 다른 점은 그 기암괴석이 멀리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죠.
주차장에서 보이는 풍경이 햇빛이 아직 들지 않았는데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원래 9시부터 입장인데, 7시 조금 지났는데 바쁘게 직원들이 출근하는구나 했더니, 우리를 들어가게 해 주시더군요. 문을 일찍 열어주려고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나온 건 아닌지 정말 고맙더군요.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를 받으며 들머리 운수길 입구를 들어섭니다.
구름과 물을 벗 삼아 걷는 길이라는 '운수길'은 예전에 운수암이라는 암자가 있었다고도 하고, 조선의 문인들이 운수동천이라고 노래한 데서 운수길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2016년에는 이 절골계곡 숲길이 제16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우수상)을 수상하였다는 기록도 있네요. 웅장한 절벽과 기기묘묘한 암벽들, 암벽 사이사이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나무들을 만나러, 아름다운 단풍 숲을 만나러 들어가 보겠습니다.
절골 협곡은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명소로 정해졌다고 합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절골 암석의 대부분인 응회암이 식으면서 수직 절리가 생겼고, 그것이 가파른 절벽과 좁은 협곡을 형성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절벽 옆길이나 협곡에 만들어진 여울 위의 징검다리를 따라 등산로가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이른 시간이지만 부지런한 등산객들이 제법 눈에 띕니다.
바닥도 단풍잎으로 장식한 듯 예쁜 모습입니다.
안갯속의 단풍이 더욱 신비스러운 모습이네요.
작은 돌탑도 단풍잎과 함께 하고,
표지판에도 단풍잎이 붙어있네요. 누가 일부러 연출했을까요?
수많은 돌탑은 또 얼마나 많은 소망들이 담겨있을까요.
대문다리까지는 트레킹 코스라고 할 만큼 걷기 쉬운 코스입니다. 여기까지만 왔다가 되돌아가도, 단풍 주왕산을 충분히 감상할 수가 있지요.
큰 바위 밑에 익살스러운 나무 지팡이 기둥. 누군가가 시작한 놀이에 너도나도 하나씩 동참한 것이겠지요.
대문다리를 지나면 가메봉까지는 계속 지그재그식 오르막이라 지루하기도 하고 쉽지 않은 코스입니다. 하지만 곳곳의 단풍이 반겨주어 즐겁게 걷습니다.
올라가는 길에 본 건너편 산은 단풍 절정이지만 나무에 가리고, 하늘이 흐려서 잘 표현이 되지 못하네요.
가메봉 정상은 882m입니다. 주봉(720m)보다 더 높습니다. 이곳의 풍경이 정말 좋은데, 산신령님이 도와주지 않습니다.
소나무 아래로 아름다운 단풍을 살짝 보여주고 마는군요.
건너편 산의 단풍은 거의 구름 속입니다.
후리메기 삼거리로 갈 예정이었으나, 주봉 쪽으로 계획을 변경합니다.
가메봉 - 주봉 - 대전사 코스는 이용하는 등산객이 많이 없어서 한적하고 좋았습니다. 생각보다 길도 험하지 않았구요.
파란 하늘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가메봉 쪽은 아직 구름이 가득합니다.
바닥에 예쁜 단풍은 무슨 나무의 잎일까요?
아! 제가 제일 좋아하는 나무인 서어나무였어요. 서어나무는 보통 노란색으로 물드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주왕산 서어나무는 붉은색~노란색으로 화려하게 물들었습니다.
서어나무 잎을 주워 모아 색의 변화에 맞추어 나란히 놓아보았습니다. 키가 크게 자라지 않는다면 화단에 키우고 싶으나 산에서만 만나야 하겠지요.
이 단풍나무는 노랗게 물들었네요.^^
이건 상수리나무입니다. 참나무가 보통 단풍 절정 때는 주황색으로 물드는데, 가끔 이렇게 주홍색으로 물들기도 합니다.
주봉 인증 사진을 겨우 찍었습니다. 대전사 - 주봉 코스가 계단이 많기는 하지만 짧은 코스라, 이곳으로 산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기다리는 줄이 길었어요. 다른 사람들 촬영하는 사이에 양해를 구하여 정상석만 겨우 찍고, 제 기념사진은 못 찍었네요.
주봉을 지나 내려오는 길, 단풍은 절골이나 가메봉만큼 화려하지는 않네요. 하지만 하늘이 예쁜 구름을 데리고 와서 우리를 반겨줍니다. 도시락을 먹을 만한 장소를 찾지 못해서 그냥 내려가다가, 멋진 풍경이 보이는 자리에 자리를 잡고 겨우 점심을 먹었습니다.
계단이 꽤 길게 연속되어 있어서, 올라오는 산행객들은 연신 헉헉댑니다. 같은 높이를 길게 걷는 것과 짧게 걷는 것을 이치적으로 따져보면, 당연히 짧은 거리가 더 강도가 셀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운 풍경 - 푸른 하늘과 흰 구름과 소나무의 어울림.
구름이 많아 그림자 때문에 어두워 단풍산의 모습이 잘 나타나지 않네요.
멀리 보이는 도로마다 빼곡히 들어찬 자동차의 행렬을 보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주왕산을 방문했는지 알만 합니다.
주왕산은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암산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가지 않았지만 처음 주왕산의 기암괴석 사이를 지나가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지요.
주왕산에는 의외로 복자기 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더군요. 제가 사는 아파트 옆으로 지나가는 도로에 복자기나무를 가로수로 심었는데, 공해 때문인지 단풍이 그렇게 예쁘지 않아요. 이곳의 복자기나무들은 복받은 나무들입니다. 아름다운 단풍색 좀 보세요.
청송 사투리인가 봐요. 정감 있는 날머리 인사말이네요. '갑시데이'
갔다가 또 단풍보러 내년에 오겠습니다.^^
대전사에서 용연폭포로 올라오는 길이라 방문객들이 꽤 많습니다
이건 실제 바위가 아니고 포토존 모형입니다.
이건 실제 모습이구요. 주왕산의 랜드마크지요.
어때요. 거의 똑같이 생겼지요?
대전사 절마당에서 본 기암의 모습입니다.
대전사의 은행나무도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대전사를 빠져나오면 음식점 구역과 상가 지역이 있고, 그곳을 지나면 상의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임금님이 드신 나물이라는 어수리를 펼쳐놓고 손님을 부르는 식당도 있네요.
상의마을에도 유명한 청송 사과밭이 있었습니다. 관광객을 상대로 즉석 판매도 많이 하더군요.
들어오는 차들이 너무 많아 도로는 이미 주차장을 방불케 합니다. 택시를 부를 수가 없어서 1km 정도를 걸어 나와, 마침 손님을 내려주고 나오는 택시를 겨우 잡아 절골까지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주차장에서 보았던 광경을 다시보니 하늘이 파래지고, 빛 받은 단풍은 더 화려해졌습니다.
걸은 거리는 대전사 입구 주왕산 삼거리(택시 탄 곳)까지 포함하여 15km, 8시간 30분 동안 운동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