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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제비봉 산행

장회나루 제비봉

by 세온


제비봉은 단양군 단성면 외중방리에 있습니다. 충주호의 명승지인 구담봉 옥순봉과 아주 가까이 있는 산이죠. 구담봉과 옥순봉 산행을 간 것이 지난 6월의 일이었지요. 구담봉의 높이가 겨우 330m이지만 '아슬아슬하고, 재미있고, 풍광 또한 아름다운 멋진 산행'이었다고 쓴 기억이 납니다.

제비봉은 그보다 훨씬 높은 721m입니다. 장회나루에서 보면 부챗살처럼 드리워진 바위 능선이 마치 제비가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나는 모습처럼 보이기 때문에 제비봉이라고 한다네요. 제비봉은 구담봉, 옥순봉과 더불어 월악산 국립공원에 속합니다.

제비봉 등산 코스는 제비봉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는 편도 2.3km 코스와, 얼음골 공원지킴터에서 출발하는 편도 1.8km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제비봉 탐방지원센터를 들머리로 출발하였습니다. 장회나루가 가까워서일까요? 11월인데도 생각보다 산행객들이 많았습니다.

721m의 높이를 비교적 짧은 거리인 2.3km로 산행한다는 뜻은 그만큼 경사가 급하고 등산로가 험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원래는 오서산을 가려고 계획을 했는데, 충남은 미세먼지가 나쁨이라 하여 갑자기 제비봉으로 행선지를 바꾸었지요. 그런데 내륙인 충북도 미세먼지가 좋은 편이 아니었는지 시야가 깨끗한 편이 아니었습니다.

들머리부터 바로 경사가 급한 계단으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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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산은 아름답던 단풍이 모두 갈색 가랑잎으로 바뀌어, 더러는 나무에 간신히 붙어있기는 하나 대부분 바닥에 떨어져 쌓인 모습입니다. 이럴 때 빛이 나는 건 사철 푸르른 상록수들이죠. 제비봉에는 암반이 많아 험한 지형인 편인데, 소나무의 초록이 유달리 많이 눈에 띄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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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소나무의 끈질긴 생명력. 어떤 나무가 저런 모습으로 자신의 몸을 지탱하면서 살 수 있을까요? 산행하면서 내내 소나무의 생명력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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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회나루의 모습을 가까이 담아보았습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주차장이 텅텅 비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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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가 넘으니까 신나는 가요가 울려퍼지기 시작합니다. 유람선이 운행을 시작한 모양입니다. 흥겨운 노래를 들으면서 산을 오르는 특별한 재미가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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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담봉처럼, 아슬아슬한 계단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삼단이나 되네요. 등산로가 거의 오르막만 있고 평평한 길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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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소나무, 호수의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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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의 생명력입니다. 바위가 많은 산에 소나무가 많은 이유는, 다른 나무들은 혹독한 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고사한 반면, 소나무들은 튼튼한 뿌리를 바위 위로 길게 뻗어 자신을 지탱하면서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살아남은 것이 아닐까요? 바위가 많은 곳에 소나무가 유독 많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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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온 계단을 내려다봅니다. 계단이 없었으면, 이 험한 산을 이렇게 편하게 오를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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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으로는 낭떠러지입니다. 추락 사고가 있었는지, 경고판과 밧줄로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놓았더군요. 즐산(즐거운 산행)이라고 하는데, 즐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안산(안전한 산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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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진 줄기가 특이합니다. 혹시 뿌리가 너무 오래 노출되어 줄기처럼 변한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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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뿌리가 어지러이 드러나 있는 걸 보니 뿌리 아래가 암반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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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가지들은 푸른 잎이 없습니다. 그 많은 잎들은 다 나뭇가지를 떠나버렸습니다.

바닥에 쌓인 나뭇잎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자신의 몸을 부수어 흙과 섞여서 나무를 위한 좋은 양분이 됩니다. 봄이 되면 나무는 그 양분을 끌어모아 다시 새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하겠지요.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은 겨울 동안에도 그렇게 나무와 나뭇잎들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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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뿌리 일곱 가지를 만났습니다. 북두칠성 참나무라고 이름을 붙여보았어요. 가지 하나가 사진에는 잘 안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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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올라왔는데, 다시 내려갔다가 올라가라고 합니다. 제비봉 정상 800m 전방에서 경사가 급한 내리막을 만났습니다. 험한 산에서는 오르막이 내리막보다 걷기가 더 쉬운 편입니다. 내려가는데 집중하느라 사진도 못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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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알록제비꽃이 가랑잎 사이에서 초록으로 빛이 나네요. 한겨울에 잎은 얼겠지만, 뿌리는 살아남아 봄이 되면 예쁜 꽃을 피워올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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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잠깐이지만 제비봉 등산로에서 가장 편한 길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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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자른 듯한 바위가 흩어져있는 험한 길을 올라가면 정상이 가까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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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도 소나무 푸른빛이 가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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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충주호를 내려다봅니다. 정상이라 그런지 바람이 많이 불더군요. 데크 자리가 좋았지만 쉬지 못하고 바로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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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수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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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참나무 수피를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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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수종의 나무가 묘한 선을 그려냅니다. 나뭇잎이 없는 숲에서 우리는 종종 이런 선의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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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부터 바람이 세어진다고 하더니, 하산 길은 바람과 함께입니다. 바람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불었는데, 키가 큰 소나무도 왠지 바람에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서있는 듯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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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이 떨어진 자리, 어김없이 겨울눈이 생깁니다. 이 겨울을 잘 보내고 내년에 뾰로롱 하고 새 잎으로 태어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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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불지만 미세먼지 영향인지 조망이 깨끗하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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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봉 탐방지원센터 - 정상 - 원점회귀 코스라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데, 올라올 때는 괜찮았던 길이 내려갈 때는 발 디딜 곳을 찾기가 힘들어집니다. 내리막이 훨씬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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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경치는 보면서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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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회나루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산에 가려서 잠시 들리지 않던 노래 소리도 다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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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이 오히려 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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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슭에 드러난 바위의 무늬가 주상절리처럼 세로 줄무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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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모양의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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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모자가 날려갈까 봐 아예 벗어서 집어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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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났던 계단을 다시 만나고 들머리(출발지)를 날머리(도착지)로 원점회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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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짧은 편이지만, 아슬아슬하고, 재미있고, 풍광 또한 아름다운 구담봉 못지않은 산행을 즐기고 돌아왔습니다.

소나무의 생명력에 대해 새삼 감탄하게 되었던 제비봉 산행. 총거리는 왕복 4.6km, 걸린 시간은 4시간. 시간당 1.15km니까, 얼마나 험한 코스였는지 짐작하실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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