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으로

by 세온


TV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를 한때 즐겨 시청했다.

현실은 미니멀 라이프와 거의 관계없는 생활 환경이다. 한 집에서 15년 이상을 산다는 것, 그리고 그 집에 수납장이 많은 편이고, 집주인이 뭘 버리는 것을 잘 못하는 경우~그게 바로 우리 집이다.

이사를 한 번 가게 되면 아무래도 짐 정리를 하고 더 쓰기 어려운 것을 버리기도 하는데, 15년 이상을 한곳에서 살았으니 버려야 할 것들이 구석구석 제법 쌓였다.

이사 준비를 해야 할 시점에 온 것 같아(집을 복덕방에 내놔야 할 테니까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제일 먼저 책장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A4 파일들을 꺼냈다. 종이접기 파일이다.

퇴직하면서 가지고 있던 많은 자료나 교구들을, 친한 동료들을 불러 모아놓고 굿바이 파티를 했다. 필요한 것을 챙겨가라는 모임이었다. 몬테소리 학습이 한창 유행할 때 산 것, 만든 것 등 제법 자료가 많았다. 전근할 때면 1톤 트럭을 부를 정도였다. 아, 사실은 교구 정리장이 4단으로 6~7개 정도가 있었다.

어쨌든 모든 갖고 있던 물건들, 교육 관련 도서까지도 모두 다 나눠주면서도 한 가지 미련을 두고 꺼내놓지 못한 것이 바로 종이접기 파일이었다.

A4 용지에 하나하나 순서대로 만들어 붙인 접는 법 자료와, 작품으로 완성한 자료들인데, 그 양이 제법 많아 A4 파일로 10권 정도 되었다.

'신박한 정리'에서 보면 버려야 할. 추억의 물건들을 사진으로 찍어 간직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나도 사진으로 찍어 그 시절의 추억을 글로 남기고 싶다.

아이들과 같이 시간 중에 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내가 작품으로 완성해 보고 싶어서 만든 것도 있다. 아래 작품은 둥근 색종이로 만든 것이다.

아이들과 하는 여러 가지 활동들이 다 재미있었지만, 특히 종이접기는 나도, 아이들도 참 좋아하는 활동이었다.

퇴직하기 몇 년 전에는 실물화상기가 학급에 하나씩 설치가 되어서 만드는 순서대로 하나하나 TV 모니터로 보여주면서 설명할 수 있어서 편리했다.

그래도 설명이 끝나고나면 모르겠다고 들고 나오는 아이들이 제법 있다. 일대일로 직접 눈앞에서 설명을 들어야 이해가 되는 모양이다.

잘 몰라도 미리 말하지 말고, 설명 끝나고 나오라고 하면 잘 기다려준다.

"종이접기 병원 문 열었으니 나오세요~"

라고 말하면 도움을 원하는 아이들이 앞으로 나와 줄선다.

잘 하는 아이들은 잘 못하는 아이들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어떤 때는 나보다 낫다. 아이들끼리는 아이들 눈 높이에 맞게 더 잘 설명하기도 한다.

계절이 바뀌거나, 교과 내용에 나올 때 함께 만들어서 뒷칠판에 붙이면 환경 꾸미기도 된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지 못한 지도 7년이 다 되어간다. 지금도 잠시 잠시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난다.

마지막 맡은 아이들도 이미 중학생이 되었겠다.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 밝은 목소리, 반짝이던 보석 같은 눈망울이 눈에 선하다. 작품 한 장마다 같이 종이접기하던 그 시간의 추억이 배여있다.

접는 법 자료는 모두 폐휴지로 버리고 작품은 A4 파일 두 권에다 정리하여 더 보관하기로 했다. 언젠가 그것마저 버리게 되더라도 이 글을 읽으며 추억 속으로 빠질 것 같다.

12월에 늘 같이 만들던 크리스마스카드, 리스, 양초 장식을 올려본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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