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日常)이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을 뜻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고, 출근해서 맡은 업무에 충실하고, 동료 직원들과 잠깐 친목의 시간을 가진 다음, 다음날 업무를 준비하고, 퇴근하면 가족과 생활하다가 시간이 되면 잠자리에 들고. 이런 생활을 수십 년 했다. 일반적인 직장인의 생활이다. 물론 업종에 따라 저녁에 출근하고 아침에 퇴근하거나, 일인 가족의 경우 집에 와도 혼자이거나 남과 다른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어쨌든 누구나 본인의 일상이 있다.
퇴직을 하고 나면 일상이 바뀐다. 아침 일찍 출근할 필요가 없으니 아침에 바쁘지 않아서 좋았다. 햇볕 좋은 날에 건물 안이 아닌 집 밖에 나와 산책할 수 있는 것도 참 좋았다.
느지막하게 아침을 먹고 오전 둘레길 산책을 하고, 오후에는 집안일이나 취미 활동을 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딸 식구가 오랜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을 하면서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집을 마련하더니 딸이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자 손녀 돌보미의 역할이 주어졌다. 아침에 일찍 출근(?) 할 일이 생겼다. 딸 부부가 출근을 하고 나면 아이를 깨워 아침을 챙겨주고 등원 준비를 한 다음 유치원(지금은 학교)을 데려다주고 오전 산책을 했다. 그러기를 4년.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요즘의 일상이 정말 일상인가 싶다. 예전에 우리가 알고 있던 일상의 모습이 코로나19의 급습으로 일그러진 모습이 되어버린 지 3년째다.
개학은 했지만 바로 일주일에 세 번 등교, 두 번 온라인 수업이다. 그러고는 3월이 절반을 넘어갔다. 아이가 1, 2학년 때는 다행히 저학년 대접을 받아 거의 정상 등교를 하였지만, 3학년은 학교에서 큰 아이 대접을 받는 학년이다.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작년에 줌 수업을 몇 번 한 적이 있어서 잘 적응하는 듯하다.
원래 3월 초에는 아이들과 할 일이 많다. 1년간 학교생활의 얼개를 짜는 것이다. 아이들 이름과 얼굴을 익히는 데도 길게 잡아 일주일 정도 걸린다. 학급 규칙이나 각자 역할(일인 일역)도 정한다. 교과 진도도 나가야 하니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지도록 공부시간 쉬는 시간 가리지 않고 틈틈이 시간을 갖는다. 이런 일련의 활동이 온라인 수업으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화면과 말로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익숙해지려고 힘겹게 시간을 끌어가는 모습이 안쓰럽다.
교과 내용 중에 미래의 학교를 가르치는 단원이 있었다. '미래에는 집에서 컴퓨터로 화상 수업을 하고 일주일에 1,2일 정도만 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보게 되는' 그 생활을 아이가 지금 하고 있지 않은가~그때 신기해하던 아이들은 중고생이 되어서 직접 체험하고 있겠다.
아이들의 질문이 많다. 담임선생님도 계속 말을 하고 있다. 질문에 대답도 해야 하고 수업 진행도 해야 하니 일반 수업의 두 배는 되는 것 같다. 목이 많이 아프시겠다.
준비물을 각자 챙겨야 하는데, 집에 준비가 미처 안된 아이도 있는 모양이다.
"선생님, 저 A4 용지 없어요."
어쩌란 말인가. 교실 같으면 당장 챙겨줄 수도 있을 텐데. 그냥 공책에 쓰라는 말로 상황을 마무리한다.
아이들의 잡담이 여과 없이 산만하게 노출되기도 한다. 수업 도중에 딴짓하는 아이도 있는지 가끔 지적을 받는다. 편안한 집이니 그럴 수밖에. 수업 진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 선생님의 노고가 짐작이 간다. 하루 수업이 끝나면 입안에서 단내가 날 것 같다.
줌 수업에서는 적극적인 성격이 도움이 많이 된다. 한 박자 늦는 대답, 작고 자신 없는 목소리의 아이는 자꾸 수업에서 겉도는 느낌이다. 하지만 도울 방법이 없다. 아이에게 맡길 수밖에.
마스크 없이 어느 곳도 다니기가 힘들고, 학교, 회사도 매일 가기 힘들고, 마스크 벗고 외식하기도 힘든 요즈음 오미크론 변이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확진자 수를 연일 만들어 낸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은 원래의 그 일상이 아니다. 다시 돌아가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소식이 날아왔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 그 나라 사람들의 일상은 변화 정도가 아니라 산산조각이 난다. 우리가 1950년 때 겪었을 그 아수라장이 왜 2022년에 일어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전쟁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정치 논리에 희생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전쟁이 사라지고 하루빨리 일상을 되찾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늘 되풀이되던 일상이 지겨운(?) 것이 아니라 되찾고 싶은 소중한 것이 되어버린 요즈음이다. 흔들리는 일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