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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Feb 14. 2023

전입신고

 월세로 있던 숙소가 갑자기 나가버리는 바람에 급하게 숙소 짐을 양평집으로 모두 옮겼다. 날짜는 아무 때나 상관없다고 했더니, 계약한 지 하루 만에 집을 비우라고 한다.

 전부터 미리미리 조금씩 옮겨두다가, 9일  약식 이사를 한 후라 남은 이삿짐을 한 번에 자차로 모두 옮겼다.

 손 없는 날을 따져 이사해 본 적은 없지만 이번에는  집을 지어서 들어가는 특별한  이사라, 손 없는 날을 따져  짐을 옮겼다. 밥솥이 중요하다 하여 제일 먼저 밥솥을 챙겨가지고 입성을 한 것이 2월 9일이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숙소는 그동안 산행 후의 숙박지로, 또 집짓는 일 때문에 양평 올 때마다 우리에게 좋은 쉼터가 되어주었는데, 이제는 정말로 굿바이다.
 6개월이면 집 짓는 걸 시작할 수 있을 줄 알고 분양업자 말만 믿고 시작한 집짓기가  1년 반이 지나서야 마침표를 찍었다. 집 지으면 10년 늙는다는데, 그래도 1년 반만 늙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어제로 사흘째 1박이다. 아침에 마지막 가구인 화장대를 접수하고, 이제는 일상이 될 물소리길 산책을 시작했다.

 아직은 풍경 속에서 봄을 느낄 수는 없지만 뺨에 닿는 바람과 햇살의 느낌은 봄이 이미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다.

  남편이 양평읍 사무소까지 걷자고 한다. 아직 건축물대장에는 기재되지 않았지만, 주소가 나왔으니 전입신고가 되는지 가 보자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에는 된다 안된다 의견이 분분하니, 직접 가서 알아보기로 했다.
 결론은 된다! 였다.
 주소가 옮겨졌다.
 앞으로 서울집이 팔릴 때까지 32촌 또는 23촌을 해야겠지만, 이미 양평집에 마음이 더 많이 가 있는 느낌이다.
 신림동에서 16년 살았으니 꽤 오래 살았다.
 동네 구석구석, 관악산 둘레길 구석구석 꽤 많이 익숙해서 떠날 수 있으려나 싶지만, 양평 가면 또 이 구석 저 구석 눈에 들어와 친숙해지는 중이라 별로 걱정은 안 된다.
 마을이 새로 개발된 주택단지 끝 쪽이라, 드나드는 사람도 별로 없고, 빈 택지도 많이 있어서 한적하다. 그야말로 사람 구경하기 힘들다. 아직 추울 때라 그런지, 꽃밭 가꾸는 계절이 되면 사람 구경도 좀 할 수 있을까.
 자전거길에서 집을 찍어봤는데, 역광이라 잘 안 보이지만, 그래도 올려본다.

 이건 좀 더 가까이 논길에서 찍은 것이다.

 집 오른쪽이 6m 도로인데, 집을 들락거릴 때마다 하늘 보며 감탄한다. 오늘도 "아! 하늘 봐~"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조금씩 가져온 짐 정리도 하고, 빈 마당에 그림도 그리다가, 2시간 걸려 서울로 돌아왔다.
 집안 가득 모종들이 화분이 좁다고 아우성인데, 아직은 꽃밭이 준비도 안 되었고, 밤에는 영하로 떨어질 수도 있어서 섣불리 양평으로 옮길 수가 없다.

  사용 승인 나는 대로 조경 공사하고 구근류부터 바로 옮겨줄 생각이다. 실내에서 키워서 햇빛 적응을 시킨 다음에 화단에 옮겨심어야겠지.

나는 지금 무척이나 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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