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로 있던 숙소가 갑자기 나가버리는 바람에 급하게 숙소 짐을 양평집으로 모두 옮겼다. 날짜는 아무 때나 상관없다고 했더니, 계약한 지 하루 만에 집을 비우라고 한다.
전부터 미리미리 조금씩 옮겨두다가, 9일 약식 이사를 한 후라 남은 이삿짐을 한 번에 자차로 모두 옮겼다.
손 없는 날을 따져 이사해 본 적은 없지만 이번에는 집을 지어서 들어가는 특별한 이사라, 손 없는 날을 따져 짐을 옮겼다. 밥솥이 중요하다 하여 제일 먼저 밥솥을 챙겨가지고 입성을 한 것이 2월 9일이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숙소는 그동안 산행 후의 숙박지로, 또 집짓는 일 때문에 양평 올 때마다 우리에게 좋은 쉼터가 되어주었는데, 이제는 정말로 굿바이다. 6개월이면 집 짓는 걸 시작할 수 있을 줄 알고 분양업자 말만 믿고 시작한 집짓기가 1년 반이 지나서야 마침표를 찍었다. 집 지으면 10년 늙는다는데, 그래도 1년 반만 늙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어제로 사흘째 1박이다. 아침에 마지막 가구인 화장대를 접수하고, 이제는 일상이 될 물소리길 산책을 시작했다.
아직은 풍경 속에서 봄을 느낄 수는 없지만 뺨에 닿는 바람과 햇살의 느낌은 봄이 이미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다.
남편이 양평읍 사무소까지 걷자고 한다. 아직 건축물대장에는 기재되지 않았지만, 주소가 나왔으니 전입신고가 되는지 가 보자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에는 된다 안된다 의견이 분분하니, 직접 가서 알아보기로 했다. 결론은 된다! 였다. 주소가 옮겨졌다. 앞으로 서울집이 팔릴 때까지 3도 2촌 또는 2도 3촌을 해야겠지만, 이미 양평집에 마음이 더 많이 가 있는 느낌이다. 신림동에서 16년 살았으니 꽤 오래 살았다. 동네 구석구석, 관악산 둘레길 구석구석 꽤 많이 익숙해서 떠날 수 있으려나 싶지만, 양평 가면 또 이 구석 저 구석 눈에 들어와 친숙해지는 중이라 별로 걱정은 안 된다. 마을이 새로 개발된 주택단지 끝 쪽이라, 드나드는 사람도 별로 없고, 빈 택지도 많이 있어서 한적하다. 그야말로 사람 구경하기 힘들다. 아직 추울 때라 그런지, 꽃밭 가꾸는 계절이 되면 사람 구경도 좀 할 수 있을까. 자전거길에서 집을 찍어봤는데, 역광이라 잘 안 보이지만, 그래도 올려본다.
이건 좀 더 가까이 논길에서 찍은 것이다.
집 오른쪽이 6m 도로인데, 집을 들락거릴 때마다 하늘 보며 감탄한다. 오늘도 "아! 하늘 봐~"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조금씩 가져온 짐 정리도 하고, 빈 마당에 그림도 그리다가, 2시간 걸려 서울로 돌아왔다. 집안 가득 모종들이 화분이 좁다고 아우성인데, 아직은 꽃밭이 준비도 안 되었고, 밤에는 영하로 떨어질 수도 있어서 섣불리 양평으로 옮길 수가 없다.
사용 승인 나는 대로 조경 공사하고 구근류부터 바로 옮겨줄 생각이다. 실내에서 키워서 햇빛 적응을 시킨 다음에 화단에 옮겨심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