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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Feb 22. 2023

자살가게

<책리뷰> 자살가게(장 퇼레)

  <자살가게>를 읽은 지 오래되었는데, 이제야 리뷰를 올린다. 사실, 이 책을 다 읽고 책을 덮은 날이 1월 21일이었다. 다음날이 설날이라 차마 이런 제목으로 리뷰를 쓰기가 어려웠다.

 처음 책 제목을 보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도대체 이 소설의 작가는 이런 제목으로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었을까. 매우 궁금했다.

 소설은 무한 창작의 세계다. 내가 보기에 소설은 작가의  모든 상상이 맘껏 펼쳐지는 마당이다. 그러나 사실에 기반을 두어야 하고, 지식 면에서도 오류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들은 자신의 상상이 소설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사실과 지식을 탄탄하게 보유하기 위하여 끝없는 취재의 열정을 아끼지 않는다.

 작가는 그런 수고로움을 즐긴 듯 이야기 곳곳에 '자살!'에 대한 사실적인 표현과 지식을 버무린 상상의 만찬을 끌어내 놓는다.

 설마! 소설을 쓰면서 자살을 권유하려는 생각은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책을 열었다.


 아뿔싸. 온갖 자살도구와 약품, 독약 제조법,  자살하는 방법에 대한 기술이 총망라된다.

 목매달기 쉬운 밧줄, 독이 되는 약품, 독약을 생산하는 동식물, 한 방에 끝낼 수 있는 권총, 할복자살을 위한 기모노와 칼 세트,  투신용으로 몸에 매다는 블록, 독이 든 사탕까지. 읽은 후에 지식 관련 내용들이 머리에 깊이 남지 않아 다행이다 싶다.

 때는 언제인지 확실치는 않으나 황산비가 쏟아지고, 공해로 찌든 세상을 묘사하고 있다.

 더는 계절의 변화도 없다. 무지개는 부러졌고 눈발은 접은 지 오래.~ 땅으로부터 내쏘는 환상적인 회전 탐조등들은 우중충한 하늘을 훑으면서 대기의 오염 물질들을 ~힘껏 날아오른 새들은 이곳까지 헤매고 왔다가 숨이 막히고 심장 발작을 일으켜 건물들 위에서 죽어가고~

 이런 세상에서 사람들은 악몽을 꾸고, 날마다 죽기를 소원한다.

 실패한 삶을 사셨습니까? 저희 가게로 오십시오.당신의 죽음만큼은 성공을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이런 섬뜩한 문안을 내걸고 대대로 자살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튀바슈 가문은 아이들이 절대 웃지 않으며, 아름다운 음악 대신 장송곡을 즐기고, 잠자리 동화 대신 클레오파트라가 어떻게 자살했는지를 들으며 자란다.

 그런데, 예정에 없던 셋째 알랑(이름도 밝다.)이 태어나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작은 것만으로도 우린 행복할 수 있다네. 정말이지 작은 것만으로도... 그대 마음에서 모든 시름 다 떨쳐버리고 인생의 좋은 면을 보도록 하세!"

  알랑이 즐겨 부르는 노래 가사('정글북'에 나오는 곰 발루가 부르는 노래)에서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엿볼 수 있지 않은가.

 18살 성년이 된 기념으로 생일날 선물로 외동딸 마릴린의 몸에 방울뱀이 품은 것처럼 독약을 주입하여 마릴린의 침샘에서 독이 만들어지도록 한다. 마릴린과 키스하는 사람은 독 기운으로 사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죽고 싶으세요? 저에게 키스하세요."

 <책리뷰> 불편한 편의점 2(김호연)  사랑에 눈뜬 마릴린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키스를 할 수 없음에 절규를 하는데,

 알랑은 그날 누나의 주사약 속의 독약을 빼서 버리고 포도당을 넣어 두었음을 실토한다!

자살가게의 온갖 상품을 망가뜨리고, 자살 약을 사러 온 사람을 방해하자 화가 난 아버지는 알랑을 자살특공대 연수를 받도록 보내버린다.

 하지만, 자살특공대에 가서도 주변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바람에 교육에 실패한 교관이 자폭해 버린다. 결국 퇴소. 알랑은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형 뱅상의 예술성을 죽음이란 주제에서 벗어나 웃음을 주는 가면 만드는 일로 전환시킨다. 물론 형도 만성적인 지독한 두통에서 해방되고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가면은 콧잔등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 거울을 붙여두었을 뿐이다!  

 알랑은 외모(공해 때문일까. 괴상하게 생긴 모습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때문에 자살가게를 찾아온 손님에게 못난 모습을 비관하고 미워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라고 조언한다.

 삶이란 있는 그대로의 삶 자체를 말하는 것이에요~서툴거나 부족하면 서툴고 부족한 그대로 삶은 스스로 담당하는 몫이 있느는 법입니다. 삶에 그 이상 지나친 것을 바라선 안 되는 거예요. 다들 그 이상을 바라기 때문에 삶을 말살하려 드는 겁니다!

 그녀의 가면을 댁으로 가져가세요.

 그녀에게 웃어주세요. 그러면 그녀 또한 웃어줄 겁니다. 잘 돌봐주세요. 그녀에겐 애정이 필요하거든요.

 잘 씻겨주고, 향수도 뿌려주고, 옷도 예쁘게 입혀주세요~손님의 친구가 되고, 의논 상대가 되어줄 것이며, 둘이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될 거예요.

 인용이 길었다. 자살가게는 더 이상 자살가게가 아니며,  절대로 자살에 성공할 수 없는 장난감 자살도구를 팔면서 앞서 소개한 섬뜩한 문안이 아닌 '야호, 신난다!'라고 쓰인 쇼핑백에 넣어준다. 청산가리가 들어있지 않은 맛있는 크레이프, 독사과가 아닌 신선한 사과주스를 파는 가게가 되었다.

 하지만 아버지까지 변하기에는 한 가지 사건이 더 남았다.

 생방송 텔레비전 뉴스에 나온 총독과 모든 각료, 대신들이 동반자살을 계획하여 주문한 칵테일에 독 대신 웃음 가스를 넣어 보내는 바람에 방송 사고가 나 버리고 만다. 동반 자살 대신 웃음보따리가 터져버려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것이다. 야호! 이 모든 일을 열한 살 먹은 알랑이 한 일이었다.

 그러나 화가 난 아버지에 놀라 뒷걸음치던 알랑이 창밖으로 떨어지고, 형 뱅상이 항상 머리에 감고 있던 터번을 풀어 아슬아슬하게 홈통에  매달린 알랑에게 건넨다.

 필사의 구출이 시작되고, 온 가족이 힘을 합쳐 아이를 끌어올리는 동안, 가족들은 자살가게의 행복한 변신을 꿈꾸며 즐거워지는데...

 작가는 왜 알랑의 손을 놓게 만들었을까. 너무나 손쉽게 행복해지는 것이 마땅치 않았을까. 함께 행복할 수 있었을 텐데,

 온 가족의 행복과 미래에 대한 신념이 가득한 환한 웃음에 꼭 대가를 지불하게 해야겠다는 작가의 무거운 꾸지람인 듯싶다.

 남겨진 가족들은, 이미 알랑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행복을 꿈꾸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도 그들의 몫으로 감내해야 할 운명. 그래서 더 값진 사랑과 행복을 실천하게 될까.

 역자는 '옮긴이의 글' 마지막에 마디를 던진다.

  웬만하면 자살하지 말자!

 이 말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리라.


 나는 자살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 생을 너무나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다. 특별히 잘난 것도 없고 부족한 것도 많으나(이건 상대적인 것이며 개인적인 의견이다.) 다른 사람들을 고민이 될 정도로 부러워한 적이 없다. 나는 나로서 만족하고 그래서 행복하기 때문이다.

 작가도 알랑의 입을 빌어 자신을 사랑하라고 한다. 자신과 친구가 되고, 자신을 보살펴주라고 한다. 또한 작은 것에 만족하고 인생의 좋은 면을 보라고 한다.

 죽고 나면 천국이 있는지 지옥이 있는지 죽어보지 않아서 나는 모른다.

 불교에서 윤회를 이야기하지만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으니(다 잊어버린다고 한다.^^) 그 또한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내가 겪어온 과거와, 지금 보이는 현재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미래만 알뿐이다.

 그래서 나는 내게 주어진 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소중히 여기고 열심히 살아갈 생각이다.

 우리, 자신을 사랑하고!

 절대 자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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