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가 말하는 소설 쓰는 법
<책리뷰> 김호연의 작업실(김호연)
양평에 주택을 지어 이사하기로 마음먹고, 집 짓기 전에 설계도를 그려보았다.
이층에 만든 나만의 공간. 그 방의 이름이 작업실이다.
물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도 작업실이 있다. 미싱을 하고 서틀지만 늦게 배운 악기 연습도 하는 공간이다. 나만 쓰는 공간에 내가 붙인 이름이 '작업실'이다.
서평단 자격으로 처음 손에 잡은 책 <김호연의 작업실>의 '작업실'도 작가만의 공간을 뜻하는 것이리라.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나 말고 함께 사는 식구가 있고, 김호연 작가는 당시 혼자 사는 일인 가정이었다. 그런데도 나만의 공간?
작가는 생활 공간과 집필 공간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아예 작업실은 집 밖에서 얻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호연의 작업실'의 서평을 신청했을 때, 이미 나는 불편한 편의점 1,2권의 리뷰를 블로그에 올렸고, 그의 데뷔작인 <망원동 브라더스>를 읽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 주변에 흔히 눈에 띄는 편의점, 옥탑방을 배경으로 쉽게 만날 수 있는 알바생, 고객,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을 등장시켜 흔하지는 않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가서 참 재미나게 읽었다. 읽은 후에도 교훈이 남는, 읽기에는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소설들을 쓴 작가가 궁금하였다.
작가의 집 근처에 편의점이 있었을 거야, 옥탑방에서 글쓰기에 정진한 경험이 있을 지도 몰라. 캐릭터 중에는 작가 주변 인물도 있음직해. 소설을 쓰기 위해 취재를 하고, 플롯을 구성하고, 집필을 했겠지? 어디서 어떻게 찾고 어떤 방법으로 썼을까?
'김호연의 작업실'은 소설이 아니다. 소설을 쓰는 자신의 방식과 경험을 담아낸 책이다.
소설가 지망생이 읽으면 정말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성공한 경영인, 유명 연예인이 되고 싶은 사람이 이미 그것을 이룬 사람의 경험담을 담은 글을 읽고, 조언한 대로 따라 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작가가 조언한 대로 따라 하다 보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소설가 지망생이라서 이 책을 본 것이 아니라 김호연 작가의 실제가 궁금해서 선택을 했다. 나같이 불편한 편의점을 비롯한 재미있는 책들을 어떻게 썼는지 궁금한 독자가 읽어도 그 궁금증이 다 해소될만한 책이다.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무의미하다. 원하는 사람은 책을 찾아 읽으면 된다.
그래도 소개를 하자면 '소설 작업 친구들'이다. 작업실, 루틴, 산책, 독서. 이 네 가지 요소가 작가가 소설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되는 친구들이라고 한다.
공간을 확보하고(작업실 구하기 3대 조건. 정 구하기 힘들면 카페도 좋다.), 규칙적인 루틴을 만들고, 건강과 휴식과 아이디어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산책, 소설가의 밥이 되는 독서.
그런 다음 본격적인 집필을 위해서는 아이템 만들기, 제목 정하기, 소설 창작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들, 작업실 구하기 등 작가의 경험담들이 구체적으로 서술되고, 조언도 곁들인다.
본인의 소설을 분석하여 캐릭터 구상 과정을 설명하고, 인상 깊게 읽은 7권의 소설을 분석하여 소개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언감생심 소설가를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재미나게 읽은 소설가의 생활을 알고 싶은 나의 욕구가 시원하게 해소되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작가는 마무리 단계에서 이렇게 말한다.
작업 공간을 상상하고 소설을 쓰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는 것이라고~
대학 선택을 하려던 고3 때, 일제강점기에 복잡하게 얽힌 가족 역사를 소설로 쓰고 싶어 일본어를 전공할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뜻대로 이루지 못하고, 우리 집안의 가족사도 묻혀버릴 형편이 되었는데, 새로 만든 이층 작업실에서 소설을 쓰는 내 모습을 아주 잠시 상상해 보았다. 나도 이미 소설을 쓰고 있는 것인가~
<YES 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