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지만 괜찮은 편의점
<책리뷰> 불편한 편의점 2(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2의 리뷰를 시작한다.
시점은 1권 이후 약 1년 반 후로 설정되었다.
1권 발행이 21년 4월, 2권 발행이 22년 8월인 점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그 사이 청파동 불편한 편의점은 그대로이나 주요 등장인물에 약간의 변화가 있다.
주연이던 독고 씨는 마지막에 한 번 등장한다. 시현도 짧게 등장하여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역할을 한다.
야간 알바 곽 씨는 2권 첫머리에서 편의점을 그만두고 귀향을 결정한다.
대신 홍금보라는 별명을 내세운 연극배우 출신의 알바 황근배가 등장해서 독고 씨의 바톤을 이어받고, 염영숙 여사의 아들 강민식, 배우 출신 희극 작가 정인경이 이야기의 전개를 돕는다. 물론! 이야기의 중심은 편의점의 원 주인 염영숙 여사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소설이다. 모든 것이 삐꺽거리고, 어렵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힘겨운 시절에, 그 어려운 문제들을 따뜻한 인간미로 하나씩 풀어가는 이야기. 작가는 1권에 이어 2권에서도 '인생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라고 강조한다.
현시대를 옮겨놓은 만큼, 사회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
성형외과 의료 사고(1권) 외에도 노인의 치매, 가족 간의 재산 다툼, 백수의 무기력한 생활, 젊은이들의 취직 고민, 가정의 불화로 인한 십 대의 방황, 자영업 및 예술인들의 어려움 등이 등장하고, 해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속에는 사람들의 문제에 관심을 주고, 자신의 일처럼 문제 해결을 도와주는 따뜻한 마음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봐, 아직은 세상이 살만하잖아. 인생은 문제가 없을 수는 없어. 그렇지만 그 문제를 함께 마음을 맞대고 해결할 수 있잖아. 조금만 아주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된다고.
그 마음은 작가의 마음에서 염 여사의 마음으로, 독고 씨나 곽 씨, 희곡 작가 정인경의 마음으로.
드디어는 독고 씨의 배역을 맡아 독고 씨를 연구하기 위해 편의점 ALWAYS에 야간 알바로 취직한 황근배의 마음으로 연결되어 모든 발생한 문제를 해피엔딩으로 돌려놓는다.
코로나로 인한 커다란 생활 변화를 우리는 무려 3년이나 견디고 살았다. 물론 이생망(이번 생에는 망했다.)으로 실패한 인생이 없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
살았다. 살아지더라. 걱정 따위 지우고, 비교 따위 버리니.
우리를 살린 건 백신일 수도 있고, 그럭저럭 견디며 참아낸 인내력이기도 하지만, 서로 간에 주고받는 따뜻한 마음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수 강민식이 정신 차리고 편의점 야간 오너(사장) 근무를 하게 된 일, 민식의 누나와 재산 다툼 해결, 고깃집 꼰대 최사장의 마음 문 열기, 점장 오선숙의 아들과의 소통, 방황하던 고교생 민규의 독서와 친하기 프로젝트 성공, 시현의 번역 일 시작, 준성과 다시 만남. 하나하나 해결된 문제들이다. 혹시 빠뜨린 게 있는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올려진 연극 <불편한 편의점>. 독고와 염 여사의 만남!으로 이야기가 종결된다.
편의점 백화점이 아니라 만화점이라고 표현하는 작가는 편의점이 많은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수시로 오가며, 필요한 물건만 사는 게 아니라 쉬기도 하고 마음도 주고받는 곳임을 두 권의 책을 통해 보여주었다.
전편 리뷰에서 나는 편의점을 잘 가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둘레길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 도시락 사자."
고 남편에게 말했다. 책에 나오는 '산해진미' 도시락은 아니지만, 점심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간단히, 편하게 해결하였다.
내게 편의점이 더 가까워졌다. 직원의 일하는 모습도 오선숙 점장이나 등장하는 여러 알바 직원을 떠올리며 쓰윽 훑어본다. 기분 나빠하지 마시길. 관심의 표현이다.
요즘 세상, 어렵고 힘든 일이 많기는 하다. 어둡게 살 필요가 뭐가 있는가. 그렇다고 더 나아지는가.
"문제? 해결하면 돼!"
현재 일에 집중하고, 함께 지혜를 모으면 오히려 더 잘 해결됨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지 않는가.
인터넷으로 비누곽을 세 개 주문했더니 전선 정리 스네이크 커버가 세 개 왔다. 해당 인터넷 쇼핑몰에 신고를 하고, 판매자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전화를 안 받는다. 그래도 해결되겠지. 인생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글 중에 나오는 간헐적 단식이나 비건(채식주의)은 내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아주 큰, 따라 하기 힘든 희망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