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이야기
<책리뷰>불편한 편의점(김호연)
<불편한 편의점>을 처음 리뷰한 것은 22년 12월 26일이었다. 제대로 읽기나 했는지. 그때 쓴 내용을 보니까 편의점 알바하는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에피소드 중심의 이야기라고 적어놓았다.
젊은 여성 알바인 시현은 주인공 독고 씨를 편의점 직원으로 탈바꿈 시켜 준 공로자다. 다시 읽어보니 얼마나 건성으로 읽었는지 미안할 지경이다.
읽어나가는 동안 불편함이 없이 편했다. 이런 소재로, 이런 전개로도 소설이 될 수 있구나 하는 발견을 한 소설이다.
아, 나도 글을 쉽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 주었다. 하지만 소설은 나의 분야가 아니다. 소설은 창작이다.
주변에 얼마든지 있는 이웃, 일어날 수 있는 일, 편한 이야기... 그런데도 긴 글로 구성해 한 권의 책으로 만든 소설. 참 편하게 썼는데도 지루하지 않은... 끝나고 빙그레 웃음 지어지는 소설.
<불편한 편의점 2>를 읽었다. 단편적인 에피소드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전편의 등장인물들이 다시 등장하고,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를 조각보 작품 완성하듯이 꺼내어 큰 그림을 만들어 낸 느낌이었다. 전편을 다시 다운받아 읽어보았다.
후편의 리뷰는 나중에 다시 쓸 생각이다.
편의점 사장인 정년퇴직한 역사 교사 출신 염영숙 여사, 독고라고 불리는 노숙자 출신의 알바 점원,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인 젊은 여성 알바인 시현, 게임에 빠진 백수 아들과 사는 점장인 오선숙, 편의점 운영에는 관심 없고 편의점 팔아 한 탕 하고 싶어 하는 염 여사의 아들 민식, 전직 경찰 흥신소 곽 씨 등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아, 그리고 편의점 손님인 작가 정인경의 존재도 잊으면 안 된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편의점, 쉽게 만날 수 있는 인물과 쉽게 접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한데 묶여 편안한 호흡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실 나는 편의점을 거의 가지 않는다. 편의점은 카드회사에서 제공하는 보너스에 당첨되었을 때나 찾는 곳이다. 가끔 커피 쿠폰이나, 몇 만 원짜리 편의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보너스가 걸리면, 그 돈을 쓰기 위해 편의점 커피나 도시락을 산다.
편의점은 무엇이든 다 팔지만, 내가 필요로 하는 물건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도 곳곳에 편의점이 많은 것을 보면 그곳을 편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리라.
요즘은 웬만한 읍이나 면 소재지에도 편의점을 찾아볼 수 있다.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 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란걸,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서울역에서 지갑을 잃어버린 일은 주변에서 쉽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노숙자가 지갑을 찾아준 일은 쉽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노숙자의 과거가 의료사고로 인생을 말아먹고 기억상실증에 걸려버린 의사일 가능성은 있지만, 그 노숙자를 편의점 알바로 채용하는 편의점 사장도 이 세상에 존재하기 어렵다.
사장 아들의 사주를 받고 독고 씨의 뒤를 미행하던 곽 씨가 오히려 편의점을 그만두는 독고 씨의 후임으로 취직하는 것도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재미다.
편의점은 다양하고 충분한 상품들과, 꾸준한 이벤트로 손님을 끌어모아야 성공할 수 있는데도, 돈 더 버는 일보다 직원들의 생계를 신경 쓰는 70대 여 사장이 운영하는 편의점은 그래서 불편하단다. 북적대는 장사 잘 되는 편의점 대신 불편한 편의점은 손님이 적어서 점원들이 여유가 있고 드나드는 손님들과 점원 사이에 교감도 있다.
쌍둥이 아빠에게 원 플러스 원 초콜릿을 사가지고 가라고 권하고, 동네 할머니 집까지 물건을 배달해 주기도 하고, 추운데 야외 테이블에서 혼술 하는 손님에게 열풍기를 마련해서 따뜻하게 해 주는 마음 씀씀이가 훈훈하다.
점장 오선숙이 하는 아들과의 불통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삼각김밥과 손 편지 처방을 내려주기도 한다.
그 사이 그는 기억을 되찾기 시작했다. 자신이 낸 의료사고 사망자가 있는 추모공원을 찾아가 과거와 화해를 한다.
가족이 대구에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 편의점을 그만 두고 코로나로 어려움에 처한 대구로 의료 봉사를 하러 떠난다.
선한 영향력은 염 사장과 점원 독고를 중심으로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퍼진다.
<사람은 연결되어 있다.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다.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
나는 선한 영향력이 있는가. 나는 사람들과, 특히 내 주변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가. 나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소설 내내 등장하는 술을 대신한 옥수수수염차가 몸에 좋다는데, 열심히 찾아 마셔야겠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니까 조용해졌단다. 그래도 이제 마스크를 벗고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