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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변산 산행과 변산바람꽃

내변산 산행/ 청림마을 변산바람꽃, 노루귀를 만나다

by 세온


내변산을 가고 싶었다. 블로그에 야생화를 전문으로 찍는 분들이 얼마 전부터 변산바람꽃을 앞다투어 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변산반도국립공원에 있는 내변산은 우리가 즐겨 찾는 산 중의 하나다. 물론 정상인 관음봉까지 가는 길은 좀 험하지만, 직소폭포 - 재백이고개까지 가는 계곡길은 둘레길같이 편한 데다 여름에도 시원해서 자주 찾는 곳이다.

내변산탐방지원센터 부근의 가마소삼거리 쪽으로 가는 등산로 입구에 변산바람꽃 자생지가 있다.

22년 5월 변산바람꽃 자생지

그곳을 방문했을 때가 5월이었기 때문에 꽃을 본 적이 없는 우리는 변산바람꽃의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꽃 필 때쯤 꼭 가 보고 싶었다.

2월 말에서 3월 초에 꽃이 핀다는 정보를 얻고 시간을 재다가, 방문한 날짜가 3월 2일. 하필 산불조심 기간으로 입산 통제가 시작된 날이었다. 전화로 꽃을 보러 들어갈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지만 통화에 실패. 대신 청림마을로 향했다.

너무 알려지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서 자생지가 많이 훼손되어 야생화 탐방객들 사이에 더 이상 찾지 않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그래도 몇 포기는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찾아간 청림마을에서 귀한 변산바람꽃을 만나고 왔다.

야생화를 지정하고 그 장소를 찾으러 간 것은 처음이다. 우리는 주로 산행을 하다가 만난 야생화를 보이는 대로 카메라에 담아 오는 편이었는데, '변산바람꽃'을 찾으러 '청림마을'로 간 것은 또 한걸음 발전한 셈이다.

그렇다고 더 좋은 장비(카메라)를 마련하고, 야생화 촬영에 대한 공부를 깊이 할 만큼은 아니고. 그래도 접사렌즈는 하나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였다. 등산 갈 때는 못 가져가더라도, 이번처럼 꽃만 찍으러 갈 때는 활용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청림마을 마을회관을 무턱대고 찾아갔더니 마침 그곳에 모이는 마을 어르신들이 점심때에 맞추어 모이고 있었다. 변산바람꽃의 위치를 물어보니 귀찮을 법도 한데,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다. 또 가까이 가서도 장소를 못 찾아 헤매는 우리에게 장소를 가르쳐 주신 동네 아주머니께도 감사하다. 야생화를 만나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려 꽃을 찍을 수 있게 양보하고 배려해 주신 탐방객들도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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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5시 반에 집을 나서서 도중에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들머리인 원암마을(전북 부안군 진서면)에 주차를 하고 재백이고개 쪽으로 올라갔다. 산행 코스를 원암마을 - 재백이고개 - 관음봉삼거리 - 내소사 - (청련암) - 원암마을로 잡았다. 내소사에 홍매도 볼 겸 청련암으로 가는 길에 변산바람꽃과 노루귀가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오늘은 정상인 관음봉은 가지 않기로 했다.

양심거울에 비친 예쁜 풍경을 담고 출발했다. CCTV가 노려보고 있는 느낌이다.

등산로에 예쁘게 울타리를 만들어 놓았다. 전에 왔을 때는 없던 것이다.

길은 별로 험하지 않았지만 이런 바위도 눈을 즐겁게 해 준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데, 바람이 거세다. 우리가 산행하면서 만난 소백산 바람, 두타산 바람, 선자령 바람과 비교하면서 걸었다. 어찌나 세게 불던지 모자도 몇 번 날려갔다.

보통 내변산탐방지원센터에서 재백이고개까지 왔다가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많이 걸었다. 제일 만한 코스다.

내변산탐방지원센터 - 세봉삼거리 - 관음봉 코스도 몇 번 왔었는데, 3월 2일부터 통제다.

경사가 제법 있는 길인데, 계단을 많이 설치해 놓아서 전보다 힘이 덜 들었다. 쉼터도 잘 조성해 놓았다.

'약 10분간 휴식으로 100세까지 건강한 삶을 즐기십시오.' 란 글이 안내판에 있었다.

100세까지 살고 싶지는 않지만 죽는 날까지는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10분간 휴식하려다가, 아직은 쉴 시간이 아닌 것 같아서 통과했다.

사계절 푸르른 조릿대.

산을 올라갈수록 조금씩 풍경이 바뀐다.

내변산을 다니기 시작한 2005년부터 변하지 않은 게 난간이다. 이 산의 특징이 대부분 이런 바위인데, 한 덩어리로 된 커다란 암석이 갈래갈래 떨어져 나가며 풍화가 된다. 위험하고 비가 오면 더욱 미끄러운 등산로에 튼튼하게 박힌 철제 난간은 앞으로도 몇십 년은 더 지탱해 줄 듯 든든하다.

경사가 급해서 스틱은 왼손에 모아 쥐고, 오른손으로 밧줄을 잡고 오르듯이 난간을 잡고 걸어야 한다.

바위에 발 디디기 쉽게 철제 발판을 앙카로 튼튼하게 박아놓았다.

옆으로 누운 소나무 가지가 신기하다.

곰소항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전망이 탁 트인 쉼터가 있었다. 여기서 건강한 삶을 위한 10분간 쉬기를 하였다.

정상 관음봉의 모습이다. 이번에는 오르지 않고 그냥 보기만 하는 걸로.

관음봉삼거리에서 내소사 쪽으로 향한다. 내소사를 들머리로 관음봉까지 갔다가 원점회귀하는 코스(왕복 4km 정도)가 가장 짧고 쉬운 편이라 일반 산행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지난 가을 화려했을 단풍나무색이 아직 남아서 조릿대의 녹색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내소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관음봉 주변도 거대한 하나의 바위 덩어리로 보인다.

단아한 모습의 내소사가 손에 잡힐 듯하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저곳에서는 바람도 잔잔할 듯하다.

내소사에서 관음봉으로 갈 때는 이곳을 통과해서 올라가면 된다.

내소사에 노랑 상사화가 유명하다.

내소사 전나무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길이다.

꽃무릇도 봄을 맞이하기 위해 기운을 내고 있다.

내소사까지는 단풍나무 길이다. 가지가 빨간색을 띠고 있다.

오래된 배롱나무도 꽃이 피면 멋지겠다.

내소사에 왔으니 한 바퀴 돌며 절의 풍경을 담아본다.

천왕문

멋진 수형의 이 나무는 뜻밖에 산수유다

대웅보전

홍매를 찾아 헤매다가 청련암 표지판을 보고 따라가 보았다.

홍매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매화도 몇 송이 피었다.

꽃이 얼마나 귀한지. 흐드러지게 핀 꽃도 아름답지만, 꽃이 적게 피니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청련암 쪽으로 올라가다가 아무래도 우리끼리 변산바람꽃과 노루귀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청림마을로 가기로 하고 되돌아 나왔다.

나오는 길에 내소사에 대한 유래도 읽어본다. 뜻이 참 좋다. '이곳에 오면 새롭게 태어난다.'

숲해설가와 함께 하는 단체관광객들의 모습이 보였다. 분위기가 매우 진지하다.

"전나무는 양수가 아니라 음수입니다. 그래서 뿌리가 깊게 내려가지 않고 옆으로 퍼져서 자랍니다." 훔쳐 들은 이야기는 왜 전나무가 태풍에 많이 쓰러져있는가를 설명하는 내용인 듯하다. 여기저기 쓰러진 전나무가 좀 있었는데, 일부러 치우지 않은 것 같았다.

내소사에는 두 그루의 당산나무가 있다. 천왕문 안쪽에 있는 할머니 당산나무와 일주문 앞의 할아버지 당산나무다. 1000년의 긴 세월 동안 마을지킴이 역할을 해 온 두 그루의 성스러운 느티나무에게 매년 1월 14일이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위하여 마을 주민들과 스님들이 제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일주문

내소사에서 원암마을을 거쳐서 출발점으로 향했다.

돌아가는 길에 시골 냄새가 물씬 풍기는 주택 모습을 담아본다.

내변산(원암마을 주차장 - 관음봉삼거리 - 내소사 - 원암마을 주차장) 산행 거리는 6.4km, 3시간 15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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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림마을로 왔다.

"마을회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저기 보이는 산소까지 가서 계곡을 따라 걸어가면 돼요."

친절한 어르신이 일러주신 대로 했다.

야생화를 만나면 그 앞에 무릎 꿇어 절을 한다고 하더니, 아예 드러누웠다. 멋진 한 장의 사진을 위하여.

드디어 변산바람꽃을 만났다!

얼마나 귀티 나고 예쁜지. 넓지도 않은 지역에 여기저기 피어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정말 반가웠다.

접사가 안 되는 카메라로는 제대로 예쁜 모습을 담기 어려웠다.

아까 누워서 찍던 곳에 분홍 노루귀가 있었다! 노루귀도 이번에 처음 본 꽃이다.

흰색 노루귀도 만났다. 얼마나 작고 앙증맞은지, 자세히 봐야 보이는 꽃이다. 하마터면 밟을 뻔했다.

귀하고 귀한 꽃을 오늘 처음 보았다. 행운의 날이다.

보이는 봉우리는 쇠뿔바위라고 한다. '변산반도국립공원 청림지구'라고 산행코스가 소개되어 있었다.

파란 하늘과 푸른 숲, 맑은 계곡이 있는 청림마을에 변산바람꽃과 노루귀가 계속 잘 보존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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