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살기
<책리뷰> 그냥 밥 먹자는 말이 아닐지도 몰라(양희경)
"밥은 먹고 다니니?"
"밥 한 번 먹자."
"밥심으로 산다."
밥은 한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음식이다. 적어도 우리 세대에는 그렇다.
요즘 아이들은 아침은 생략하거나, 시리얼을 우유에 타서 먹고, 저녁은 배달 음식 등 외식 메뉴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편이다. 점심 급식이 없다면 밥은 하루에 한 끼도 안 먹는 날이 많았을 것 같다.
연극배우이자 나레이터를 오래 했고, 탤런트로도 여러 번 출연하여 익숙한 그녀는 더 유명한 가수 양희은 님의 동생이다.
나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직업이나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에세이를 즐겨 읽는 편이다.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오면서 어려운 고비는 없었을까, 재미난 에피소드도 있겠지 등등의 호기심이 발동한다.
살아온 이야기가 이어져 오는 사이사이에 쓸만한 레시피가 끼어있는 게 특색이다. 전자책이면 기한을 생각해서 옮겨 적었을 텐데, 종이책으로 받아서 다행이다.
특히 간젓장은 꽤 쓸만한 것 같아서 따라 해 볼 생각이다.
어린 시절 어려운 집안 형편에 자매끼리 혹은 가장 역할로, 혹은 엄마 역할로 서로 의지하면서 어려운 고비를 이겨낸 이야기가 안쓰럽다.
하지만 진주가 아픔을 견뎌야 만들어지듯이 희은, 희경 자매의 성공 스토리는 보석 같은 귀감이 되는 이야기다.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희경님은 목소리 크고 동작도 크고 오지랖도 넓어 보이는, 품이 넉넉한 동네 아주머니의 모습이다.
책에 그려진 모습도 비슷하다. 두 아들에게 따뜻한 집밥을 꼭 챙겨주고, 집밥 먹기 힘든 사람들 불러다가 밥도 해 먹이는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그럴 때마다 등장하는 레시피 읽기도 쏠쏠하다.
70세가 넘어서 몸 구석구석 아픈 곳도 생기니 건강에 유의해야겠고, 구순 넘으신 친정어머니 챙겨드리는 일, 전원주택 지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모습이 나와 많이 비슷해서 친숙한 느낌이 든다. 그러게 나도 같은 세대가 아닌가.
호불호가 줄고, 용서가 되고, 보기 싫은 것도 적어지는 나이.
욕심을 접어야 하는 나이. 알아도 죽고 몰라도 사는 것을 깨닫는 나이.
그냥 밥 먹자는 말이 아니었을 거야. 밥 먹으면서 같이 정들자는 이야기지. 밥을 먹되 건강한 식재료로 맛있게 만들어 그 밥심으로 행복하자는 이야기지.
책 사이사이에 풀어놓은 레시피는 두고두고 꺼내어 흉내내 봐야겠다. 물론 내 식대로 내 입에 맞게.
부엌일을 부엌 놀이로 즐길 정도의 음식 만드는 즐거움을 아는 편은 아니지만, 우리 집에는 외식보다 집밥을 더 좋아하는 남편이 있으니까.
한 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레시피 보러 자주 열어볼 것 같다.
밥 먹고 살기. 정말 중요한 일이다.
- YES 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