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해설가가 본 그림책 속의 숲 이야기
<책리뷰>그림책 숲속을 거닐다
이 책은 숲에 사는 꽃과 나무들을 소재로 한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를 쓴 에세이집이다.
제주에서 태어난 저자는 어린 시절 식물에 대한 애정과 지식이 많은 할머니와 지내면서 자연 친화적인 생각과 꿈을 지니고 자랐다고 한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생활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며, 제주에 내려와 대학과 도서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숲해설가, 교사, 카피라이터, 콘텐츠 기획자 등 여러 직업을 거치면서 가장 좋았던 직업은 20년 이상 이어온 숲해설가라고 한다.
<그림책 숲속을 거닐다>는 성인을 상대로 그림책 강의를 하면서 숲과 연결한 내용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것이다.
1부 꽃처럼 부드럽게
2부 나무처럼 깊고 넓게
3부 함께 하는 삶이 아름답다
총 3부로 짜여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독자들이 숲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꽃과 나무 그리고 수많은 생명을 살피고 만나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우리가 나다움으로 각자의 삶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책 소개가 길었다.
산행은 숲을 만나러 가는 일이다. 그저 이전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등산로를 따라 걷고, 정상을 정복하듯 올라가 인증 사진을 찍고, 마치 신기록을 달성하듯 바삐 하산하는 그런 산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숲을 걷다 보면 나무와 꽃과 풀과 새와 작은 곤충들, 어떤 때는 조금 몸집이 큰 고라니나 멧돼지를 만날 때도 있다.
일찍 올라가면 이슬 묻은 나뭇잎도 보고, 비 오는 날에는 안갯속에 몽환적인 숲속 풍경에 압도되기도 하고, 작은 야생화에도 눈이 반짝이고, 군락을 이룬 꽃무리에는 마음속까지 환해지는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된다.
숙소 이용을 위해 휴양림을 자주 다니면서, 숲해설가가 탐방객 무리를 이끌고 다니면서 숲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가끔 청강도 했다.
숲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 직업을 20년 이상 경험한 저자가 숲과 관련된 그림책을 해설과 더불어 그에 관련된 지식과, 연관된 에피소드 등을 친근하게 풀어낸 책을 읽으며, 여기저기 공감한 부분이나 새로 알게 된 내용에 연필로 밑줄을 그은 것이 꽤 많다.^^
그래, 맞아. 이런 얘기 들은 적 있어.
아, 그건 그래서 그런 현상이 일어났구나.
이건 내가 몰랐던 사실인데.
한 권의 책을 교과서 읽듯이 이렇게 진지하게 읽은 적이 언제이던가.
숲을 좋아하고, 숲을 만나러 산행을 하고, 거기서 보는 온갖 나무와 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내게, 이보다 더 도움이 되는 책을 최근에 만난 적이 없다.
더구나 딱딱한 사전적인 편집이나, 대학 강의서가 아닌 일상 이야기 풀어내듯 부드러운 에세이 스타일이라 더 좋았다.
- 느릅나무 아기는 빛의 조각처럼 하늘을 헤엄쳐요.
- 싹이어도, 줄기어도, 꽃이어도. 민들레는 민들레
- 벼가 익기 시작하면 이렇게 밥 짓는 냄새가 나
책에 소개된 내 마음에 들어온 글귀들이다.
이 책에 소개된 지식을 얻게 된 것도 큰 도움이 되었지만, 읽으면서 마치 숲속을 저자와 함께 거니는 듯한, 꽃과 나무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 내내 함께 했다.
책 표지까지 온통 녹색인 힐링이 되는 책 한 권 잘 읽었다.
그림책은 아이들만 보는 책이 아니란다. 나도 다음부터는 숲 관련 그림책을 만나면, 저자가 안내해 준 시각으로 관심 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YES 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