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비로봉 여름 산행
6월에는 꼭 챙겨서 갈만한 산이 별로 없습니다. 날씨는 이미 여름으로 치닫고 있는 더운 날씨인데도, 산에는 여름 야생화가 이제사 필 준비를 하려고 기지개를 켤 무렵이기 때문입니다.
1주 1산 정해놓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산행을 하기로 해서 이번 주에는 어디로 갈까 궁리하다가, 소백산 산행으로 결정했습니다.
등산을 시작한 2004년 이래로 소백산은 매년 빼놓지 않고 다닌 단골 산행지입니다. 2009년에는 그 해만 6번의 산행 기록이 있더군요. 일부러 세어보았더니 45회 정도네요.
그런데 주로 봄 철쭉 산행이나 겨울 눈꽃 산행을 많이 다녔어요. 가을에도 한 번 산행 기록이 있는데, 6월 산행은 처음입니다. 최대한 시원한 복장을 하고, 더워지기 전에 빨리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여러 등산 코스 중에 어의곡 - 비로봉 - 어의곡 코스가 무난하여 제일 많이 다닌 곳인데, 이번에도 어의곡을 들머리로 비로봉까지 다녀오기로 하였습니다.
어의곡 주차장 도착이 아침 8시 30분쯤이네요.
시즌이 아니라 주차장은 한산합니다. 청소비 명목으로 주차비를 받는데, 평일이라 안 받는 것 같습니다.
항상 그 자리 그대로. 이정목이 비로봉 가는 방향을 가리킵니다.
하늘은 맑고~
입구에 큰뱀무가 무더기로 자라고 있어서 반가웠어요.
방방곡곡 어딜 가나 개망초가 번성합니다.
산수국 파란빛이 쨍! 하고 아름답네요.
고추나무는 고추의 잎과 꽃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인데 열매는 고추와 전혀 딴판입니다.
예전에 입장료를 받던 방문자지원센터는 주차장 입구 쪽으로 장소 이전을 했답니다.
숲 그늘이 시원하게 다가옵니다.
계곡과 함께 가는 등산로는 여름철 산행을 한결 편하게 해 줍니다.
어제 내린 비가 덜 마른 걸까요? 물기가 있는 잎이 반짝반짝 빛나네요.
거친 돌이 많은 길이라 걷기가 부드럽지는 않습니다. 소백산이니까요.
걷는 내내 좋은 향이 온몸을 감싸는 듯합니다. 피톤치드가 강하게 작용할 때는 오전 10시~12시 사이라고 하더군요. 아직 이른 시간이라 피톤치드가 아닌 숲향일까요? 달콤한 듯 부드러운 향이 마시는 공기와 함께 코 안으로 들어오면 이른 아침의 산행이 더 행복해집니다.
검색해 보니 바위떡풀 같습니다.
초록으로 또는 연두의 세계로 한발 한발 디딜 때마다 빠져들 듯 걷게 됩니다.
하지만 여름철 오르막길은 걷기에 인내심을 필요로 하지요. 일명 깔닥고개입니다.
쉼터이지만, 거의 쉬어본 적이 없어요.
차라리 계단이 오르기가 낫습니다. 발바닥은 편하거든요.
무릎이 괜찮냐고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한동안 무릎이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고생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단골 정형외과 선생님이 아프면 치료받고 그렇게 관리하면서 다니면 된다고 하시더군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우리는 즐거운 산행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계단 중간에 있는 쉼터는 산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곳입니다. 우리도 잠시 쉬면서 준비해 간 과일 도시락을 먹으면서 충전했습니다.
또다시 계단~
그럼요. 소백산을 오르는데, 이 정도는 올라가 줘야죠.
해마다 오던 소백산을 작년에는 오지 않았습니다. 집 짓는 일에 괜히 마음까지 바빴던 1년이었거든요. 그 사이 등산로 정비를 많이 해 놓았더군요. 잣나무숲 옆길이 훨씬 넓어진 느낌이 났습니다. 간벌도 한 듯 빽빽하고 어둡던 숲에 여유 공간이 많이 보이더군요.
아래로는 꽤 깊은 골짜기인 듯, 개천은 보이지 않지만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렸습니다.
침엽수림이 너무 빽빽해지면 그 아래에는 작은 나무는 물론 풀도 나지 않게 됩니다.
시든 조릿대 사이로 새 조릿대 싹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찾아보았는데, 아무런 기미가 없더군요. 조릿대는 이대로 망하고 마는 걸까요? 너무나 번식력이 강해서 다른 식물들이 자라지 못하도록 한다고 퇴출 대상이라고 하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멸종을 바라는 건 아닌데.
특이하게 생긴 나무에는 사람의 손길이 늘 모여있습니다. 옛날 같으면 신령스러운 나무라하여 제를 지냈을 것 같은 모양새입니다.
푸르름이 내 뺨에, 옷깃에 스며듭니다. 내 마음도 푸르름에 퐁당 빠져 버립니다.
둥굴레와 큰애기나리는 언뜻 봐서는 구별이 잘 안 갑니다. 둥굴레 잎이 좀 더 큰 편이지요.
둥굴레는 꽃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50명 정도 등산객 단체가 와도 넉넉한 쉼터가 될 만큼 큰 데크를 설치해 두었네요.
침엽수와 달리 활엽수 아래는 풀과 작은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완벽한 녹색의 숲이지요.
다시 계단을 오르고,
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올라가면,
야생화 가득한 능선을 만나게 됩니다.
일월비비추는 아쉽게도 꽃봉만 물고 있었습니다. 개체 수가 워낙 많아서 다 피면 정말 장관일 텐데. 언제쯤 만개할지 궁금하네요.
구릿대?
제가 아주 좋아하는 풍경입니다. 보이는 건물은 예전엔 대피소였는데, 능선의 울타리까지 저의 감성을 건드리는 모습입니다.
추운 겨울에 그곳에서 먹던 컵라면의 맛을 잊지 못합니다. 이제는 희방사 들머리로 비로봉 올라오는 코스는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능선의 바람이 워낙 세다 보니 나무들이 드러누워 자라기도 합니다. 출발할 때와 달리 하늘은 온통 회색빛이네요. 소나기 예보가 있어서 우비를 챙겨 오기는 했습니다.
정상까지는 편안한 데크길의 연속입니다. 약간의 계단이 있지만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멀리 국망봉이 보입니다. 지금은 철쭉꽃이 다 지고 없겠지요.
정상이 가까운 곳에 큰 나무가 별로 없는 너른 벌판을 평전이라고 부릅니다. 어학 사전에는 '높은 곳에 있는 평평한 땅'이라고 풀이되어 있네요. 제가 접근할 수 있는, 좋아하는 평전이 네 군데 있는데, 소백산 비로봉 평전과 선자령 바람의 언덕, 덕유산 중봉 평전, 한라산 윗세오름 평전입니다.
정상이 가까운 곳에 큰 나무가 별로 없는 너른 벌판을 평전이라고 부릅니다. 어학 사전에는 '높은 곳에 있는 평평한 땅'이라고 풀이되어 있네요. 제가 접근할 수 있는, 좋아하는 평전이 네 군데 있는데, 소백산 비로봉 평전과 선자령 바람의 언덕, 덕유산 중봉 평전, 한라산 윗세오름 평전입니다.
소백산 평전은 올 때마다 바람이 강하여, '소백산 바람맞으러 가자!'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처음 소백산을 왔을 때 스틱도 없이 왔다가, 비로봉 삼거리에서 바람이 너무 세어 전진하지 못하고 되돌아간 기억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기분 좋을 만큼만 바람이 부네요.
이정표가 많은 지명을 품고 있네요. 죽령 주차장, 삼가 주차장, 어의곡 주차장, 천동 탐방안내소, 희방사, 연화봉, 국망봉. 모두 한 번 이상은 거친 곳이지요.
비로봉으로 오는 길은 이렇게 다양합니다. 다시 가기 힘든 코스는 추억 속 페이지에 저장해 두었습니다.
비로봉 정상에서 다람쥐를 만났습니다. 간식인 샌드위치를 꺼내 한 조각 뜯어주었더니 챙겨 가네요. 가끔 동물들 중에 길들여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 다람쥐들도 학습이 된 모양입니다.
미역줄나무도 꽃 필 준비 중이네요.
세잎종덩굴 씨방으로 보이네요.
소백산 초롱꽃은 약간 미색을 띠고 있어서 특이했습니다. 사진에는 색감이 잘 표현이 안 되었네요.
올라갈 때는 코 박고 가느라 제대로 보지 못하던 풍경들이 내려갈 때는 달라 보이기도 하지요.
여로도 꽃대를 올리고 있습니다.
관중은 깊은 숲속 습기가 많은 곳을 좋아하는 양치식물이지요.
단풍나무의 발가락 끝에 새로 올라오는 작은 가지가 귀엽습니다.
산꿩의 다리가 활짝 피었습니다. 올라갈 때는 보지 못했는데. 우리가 비로봉 다녀오는 사이에 핀 걸까요?
개다래나무의 변색된 잎은 언제 봐도 신기합니다. 꽃도 예쁜데 나뭇잎 변색으로 곤충을 유인할 필요까지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깜짝 놀랐습니다. 바위와 비슷한 색깔이라 밟을 뻔했네요.
두꺼비는 복을 준다 하여 사람들이 좋아하는 동물이지요. 산행길에 두꺼비를 만났으니, 우리도 복 많이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강아지똥풀이라고 늘 말실수를 하게 만드는 애기똥풀. 초등학교 첫 설명문 단원에 나오는 식물이지요. 줄기를 자르면 나오는 노란색 즙이 애기똥 색깔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여러 가지 약효도 소개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네요. 풀밭에 가서 애기똥풀을 실제로 보여주고 줄기를 끊어 노란 즙을 확인했었지요. 그때 배운 아이들은 애기똥풀이란 이름을 기억할 것 같아요.
마을 민박집에 핀 왕원추리를 찍어보았습니다.
커다란 호두나무도 몇 그루 자라고 있더군요.
단양 읍내에서 어의곡까지 오는 버스가 있었습니다. 오후 4시 5분이 되니까 어의곡을 출발하네요.
총 거리 11.2km를 걸었습니다.
2021년 13km(비로봉에서 국망봉 쪽으로 더 가다가 돌아왔었지요.)를 7시간 20분 걸었는데, 더 짧은 거리를 20분 더 걸렸습니다. 2년 전보다 많이 느려졌네요.
아직은 소백산을 접고 싶지는 않은데, 무릎에게 잘해주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