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 소녀 카야의 이야기
<책리뷰> 가재가 노래하는 곳(델리아 오언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앞다투어 인터넷에 올라온 지는 좀 되었다. 종이책 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밀리의 서재나 예스24 ebook에서 찾아보았으나 금방 올라오지 않아 읽기를 보류하였다.
드디어 예스24 ebook에 올라온 것을 다운받아 읽고 뒤늦은 리뷰를 쓴다.
"갈 수 있는 한 멀리까지 가 봐. 저 멀리 가재가 노래하는 곳까지. "
"그냥 저 숲속 깊은 곳, 야생동물이 야생동물답게 살 수 있는 곳을 말하는 거야."
이 대목을 찾기 위해 다시 책을 뒤졌다. 가재의 노래는 어떤 것인지 궁금했는데, 가재가 노래하는 건 아니란다. 그저 인간의 문화가 미치지 않는 순수한 야생의 세계를 빗대어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라고 표현한 듯 하다.
야생의 세계에서 홀로 자란 습지 소녀 카야, 첫사랑이자 글을 가르쳐 준 깃털 소년 테이크, 첫사랑이 떠난 카야에게 사랑과 배신, 폭행으로 대한 체이스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하나의 큰 사건~ 체이스 앤드루스의 시체가 습지의 소방망루 아래에서 발견되고. 그 살해 용의자로 지명된 습지 소녀 카야, 즉 캐서린 클라크에 대한 수사 및 재판 관련 소설이다. 그러나~
습지 소녀의 성장 소설? 로맨스 살인 미스터리? 법정 스릴러? 해안 습지 탐구 소설? 그냥 간단하게 분류할 수 있는 소설이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카야는 왜 일곱 살의 나이에 혼자 습지에서 살아야 했는지,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나중에 <동부 연안의 바닷조개> 등 여러 권의 생물학 저서를 발간한 작가가 되었는지에 대한 스토리가 1952년과 1970년 사이를 넘나들면서 전개되는 형식이다.
어떻게 사람들이 그럴 수 있는지, 어린 여자아이 홀로 남겨놓고 모두 떠날 수가 있는지. 다들 변명 거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그럴 수는 없는 일인데,
카야가 살아남아 성장하게 된 것은 습지 소녀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짧지만 아버지와 오빠 조디의 도움이 있었고, 조력자 테이크가 있었고, 아버지 같은 점핑의 도움이 있었다.
학교는 단 하루밖에 못 다닌, 사람들로부터 늪지 쓰레기라고 놀림받는 어린아이가 혼자(한동안 혼자가 아닌 척했다.) 지낼 때도 어려웠지만, 성숙한 소녀가 혼자 지내는 것은 다르다.
체이스의 악역은 사랑의 감정을 알게 되는 카야로 하여금 용의주도한 계획을 꾸미게 만든다.
사실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나는 엉뚱한 사람을 의심하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 66세의 나이로 여러 권의 저서를 펴내고, 지역 잡지에 투고하던 시인으로 생을 마감한 그녀가 테이크에게 남긴 조개껍데기 목걸이와 반딧불이라는 시를 보기 전까지는.
물론 글을 알게 되고, 책을 읽고, 시도 쓰기는 했지만, 그녀가 아는 것은 거의 다 야생에서 배웠다. 암컷 곤충들이 연인을 다루는 법을 배운 카야의 선택은 알리바이, 변장, 이안류 등을 이용한 범행이었다.
살인 미스터리나 법정 스릴러가 재미를 주기는 했지만, 습지와 늪, 팔메토 야자나무숲, 갈매기 먹이 주기, 석호, 이안류, 새 깃털 수집과 같은, 자연과 생명, 동물의 생태에 대한 서술이 더 매력적이다. 그래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밀리언 셀러에 등극하게 된 이유가 아닐까.
역자는 말하고 있다.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습지이며, 이 책은 우리를 노스캐롤라이나의 습원으로 훌쩍 데리고 가서, 그곳 사람들과 풍경에 몰두하게 만들고~여정이 끝나면~
더 멀고 깊은 자리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가재가 노래하는 그곳에.
기회가 되면 우포늪에 한번 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