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은 대부분 정상을 가지 않고 철쭉 군락지만 돌았는데 더 해가 가면 못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상을 가기로 하였다. 도착하고보니 하늘이 조금 아쉽다. 4시간 넘게 달려왔는데...
언제까지 자차로 이 먼 곳까지 와서 산행을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즐길 수 있을 때까지는 다녀보려고 한다.
황매산은 산청군 차황면과 합천군 가회면 경계에 걸쳐 있다. 황매산 철쭉 관광은 합천군 가회면 덕만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방법과, 산청군 차황면 미리내파크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방법이 있는데, 덕만 주차장을 이용하는 관광객이 더 많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은 산청군 쪽에서 올라간다.
산청군 미리내파크 주차장 도착 시각이 오전 9시쯤. 아직 방문객이 많지 않다.
철쭉 색보다 짙은 분홍빛 꽃잔디가 먼저 우리를 반긴다.
황룡천풍. 황매산은 황룡이 하늘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한다. 또한 황(黃)은 부(富)를, 매(梅)는 귀(貴)를 의미한다고 황매산 안내판에 소개하고 있었다. 황매산을 다녀가는 모든 사람들이 부자 되고 귀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돌팍샘을 지나는 정상지름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고로쇠나무의 연두빛이 봄의 한가운데임을 알리고 있다. 파스텔의 아름다운 색깔이 몽환적인 느낌이다.
소원을 빌면 뭐든 다 이루어진다는 돌팍샘이다. 약수가 나오는 바위가 마치 물개 같다.
황매산 정상으로 가는 능선을 기준으로 서쪽은 산청, 동쪽은 합천이다. 산청 쪽은 꽃이 덜 핀 느낌이다.
산의 오른쪽은 연두, 왼쪽은 연분홍. 등산로 계단이 갈라놓은 건 아닐 텐데 참으로 자연의 조화 속이다.
계단을 올라가야 정상을 만날 수 있다. 쉽게 보여서인지 물도 배낭도 없이 정상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관광객 부부가 지쳐서 주저앉아있는 것을 어느 친절한 산객이 물을 나눠준다. 천 고지가 넘는 산이라 생각보다 어려운 길이다. 준비 없이 올라갔다가는 낭패보기가 쉬운 산이다.
황매산 평전을 찍어보았다. 올라와야 볼 수 있는 너른 들이다. 이런 곳에는 키 큰 나무는 자라지 못하고 철쭉 같은 관목이 잘 자라는 것 같다.
경사가 매우 급하기 때문에 계단이 없으면 오르기 힘든 산이다.
연달래(산철쭉)는 꽃봉오리도 예쁘다.
연두연두하다라고 하더니, 그 표현에 딱 들어맞는 풍경에 마음이 들뜬다.
계단이 없는 곳은 스틱도 소용없는 험한 바위길도 만난다.
바위틈의 철쭉은 생명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얼마 안되는 흙 속에 뿌리를 박고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모습이 대견하다.
해발 1113.1m 황매산 정상이다. 계단 덕분에 천고지를 금세 올랐으니 힘은 들었지만 고마운 계단이다.
연두 - 녹색 그라데이션을 실컷 보았다. 봄에 딱 그 순간에만 볼 수 있는 신록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황매산 정상 - 삼봉 쪽 코스에는 철쭉이 많이 없는 편이라 산행에 집중하기로 한다. 군락은 아니지만 그래도만개한 철쭉꽃을 만나는 재미가 있었다.
삼봉 등산로는 위험해서 폐쇄되었다.
바위 위로 올라가는 험한 등산로에서는 레펠처럼 밧줄을 잡고 끙끙대며 올라갔다.
부드러운 연두빛 그라데이션에 폭 안기고 싶은 착각을 잠시 하였다. 정말 포근해 보였다.
해학적인 솜씨의 장승이 반갑다. 왼쪽 장승은 혹 없는 혹부리 영감님 같고, 오른쪽은 산신령 같았다.
상봉 부근에 멋진 정자가 있는데, 제법 산행객 팀이 많아서 과일 몇 조각 먹고 얼른 빠져나왔다.
우리 능력으로는 더 갈 수 없어서 상봉에서 오토캠핑장 쪽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파란 하늘이면 더 좋았을 텐데...우리에게 허락된 만큼만 즐기기로 했다.
자작나무 묘목장에서 눈동자를 만났다.
합천 황매산 오토캠핑장에 가까워진 모양이다. 황매산 정상 - 삼봉 - 상봉 - 황매산 수목원 - 오토캠핑장을 통과하여 이제 철쭉 군락지로 올라갈 예정이다.
사람들이 많이 안 다니는 곳이라, 벤치에서 점심 도시락을 꺼냈다. 꽃 속의 점심 식사가 꿀맛이었다.
황매산 수목원에 있는 테라피원을 통과했다. 유실수원, 화이트원, 테라스원, 덩굴식물원, 그라스원, 자생식물원, 향기원 등 주제별로 구성이 되어있다고 한다.
전나무 숲
단풍나무숲. 큰 나무숲 그늘의 데크는 휴식 공간으로 그만이다.
합천 쪽의 철쭉은 절정이었다.
연달래를 많이 식재하여 색감이 예뻤다.
합천쪽 황매산 오토캠핑장 제1 철쭉 군락지에 도착하였다. 분홍 물결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냉해의 흔적이 있기는 하지만, 올해 냉해가 심했던 일림산이나 초암산보다는 상태가 훨씬 양호한 편이었다.
일림산 철쭉 군락지가 약 100만 평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황매산이 훨씬 넓어 보였다. 자료를 찾아보니 황매산 군락지가 약 330만㎡라니까 90여만 평 정도라고 한다. 아마 일림산은 등산로를 따라 길게 조성되어 있고(12.4km) 황매산 철쭉은 거의 한곳에 모여있어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다
1년 사이에 탐방로를 멋지게 정비해 놓았다. 휠체어도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편안한 길이 궁금해서 찾아가 걸어보았다.
산불감시탑을 지나서 산청 쪽으로 하산한다. 하산길은 임도를 택했다. 제법 많이 걸었기 때문에 발가락 끝이 좀 아프다.
총거리 10.7km, 6시간 40분 걸렸다.
내년에 또 똑같이 걸을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어서 더 소중한 철쭉 산행이었다.
정형외과 가면 나이가 있으니까 의사가 '산에 다니는 건 삼가라'는 말을 한다. 험한 산은 이제 거의 접고 쉬운 산만 다니다가도, 가끔 해가 갈수록 더 다니기 어려울 텐데 싶어서 도전을 하고 싶어진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열심히 관리를 하면서 다닐 생각이다. 힘들면 걷기길 위주로 다니게 되겠지만, 아직은 산행이 더 좋다.(202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