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 코스가 많이 알려져 있고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등산 코스인데, 그 외에도 <팔랑마을에서 팔랑치 - 바래봉 - 팔랑치 - 팔랑마을로> 원점회귀하거나, 우리처럼 <산덕마을에서 팔랑치 - 바래봉 - 팔랑치 - 산덕마을로> 원점회귀하는 짧은 코스가 있다.
남원시 운봉읍 산덕마을에 도착한 것이 아침 7시 30분 경이다. 농촌 체험 마을을 운영하는지 산덕마을 꾸러미 체험관이 있었다. 주차장이 따로 없어서 주변 넓은 자리에 적당히 주차했다.
산덕마을은 용산리 주차장에서 1.8km 정도 떨어진 마을이다. 산덕마을에서 올라가, 용산리 주차장으로 내려온 다음 택시를 타고 산덕마을로 원점회귀하는 등산객도 많다고 한다.
우리의 계획은 산덕마을에서 팔랑치로 바로 올라간 다음, 내려올 때 부운치 쪽으로 가다가 임도를 통하여 산덕마을로 원점회귀하려고 했다. 산행 거리가 짧은 편이고, 난이도도 그리 높지 않은 코스다.
대대적인 조림을 한 듯, 전나무로 보이는 묘목들이 빼곡히 심어져 있었다. 잘 자라서 울창한 삼림이 되었으면 좋겠다.
전날 비가 왔다. 아직 빗방울이 그대로인 채 막 떠오르는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 풍경을 만났다. 눈이 부셨다. 풀잎에 내려앉은 이슬이 마치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사초로 보이는 풀에 둘러싸인 묘목들이 귀엽다. 지금은 키 작은 묘목이지만, 해가 갈수록 풀은 그대로인데 나무들은 쑥쑥 크지 않을까.
숲길로 들어선다. 사람들이 많이 안 다니는 등산로라 길이 뚜렷하지가 않다. 경사도 좀 있는 편이다. 같은 높이를 가는데, 짧은 거리가 긴 거리보다 경사가 급할 수밖에 없다.
드디어 능선에 오르면, 파란 하늘과 예쁜 구름과 철쭉이 우리를 맞이한다.
팔랑치에 철쭉이 만발했다. 피크에 제대로 온 것 같다.
바래봉에 철쭉이 많은 이유를 설명해 놓은 안내판을 읽어보았다. 면양 목장의 양들이 꽤 똑똑했던 모양이다. 오랜 기간 동안 학습된 것일까? 양들은 철쭉에 독이 있어서 먹지 않는단다. 그래서 철쭉만 남기고 다른 어린 나무 싹이나 풀을 모조리 먹어치워서 철쭉 군락지가 되었다고 한다.
해가 갈수록 다른 수목들이 자리를 차지해서 그런지 철쭉 군락이 예전만큼 화려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만하면 대단한 철쭉군락지가 아닌가.
바래봉으로 가기 위해서 길을 더 가야 한다.
바래봉 철쭉은 산철쭉과 토종 철쭉(연달래)이 함께 피는 곳이다. 연한 분홍색만 있는 줄 알았더니, 흰색도 있었다.
멀리 바래봉이 보인다. 그곳까지 멀어 보이지만 걷다 보면 금세 가게 되는 것이 산행길이다.
용산주차장에서 바래봉 삼거리까지는 4.2km이지만, 임도라서 어렵지 않게 올라올 수가 있다. 다만 좀 지루하다. 운지사 쪽으로 올라오는 산길도 있지만, 대부분 임도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별로 부담이 안 되는 편이라 꽤 사람이 붐비는 길이다.
전나무 숲을 지나가면 도중에 약수터가 있다. 오래전에 여기 처음 왔을 때 노란색 동의나물 꽃을 만나 무척 반가웠는데, 그 뒤 올 때마다 찾아봐도 다시는 볼 수가 없다.
바래봉 올라가는 길목에도 철쭉이 많이 보인다. 예전에는 이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높은 곳을 올라야 감상할 수 있는 능선과 산자락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멋진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리산 산자락이다. 오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운봉읍도 보인다.
바래봉 정상석에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긴 줄이 생겼다. 우리는 기다리지 않고 정상석 사진만 찍었다. 바래봉은 1,165m 높이다.
하늘을 나는 새 한 마리. 원래 바래봉의 주인은 저 새가 아닐까? 사람들이야 한창 철쭉 필 때 잠깐 우루루 몰려 다녀가지만, 꽃이 피건, 지건 여전히 바래봉을 지키고 있는 건 나야! 하고 순시하는 듯하다.
"거기, 쓰레기 버리지 말고 온 흔적 없이 다녀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내려가는 길에 하늘과 산과 철쭉을 다시 담아본다.
팔랑치로 되돌아간다.
구름이 요술을 부리나 보다. 하늘 가득 그림을 그렸다.
멀리 산이 뿌옇게 보이는 건 송홧가루가 날리는 모습이다.
철쭉 꽃밭에서 취하는 휴식은 얼마나 맛있을까.
철쭉 터널을 지나간다.
터널을 나오자마자 연달래를 만난다.
산덕임도 쪽으로 내려갔어야 하는데, 남편이 부운치에서 산덕마을로 가는 길이 있다고 착각했다. 부운치에 단체 산행객들이 식사 중이었는데, 찾아봐도 길이 없길래, 부운치 지나서 있나 보다 하고 계속 진행했다. 하지만 세동치까지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없었다.
산덕임도로 내려갔으면 못 볼 뻔한 모습이다.
정령치에서 오는 단체 등산객과, 전북학생수련원에서 오는 단체 등산객들이 많았기 때문에 길은 험하지, 사람은 많지, 피로도가 높은 산행을 하였다. 그래도 아는 길이라 다행이었다.
점심은 제대로 된 도시락(밥과 반찬)이라 아무 데서나 먹을 수가 없어서... 등산로 옆에 겨우 넓은 자리 찾아 맛있게 먹었는데, 다른 팀이 옆에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차 한 잔의 쾌적한 휴식을 포기하고 재빨리 빠져나왔다.
길은 그렇게 험한 편은 아니다.
곰(?)을 만났다. 꼭 곰같이 생겨서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임도로 걸어가면 산덕임도를 만날까 하고 걸어가다가, 동네 어르신을 만났다. 1시간 반 정도 걸으면 된다고 하는데, 망설이다가 전북학생수련원으로 나가서 택시를 타기로 하였다.
숲길은 언제나 좋다. 산행을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이런 숲길을 만나고 싶은 것이다.
데크 쉼터를 만나고 계단을 내려가면 전북학생수련원이다.
카카오 택시를 부르니 안 온단다. 다시 다른 택시를 불렀더니 미터 요금으로 5,200원인데, 13,000원을 부른다. 아까워서 걸어가기로 했다. 다리 힘도 아직 남아있으니까.
그런데 다행히 택시가 한 대 오고 있었다. 손님을 용산리 주차장에서 전북학생수련원에 내려주고 돌아온다는 택시를 잡아탔다. 7,000원에 산덕마을까지 쉽게 돌아왔다.
총 운동 거리가 13.6km다. 따져 보니 정령치에서 용산 주차장까지 14.6km라는데, 이 정도면 우리도 정령치 - 바래봉 - 용산리 주차장까지 산행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용산리 주차장에서 정령치까지 택시비가 비쌀 듯하다. (2022.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