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은 민족의 정기를 상징하는 산이다. 산행객들이 태백산을 자주 찾는 이유가 여러 가지겠지만, 태백산은 다른 산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태백산 정상에 있는 천제단 앞에 서면 누구나 나라 사랑의 마음을 느끼지 않을까?
"태초에 하늘나라 환인의 아들인 환웅이 태백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신시를 열어 우리 민족의 터전을 잡았다." (삼국유사)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이 있는 설경은 경외스럽기까지 하다. 태백산은 우리의 오랜 역사를 느끼게 하는 민족의 산이다.
태백산을 겨울에 자주 가지만, 늦은 봄에도 여러 번 찾는 이유는 마지막 철쭉을 보기 위한 것이다. 여수 영취산 진달래 산행에서 시작된 꽃산 산행은 태백산 철쭉 산행으로 마무리된다.
태백산 철쭉은 당골을 들머리로 문수봉을 지나 천제단으로 가는 등산로에서 주로 많이 볼 수 있는데, 천제단에도 멋진 철쭉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소백산(어의곡 - 비로봉 - 국망봉코스)은 나이가 들수록 산행에 부담이 되는 곳이다. 그래서 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소백산(초암사 - 국망봉 코스)나, 태백산의 문수봉 - 천제단 코스를 철쭉 산행을 순서에 넣곤 했다.
소백산 국망봉 철쭉과 태백산 철쭉의 시기가 비슷한 편인가 보다. 전 주에 소백산을 다녀왔기때문에 만개한 철쭉을 많이 만나지는 못했다. 태백산 역시 일주일 전이 절정이었다고 한다.
당골에 아침 7시 반쯤 도착했다. 이번에는 당골 - 반재 - 천제단 - 문수봉으로 방향을잡았다. 작년과 반대쪽으로 코스를 잡은 것이다.
4월 신록과는 또 다른 싱그러운 초록의 광장 앞에서 산에 들어가기도 전에 벌써 진한 봄의 숲향을 실감한다.
고광나무와 야광나무가 아주 비슷하게 생겼다. 네이버에서도 구분하는 법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고광나무는 꽃잎이 4장, 야광나무는 5장이다. 꽃잎이 4장이니까 고광나무인가 보다
단군 성전을 지나고, 6월의 숲길로 들어선다. 여름에 가까울수록 녹색은 더 짙어질 것이다.
국립공원에 속하는 산은 그 지역의 생태적, 지리적,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여 그 산을 상징하는 깃대종을 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태백산의 깃대종은 열목어와 주목이다.
물참대로 생각된다. 하얀 꽃이 모여서 동그레 한한 큰 화형을 이루고 있다.
물참대
울타리가 있는 숲길은 내가 참 좋아하는 길이다. 큰 산 답게 흐르는 물은 마르지 않는다.
암괴류는 커다란 암석(암괴)이 좁고 길게 흘러내린 모습을 뜻한다. 작년에 달성 비슬산에 갔을 때 많이 보았다.
암괴류
함박꽃나무
개다래는 곤충을 유인하기 위하여 잎의 색을 변화시킨다. 흰색이 주로 많지만 분홍으로 바뀐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꽃이 없는 건 아니다. 꽃을 만나기 힘든데, 마침 꽃이 예쁘게 피어서 찍어보았다.
개다래나무 꽃
부게꽃나무
시원한 물줄기에 마음까지 상쾌해진다. 끊이지 않고 흐르는 물이 이 숲의 젖줄이다.
태백산을 지키는 장군바위를 만나고 반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당골 2교
돌계단 사이사이에 나무토막으로 된 계단을 설치해 두어 걷기가 한결 편했다.
은대난초 이름을 익히긴 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반가웠다.
은대난초
시간이 일러서 늘 산객들로 북적대던 반재 쉼터가 텅 비었다.
작년부터 산행을 하면서 야생화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등산로를 열심히 걸어 빨리 올라가서 빨리 내려오는 산행이 아닌, 야생화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천천히 걷는 산행을 요즘 즐기고 있다.
도깨비부채
감자난초
드러난 뿌리 사이에 여러 가지 식물들이 공생하고 있다. 원 나무는 사스레나무로 보이는데, 단풍나무를 비롯하여 각기 다른 잎모양이 여럿이다.
쥐오줌풀
망경사를 거쳐서 천제단으로 바로 가려다가 망경사 직전에 유일사쉼터 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 길로 올라가면 장군봉으로 가게 된다고 한다. 숲길, 오솔길은 내가 참 좋아하는 등산로다. 가파르지도 않다.
생각지도 않았던 큰앵초를 만났다. 기대하지 않고 있다가 만나니 더 반갑다.
큰앵초
여기 저기 핀 큰앵초가 한눈에 봐도 20 포기는 되는 듯하다.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와, 멋지다. 얘들아 반가워!"
큰앵초를 처음 만난 것은 소백산 비로봉에서 국망봉으로 가는 등산로였다. 녹색 숲길에 쨍 하니 진분홍 색감이 눈길을 사로잡았던 그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큰앵초가 좋아하는 환경은 약간 습하고 그늘이 있는 나무 숲이다. 주로 풀이 많이 우거져 있는 곳이다. 소백산 비로봉에서 국망봉으로 가는 도중과, 상월봉 길에 많이 있었는데, 지금도 많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제는 그 코스로 산행할 만한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가서 확인할 수 는 없다.
어느 날 태백산 철쭉 산행을 당골 - 문수봉 - 천제단 - 당골로 선택하여 걷다가, 그렇게나 보고 싶어 하던 큰앵초를 다시 만났다. 문수봉에서 부쇠봉으로 가는 등산로 중간쯤이었나보다. 녹색 풀밭 속에서 진분홍 꽃이 일단 또는 이단 삼단으로 쭉 뽑아 올라와 피어있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발견하고 그날은 무슨 보물이라도 얻은 듯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그날 이후 태백산 철쭉 산행은 앵초도 같이 만나는 산행이 되었다. 이번에도 앵초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하고 왔는데, 이곳에서 꽤 많은 앵초를 만나서 기분이 좋았다.
연달래 철쭉도 인사를 한다.
두루미풀도 만났다. 인터넷에서 익힌 야생화를 실제로 만났을 때의 반가움. 그대 내게로 와서 반짝이는 별이 된 꽃들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꽃 / 김춘수)
두루미풀
병꽃나무
금방 장군봉에 도착할 줄 알았더니 등산로가 생각보다 길었다. 등산하다가 길을 잘못 드는 것을 알바라고 하는 데, 그 알바라는 덫에 걸린 줄 알았다. 나중에 장군봉에 도착해서 보니까 길은 맞는데, 생각보다 멀리 돌아서 온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뜻하지 않은 큰앵초 군락을 만나서 좋았다. 다음에는 큰앵초를 만나러 일부러 찾아가고 싶은 길이 될 것 같다.
이곳에서 큰앵초를 많이 만나지 않았다면 이번 태백산 산행이 매우 실망스러웠을 것 같다. 작년 산행 때 많이 만났던 장소에서 큰앵초를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솔길을 나와 유일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났다.
깃대종 주목이 건강하지 않은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우리나라의 기후가 자꾸 아열대 쪽으로 가까워지는 듯 이상 고온 현상이 많아지는 바람에, 아고산대 식물인 주목 등의 생육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멋있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주목과 탁 트인 하늘, 푸른 숲의 배경은 남편이 탐내는 포토존이다.
정상 부근에서 철쭉을 만났다. 태백산 철쭉은 소백산 철쭉과 마찬가지로 연달래라고 부르는 연분홍 철쭉이다. 색감이 부드럽고 고상하여 양반집 규수 같은 품위가 있는 꽃이다.
눈개승마는 삼나물이라고도 불리는 식용나물이다. 잎만 보다가 실제 꽃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장군봉 천제단
장군봉은 높이가 해발 1567m로 천제단이 있는 태백산 정상석보다 높다.
장군봉 표지석
정상에서 보는 이런 전망을 사랑한다. 사방으로 탁 트인 하늘과 산 자락이 내 발 아래에 펼쳐진 모습을 보는 것은 정상까지 올라온 산객들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다.
천제단
태백산 정상석의 높이는 해발 1561m다.
태백산 정상석
털진달래
천제단 하단
하단 주변에 우리가 늘 쉬는 쉼터가 있는데, 그곳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고 재충전한다.
쉼터에서 만난 눈개승마 꽃이 활짝 피었다.
꽃쥐손이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문수봉 가는 길에 꽃쥐손이가 많다.
풀솜대
부쇠봉 갈림길이다. 부쇠봉은 가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아직 활짝 핀 철쭉이 남아있어서 고마웠다.
내년에는 태백산 철쭉 시기를 잘 맞춰서 다시 가볼 생각이다. 몇년 전 이곳에서 행복한 웃음을 그칠 수 없게 만들었던 그 화사한 철쭉 잔치를 다시 만나고 싶다.
큰 앵초를 또 만났다. 하지만 작년보다는 현저히 그 개체수가 줄어보였다.
나도개감채
사스레나무 군락지를 지나간다.
문수봉 가는 길에도 돌계단 틈새에 나무토막 계단을 끼워놓았다. 좋은 아이디어다.
문수봉에 도착했다. 커다란 바위들이 가득한 너덜지대다. 문수봉은 특이하게 표지목(나무)인데, 해발 1517m이니까 여기도 천고지가 넘는다.
소문수봉은 문수봉에서 100m 만 가면 된다.
바위채송화
마가목 꽃이 소담스럽게 피었다. 하도 풍성해서 목수국 꽃핀 것 같다.
마가목
소문수봉 정상. 해발 1465m 다.
인가목
문수봉에서 바로 내려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문수봉 갈림길에서 잠시 쉬었다.
찔레꽃
총 12km, 7시간 30분 동안 걸었다.
숲은 언제나 거기 있고, 우리가 찾아가면 녹색의 힐링을 선사한다. 그 숲 속에서 우리는 재충전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 매력 때문에 우리는 일주일이 지나면 다시 배낭을 꾸릴 것이다.(202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