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덕유산 원추리

덕유산 향적봉 중봉 원추리 산행

by 세온

여름에 걷기 좋은 길을 꼽을 때 우리는 덕유산 향적봉 트레킹을 꼭 포함시킨다. 산 아래는 아무리 더워도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내리자마자 시원한 느낌이 바로 우리를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더워서 긴 산행이 곤란할 때 자주 쓰는 카드인 셈인데, 곤돌라 표를 왕복으로 끊고 올라가서 설천봉 - 향적봉 - 중봉을 반환점으로 다시 - 향적봉 - 설천봉으로 돌아와서 곤돌라를 타고 내려온다.

대부분 관광객들은 향적봉까지 갔다가 다시 설천봉으로 되돌아가는데, 왕복 1.2km 밖에 되지 않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길도 거의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등산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권할 만한 여름 트레킹 코스다.

더운 여름에도 덕유산 리조트의 곤돌라가 붐비는 까닭이다.

덕유산 철쭉 산행을 한 것이 6월 1일의 일이다. 7월 9일 거의 한 달 만에 덕유산을 다시 찾았다. 7월이면 덕유산에 원추리가 피기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원추리 보러 덕유산을 찾은 것이다.

덕유산 리조트 주차장에 도착한 것이 8시 30분쯤. 지난번처럼 카페라테 한 잔 주문해서 테이블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하얀 꽃 무더기가 눈에 들어온다. 요즘 자주 관심이 가는 개망초 밭이다. 남편 보고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고 테이블에 앉았는데, 설천봉은 구름에 갇혔다.

올라가면 꼼짝없이 안갯속 산행을 해야 하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었다.

원추리도 만나고, 생각지도 않았던 다른 야생화도 많이 만났고, 멋진 구름 잔치도 구경한 기분 좋은 산행이었다.

멀리서 보니 개망초나 메밀꽃이나 비슷한 느낌이다. 개망초 밭이 네모 반듯한 것을 보니 자연적으로 난 것이 아니라 일부러 조성한 듯하다. 좋은 아이디어다.

곤돌라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초록이 빽빽하다. 그 사이 서울에는 비가 제법 왔는데, 여기도 비가 좀 왔는지 궁금했다. 봄에서 여름 넘어가는 사이에 가뭄이 너무 심해서 산에 나무들까지 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다행히 나무들은 생기가 있어 보였고, 열린 창문 사이로 작은 계곡의 물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구름 속으로 곤돌라가 들어간다. 설천봉도 안갯속이다. 파란 하늘을 기대할 수 없으면 야생화에 집중하면 된다. 괜찮다. 안개 속 산행은 또 다른 느낌이다.

누군가가 지나면서 말한다.

" 안개가 끼어있으니까 훨씬 운치가 있지 않아?"

참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라고 하면서 남편과 웃었다. 안갯속의 설천봉이 신비스럽다.

숲이 우리를 맞이한다. 녹음이 짙은 7월의 숲이다.

큰 뱀무, 산꿩의 다리, 범꼬리, 원추리가 먼저 눈에 띈다.

큰뱀무
꿩의다리
범꼬리

나방 이름을 검색해보니 '각시얼룩가지나방'이라는이름의 나방과 흡사하였다. 나뭇잎에 붙어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었는데, 건드리지 않고 물러나왔다.

구름 속, 안갯속. 아래서 보면 구름이겠지만, 눈앞에서는 안개다.

날씨가 선선해서일까. 나무 끝 잎에 단풍이 들었다.

향적봉에 도착하니 파란 하늘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다행이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북쪽은 맑고, 동쪽은 두터운 구름 층 위로 파란 하늘이 드러나 있다. 남쪽은 얇은 구름이 산을 넘보는 듯 감싸고 있다. 구름의 한바탕 잔치가 벌어진 듯도 하다.

동쪽을 쳐다보니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구름처럼 보여, 우리가 구름보다 위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백련사 쪽(동쪽)
중봉 방향(남쪽)

향적봉 대피소로 내려오니 하늘이 맑은 편이었다. 향적봉 대피소 주변에도 야생화가 많이 피어있었다. 원추리는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지역(아고산대)에서 잘 자란다고 하는데, 이곳과 함께 지리산 노고단, 소백산 비로봉 등이 원추리 군락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원추리
동자꽃
꿀풀

조릿대는 꽃이 피고 나면 열매가 맺힌 후 죽는다고 한다. 요즘 산에서 조릿대 꽃을 자주 보고, 군락지 째 죽는 모습을 만나기도 한다.

조릿대 꽃
노루오줌

숲을 벗어나니 파란 하늘이 반갑다. 큰 구름 덩어리가 하얗게 솟아있긴 하지만, 금방 쳐들어올 것 같지는 않았다.

동자꽃 무리를 만났다. 여름 꽃의 대표주자다. 가뭄에 힘이 들었지만, 자신의 할 일을 다하기 위해 열심히 꽃을 피워냈으리라.

미역줄나무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미역줄나무는 넝쿨식물이다.

물레나물
터리풀
속단

일월비비추는 꽃몽오리만 달고 있었다. 아직 때가 이른 모양이다.

일월비비추

중봉에 가까워졌다. 다행히 아까 그대로 파란 하늘을 유지하고 있었다.

향적봉 쪽을 바라보니, 서쪽에 있는 구름이 덕유산을 넘지 못하는 모습이다. 동쪽은 두터운 층이 낮게 깔려 있으나, 구름 위쪽은 파란 하늘이 드러나 있는데, 서쪽의 구름이 밀고 들어오지 못하는 바람에 색다른 풍경이 만들어진다.

원추리뿐이 아니고 범꼬리풀도 지천이다.

중봉에 올라서서 송계삼거리쪽 평전을 바라보니, 멋진 구름의 항연이 펼쳐지고 있다. 봉우리보다 조금 낮은 편이라 틈새를 엿보는 듯 구름이 야금야금 산 허리를 감아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원추리 꽃몽오리
일월비비추 꽃몽오리


싸리꽃도 끼워달라고 하는 듯 화려한 색으로 꽃을 피웠다.

산오이풀은 대기 중이다. 바위 틈새든 어디든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곳에서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마침 이제 피기 시작한 산오이풀 꽃을 발견하였다. 전체가 다 피고 나면 꽤 길다란 꽃 모양이 된다.

산오이풀

잠시 쉬고 중봉으로 돌아와 보니, 안갯속 세상이다. 구름이 산을 이겼나 보다.

터리풀과 노루오줌이 비슷한 느낌이다. 자세히 비교해 보면 잎도 다르고 꽃 모양도 다르다.

터리풀의 꽃과 잎
노루오줌의 꽃과 잎
까치 수염

가는장구채는 꽃이 매우 작아서 앙증맞다.

가는장구채

꼭두서니를 드디어 알게 되었다. 산행을 할 때마다 아는 꽃이 하나씩 느는 건, 우선 사진을 찍고 난 후, 집에 와서 열심히 검색을 해 보고 여러 번 확인을 한하며 공부하기 때문이다. 확신이 안 서는 건 올리지 못하는데, 그래도 사진으로만 확인하는거라 가끔 착오가 생기기도 한다.

이 식물을 몇 번 찍었는지 모른다. 드디어 확인된 꼭두서니는 뿌리를 관절염, 신경통 등에 약재로 쓰인다. 또 붉은색을 내는 천연염료로 사용한다고 한다.

꼭두서니

짚신나물도 노란 꽃이 피기 시작했다.

짚신나물
꽃쥐손이 열매
개시호

주황색 말나리도 준비 중이다.

말나리 꽃몽오리

수리취도 꽃이 피기 전이다. 보라색 꽃이 피면 존재감이 확실해서 눈에 금방 띈다. 단오에 해 먹는다는 바로 그 수리취떡의 재료이다.

수리취
미나리아재비

되돌아온 설천봉은 이미 안개 속이다.

우리가 운이 좋았던 모양이다.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니, 설천봉에 안개가 심하여 시야가 좋지 않다고 방송으로 계속 알리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곤돌라 승강장에 기다리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원추리 만나러 갔다가, 여러 가지 야생화를 만나고, 구름의 향연까지 감상하고 온 덕유산 트레킹은 총 4km, 3시간이 걸렸다. 멋진 구름 위의 산책이었다. 잠깐 보여준 파란 하늘은 우리를 위한 선물이었다. (202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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