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함백산

함백산 7월 산행

by 세온

7월 26일 화요일, 1박 휴가를 받아 새벽에 일어나 향한 곳은 함백산이다.

함백산은 우리가 자주 가는 산이다. 생각해 보니 함백산은 주로 여름이나 겨울에 잘 가게 된다. 앨범에서 확인해 보니 8년 동안 13번을 갔는데, 모두 여름 아니면 겨울이었다.

여름에 함백산을 자주 가는 이유는 2가지다.

첫째는 강원도 산이라 남쪽 지방보다 여름에도 덜 더운 편인데, 게다가 다른 산보다 들머리가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산행 내내 시원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산상의 화원인 만항재 바로 옆이라 같은 조건인 함백산에서도 여러 가지 야생화를 볼 수 있고, 덤으로 만항재 산상의 화원까지 가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여름이건 겨울이건 1,000 고지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만항재(1,330m)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등산로가 짧은 편이다. 태백산이 1,567m, 함백산이 1,572.9m이니까 태백산보다 함백산이 조금 더 높다. 하지만 함백산은 태백산보다 훨씬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산행 코스다. 만항재는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한다.


함백산 만항재 산상의 화원 주차장에 도착한 것은 아침 8시 40분. 서울에서 대략 3시간 반 걸리니까 새벽 5시쯤 서울을 출발했나 보다. 여름 산행은 일찍 움직이면 그만큼 더 수월하다.

산상의 화원 주차장에서 함백산까지는 2.7km. 높은 산 치고 산행 거리가 매우 짧은 편이다.

백두대간의 줄기이기도 한 함백산을 거쳐서 은대봉 - 두문동재로 산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는 우리 수준에 맞게 함백산 정상만 다녀오기로 했다.

여름 산은 주로 야생화 산행이다. 사람은 힘들지만, 야생화들은 지천이다. 야생화 천국이다. 이번 산행기는 그래서 야생화 위주로 편집을 해 보았다. 이름을 아는 것도 많지만, 모르는 것은 인터넷 검색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숲을 들어서자 만난 첫 야생화는 꽃층층이꽃이다. 꽃층층이, 층층이꽃으로 칭하기도 하지만, 두루 쓰이는 이름이 꽃층층이꽃이다.

꽃층층이꽃

해마다 여름 함백산을 와서 보면 지천으로 피는 꽃이 바로 둥근이질풀이다. 연분홍 꽃색과 동그랗고 부드러운 꽃잎의 곡선이 수줍은 소녀를 연상하게 한다. 햇빛을 좋아해서인지 볕이 좋은 곳에는 둥근이질풀이 많이 피어있었다.

둥근이질풀

덕유산에서 많이 보았던 긴산꼬리풀이다. 함백산에도 많이 피었다. 동물의 꼬리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긴산꼬리풀

큰뱀무는 이제 검색이 필요 없을 정도로 친숙한 꽃이 되었다.

큰뱀무

올해 처음 알게 된 꽃이다. 잎이 솔잎처럼 가늘어서 솔나물이라고 한단다. 노란 꽃이 모여 피어서 주변을 환하게 만들고 있었다.

솔나물

기린초는 슬슬 시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노란색 꽃이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있었다.

기린초

함백산에서 마타리를 처음 본 날 와!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었다. 큰 키와 황금빛 꽃색 때문에 금방 눈에 띄는 꽃이다.

마타리

나리는 참나리, 말나리, 하늘말나리 등 이름이 많다. 정원에 많이 심는 참나리는 대략 1~2m 정도라니까 키가 큰 편이라 구별하기 쉽다. 하늘을 향해 핀다고 하늘이라는 낱말을 붙이기도 한다. 그렇게 구별하면 이 꽃들은 말나리가 맞는 것 같다.

말나리

여로는 자주색 꽃이 피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녹색 꽃도 많았다. 푸른 여로, 파란여로, 청여로라고 하기도 한다.

여로

이 여로는 바깥쪽은 녹색, 안쪽은 자줏빛을 띤다.

푸른 여로의 모습이다.

여름철 우리나라 어느 산에 가나 흰색 까치수염을 만날 수 있다. 까치수영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까치수염이란 이름이 더 많이 쓰인다.

까치수염

일월비비추도 덕유산에 많은 꽃이다. 고산지대에서 잘 자라는 야생화다. 덕유산에서 꽃봉오리만 보고 내려왔는데, 여기서는 꽃이 핀 것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일월비비추

며느리밥풀꽃은 슬픈 설화가 있다.

옛날에 아주 못된 시어머니 밑에서 시집살이를 하던 며느리가 몰래 밥풀을 입에 넣었는데, 이를 알고 시어머니가 모질게 매를 때렸다. 죽어가면서 내민 혀끝에 겨우 밥풀 두 알. 며느리는 죽은 뒤 꽃이 되었단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자료 참고)

붉은 입술 모양의 꽃 위에 흰색 모양이 밥풀처럼 보인다. 시집살이의 고충, 며느리의 한이 담긴 꽃이다.

며느리밥풀꽃
뚝갈

잔대는 꽃이 종 모양이며, 암술이 길어서 꽃 밖으로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잔대

미역줄나무는 꽃이 흰색에 가까운 연녹색이었는데 열매가 아주 예쁘다. 붉은빛을 띠는데, 멀리서 봐도 금방 눈에 띈다.

미역줄나무 열매

산꿩의 다리라고 하기도 하고, 그냥 꿩의다리라고 하기도 한다. 7~8월에 흰색 또는 자주색으로 핀다. 연분홍색은 열매 색이라고 한다.

산꿩의 다리

검색해 보니까 개갈퀴로 판단된다. 잎맥이 세 줄인 것이 특징이며, 잎은 4~5장씩 돌려난다.

개갈퀴

동자꽃이 활짝 피었다.

동자꽃

곳곳에 멧돼지 접근 방지용 기피제를 설치했다. 우리는 향이 좋은데, 멧돼지는 싫어하는 향인가 보다. 그런데 기피제를 설치했는데도 여기저기 멧돼지가 파헤친 흔적이 있다.

숲에 왔으니 숲 경치를 찍어야 하는데, 자꾸 야생화만 찍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야생화에 관심이 많아지는 바람에 산행 속도가 자꾸 늦어진다. 작년만 해도 "아, 예쁘다!" 하고 통과~했는데, 이제는 야생화를 보면 내가 찍어달라고 하기도 전에 남편이 먼저 카메라부터 들이댄다. 게다가 한 장만 찍는 게 아니라 여러 장을 찍는다. 산행이 아니라 야생화 출사 같은 느낌이 든다.

여름 산에 야생화가 많아서 그런지 야생화 출사를 나온 사람들이 좀 있었다. 제법 무거워보이는 카메라를 들고, 혼자 또는 부부가 같이 다니면서 야생화만 보이면 그 앞을 떠날 줄 모르고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도 남들이 보면 비슷해 보일 것 같다.

숲 경치 몇 장 올려본다. 강원도 높은 곳이라 산행 내내 쾌적한 편이었다. 바람도 가끔 불어주어 더 좋았다. 여름 산행 최상의 날씨였다. 그 매력에 여름이면 함백산 산행을 한 번쯤 계획하게 된다.

이름은 '도둑놈의 갈고리'인데 아주 귀엽게 생긴 꽃이다. 꽃대가 매우 길었다.

도둑놈의 갈고리
송이풀

긴산꼬리풀은 연한 보라색이라는데, 이 꽃은 진한 보라색 꼬리풀이다.

노루오줌꽃은 보통 연보라색인데, 흰색도 있었다. 검색해 보니 숙은노루오줌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숙은노루오줌

연보라색 노루오줌이다. 뿌리를 캐면 오줌 냄새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숲길을 걷는 것도 좋지만, 하늘을 만나면 왠지 기분이 확 트이는 느낌이다. 숲이 좋아서 숲길을 걷는데, 땡볕이 아니라 좋다고 하면서도, 가끔 만나는 파란 하늘 흰 구름 또한 걷는 동안의 색다른 즐거움이 된다.

기원단에서는 함백산이 보인다. 태백에 탄광사업이 활발하던 시절, 광부의 가족들은 이곳에 와서 가장의 안녕을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일했을 가장의 마음과, 그 가장의 무사함을 빌고 또 빌던 가족의 애절함에 그저 먹먹해져 오는 장소다.

기원단

태백선수촌으로 가는 도로와 만나는 곳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함백산 정상까지는 약 1km 정도다. 쉽게 임도로 갈 수도 있고, 약간 험한 등산로를 택하여 흥미로운 산행을 즐길 수도 있다. 짧은 시간의 산행을 원하는 사람들은 보통 여기에 주차를 하고 간단히 다녀오기도 한다.

함백산중계소로 가는 길이라 일반 승용차는 출입 금지다. 쪽문만 열어놓고 탐방객을 출입하게 한다.

우리는 등산로를 택하여 올라간다. 임도는 내려올 때 이용할 생각이다.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살짝 험한 등산로다. 계단이 높아서 스틱이 필요한 곳이다.

등산로 옆으로 야생화가 많이 피어있었다.

모싯대

이름이 궁금했는데, 만항재에 근무하는 관리인이 친절하게 구릿대라고 가르쳐 주었다.

구릿대

함백산 정상은 언제나 기분을 업 시켜준다. 사방으로 탁 트인 공간, 멋지게 겹쳐서 선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능선의 모습, 하얀 풍력 발전기와의 어울림. 푸른 하늘이 있으면 더 좋고, 흰 구름이 그림을 그려줘도 좋은. 정상이 가까워지는 순간부터 이미 행복이라는 감정이 온몸을 채우게 된다.

드디어 정상에 올라 정상 인증 사진을 찍고, 중함백쪽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푸른 하늘, 흰구름이 우리를 계속 따라다녔다.

함백산 정상

정상 주변의 야생화를 올려본다.

바위채송화
난쟁이바위솔
술패랭이
물레나물

함백산 정상에서 헬기장 쪽으로 내려간다. 이곳에서 은대봉을 거쳐 두문동재까지 가는 거리가 5.4km나 된다.

헬기장에서 간단히 에너지 충전을 하고, 임도를 따라 다시 걷기 시작한다. 시멘트 포장이 너무 오래되어서 생긴 틈새에 생명력 질긴 질경이가 자리 잡고 있다.

쉬땅나무

기린초가 무더기로 피었다.

동자꽃도 여기서는 무더기로 피었다.

임도를 걸어 내려오는 데는 얼마 안 걸렸다. 함백산 탐방로 입구 쉼터다. 아까는 다른 사람이 쉬고 있어서 못 찍었다.

잠자리와 나비도 찍어보았다.

금빛 마타리와 솔나물이 황금색 풍경을 선사한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하늘 가득 구름이다.

함백산 산행은 원점회귀까지 6.8km, 4시간. 야생화 찍느라고 평소보다 한 40분 정도 더 걸린 것 같다.

만항재 야생화 탐방로 입구에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어서 쉬기에 좋다. 여기서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산행 후의 식사는 언제나 꿀맛이다.

함백산에서 만났던 야생화 이름도 몇 가지 확인하고, 푸른 숲 사이를 산책하듯 걸었다. 피어있는 꽃 종류가 비슷해서 따로 올리지 않고 야생화 탐방로 풍경만 몇 장 올린다.

(202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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