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화원,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등. 곰배령에 대한 수식어가 화려하다.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곰배령(1,164m)은 곰이 배를 하늘로 향해 누워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도 누워있는 곰의 모양으로 만들었다.
야생화의 천국이라고 하는 곰배령이 있는 산의 이름은 점봉산(1,424m)이다. 점봉산은 한계령을 사이에 두고 설악산과 마주하고 있는 산이다. 맑은 날에는 곰배령 정상에서 설악산 대청봉을 볼 수 있다.
곰배령은 안개가 끼거나 흐린 날씨가 대부분이고, 비도 자주 오는 편이라 이번처럼 파란 하늘을 만나기 무척 힘들다고 한다.
우리가 찾은 날이 8월 12일 금요일이었는데, 주차장 위로 파란 하늘이 우리를 반겼다. 정말 행운의 날씨다.
울창한 산림과 야생화의 보고인 점봉산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다. 더 자세히 말하면 천연활엽수 원시림 보호구역이다. 한반도 자생식물의 약 20%인 854종의 식물과, 71종의 조류, 포유류가 서식하는 국내 최대의 보전가치를 지닌 산림으로 1993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야생화 천국 곰배령이 인기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산이 그렇게 험하지 않다는 것이다. 등산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도 쉽게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산세가 완만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또한 여름이라도 강원도 높은 산이라 덜 더운 편인데, 강선마을 쪽으로 가는 코스1은 계곡을 끼고 걷기 때문에 시원한 산바람과 함께 하는 여름 트레킹으로 만족스러운 코스다.
코스2는 오르막, 내리막이 많아 조금 힘든 모양이다. 우리는 코스1로 갔다가 코스1로 돌아올 예정이다.
예약이 필수다. 점봉산 생태관리센터에서 출발하는 것은 산림청 홈페이지 '숲나들e'에서 한 달 전부터 신청을 할 수 있다. 곰배골을 들머리로 하는 경우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신청을 해야 한다. 또 한 가지 방법은 곰배령 인근 숙소에서 숙박하고 예약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탐방객 집중 이용에 따른 산림생태계 훼손과 안전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입산 시간별로 사전 예약 인원을 분산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아침 9시, 10시, 11시마다 150명씩 450명, 곰배령 숙박객 450명 해서 하루에 900명만 입산이 허용된다.
입구 쉼터에 곰배령 꽃바람 산촌 음악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점봉산 생태관리센터
드디어 입산이 시작되었다. 예약 확인 때는 신분증을 필수로 지참해야 한다. 전에는 입산허가증을 목걸이로 걸고 다녔는데, 끈을 빼고 표찰만 주어서 배낭에 넣고 다녔다. 강선 마을 지나서 중간 초소에서 한 번 더 제시하면 된다.
계곡과 나란히 걸어간다. 비가 많이 와서 물소리가 요란하다.
취나물 꽃이 예쁘게 피었다.
야생화를 보러 온건 맞지만, 숲도 함께다. 녹색 숲은 언제나 힐링이다. 실제로 우리 몸에도 피톤 치드와 깨끗한 공기, 정신적 안정감 등의 좋은 영향을 아낌없이 주는 숲이다.
단풍취도 많이 피었다.
단풍취
자주색 여로 꽃은 서서히 열매로 바뀌어가는 중이다.
여로
흰물봉선
물봉선
이끼가 나무 수피를 덮어버렸다.
참나물
잔대
멸가치
노루오줌도 연보랏빛 꽃색은 사라지고 다글다글 열매가 맺힌 모습이다.
노루오줌
계곡과 함께 가는 길이다.
강선마을에 도착하면 입구에 야생화가 화단에 가득한 집이 있다. 야생화 천국에서 사는 곳 답게 갖가지 야생화를 키우고 있었다.
마타리
금꿩의 다리
어수리
영아자
강선마을 표지판이 멋스럽다.
비비추
곰취
가게 앞에 어수리가 탐스럽게 피었다. 무슨 꽃인지 몰라서 물어봤더니, 가게 주인이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마을 입구의 야생화를 많이 키우던 집에서 보았던 그 꽃이다. 어수리는 이제 구별해서 이름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수리
다리를 건너면 중간 초소가 나온다. 입산허가증을 제시하고 통과하였다.
관중
눈개승마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등산로에 물웅덩이가 보인다.
도라지 모시대
투구꽃은 아직 꽃몽오리만 준비 중이다.
투구꽃
귀한 흰진범을 만났다. 조금 더 있어야 만개할 것 같다.
흰진범
천상의 화원 곰배령에 가까워지면서 야생화가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삭여뀌
물양지꽃
귀한 영아자가 많이 피어있었다.
영아자
둥근이질풀
곰배령에 왔다. 둥근이질풀이 지천이다. 여기저기 둘러보니 야생화 천국이 맞다. 숲속과는 비교가 안 되게 야생화가 많아진다. 너무 높은 곳이라 큰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드넓은 초지에서 햇빛을 듬뿍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야생화들이 마음 놓고 꽃을 피울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참좁쌀풀
톱풀
층층이꽃
드디어 파란 하늘의 곰배령을 만났다. 거칠 것 없이 탁 트인 공간에서 파란 하늘과 마주하니 마음이 더없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무슨 걱정이 있었던가?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아 고민하던 문제가 있었던가? 누군가 나를 짜증 나게 하는 사람이 있기라도 했던가?
하늘과 한결 가까워진 나는 파란 하늘에다 온갖 걱정, 고민, 짜증 덩어리를 몽땅 털어버린다. 그렇게 탈탈 털어버려도 하늘은 변함없는 파란색 그대로 나를 위로하고 안아주는 느낌이다. '아무 걱정 하지 마. 다 잘될 거야!'
두메고들빼기
까실쑥부쟁이
광릉갈퀴나물
고려엉겅퀴 꽃몽오리로 보인다.
코스2는 왼쪽, 코스1은 오른쪽(올라왔던 곳으로 원점 회귀)으로 가면 된다. 우리는 원점회귀하기로 했다.
곰배골에서 출발하면 귀둔리 주차장 방향의 등산로로 올라오게 된다. 우리도 귀둔리에서 곰배령으로 올라온 적도 있었다. 우중 산행이었는데, 곰배령 올라와서도 안개만 자욱했던 기억이 난다.
개시호
앞에 보이는 산이 작은 점봉산, 뒤에 있는 산이 점봉산이라고 한다.
설악산을 당겨 찍어 보았다. 끝청, 중청, 대청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제일 높은 곳이 대청봉이다.
오늘은 동자꽃이 많이 안 보인다.
동자꽃
긴산꼬리풀
쉼터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되돌아간다.
멸가치
나비가 길에 앉아있어서 찍어보았다. 은판나비라고 한다.
은판나비
위에서 세 번째 나비 표본과 똑다. 이름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우리도 정말 신기했다. 곰배령에서 보기 쉬운 나비인가 보다. 은판나비는 확실히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려오는 길에 강선마을로 가는 사발이 차를 만났다. 비포장 등산로에서 아주 유용해 보인다.
이렇게 사진을 찍어놓아도 실제로 꽃을 보면 사진으로 본 것과 많이 다른 것 같다. 더구나 참나물인지 기름나물인지, 바디나물인지 강활인지, 잘 구분이 안 가는 꽃들은 정말 어렵다.. 이번에도 이름을 몰라서 사진만 찍어놓고 올리지 못한 야생화들이 꽤 있다.
총 11.6km, 4시간 40분 걸렸다. 사진을 많이 찍고 다니느라고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시간이 더 걸리는 편이다.
녹색 숲과 풍부한 수량의 계곡도 좋았고, 천상의 화원에서 파란 하늘과 예쁜 야생화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언제든 또 가자고 하면 쌍수로 환영하고 싶은 곳이다. (2022.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