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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Jan 21. 2024

한탄강 주상절리길 트레킹

주상절리길 겨울트레킹

 추운 겨울 얼음이 꽁꽁 얼면 사람들은 왜 더 추운 곳을 찾아갈까.

 강원도의 빙어 축제나 산천어 축제는 더 꽁꽁 추워야지 재미있는 놀이가 많아지는 법이다.  

 올해 추운 날도 많았지만, 대체로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는 바람에 겨울 축제가 많이 축소되거나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더 잘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철원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4.1도인데 한탄강을 가자고 한다. 하기야 오대산 갔을 때도 영하 13도였으니까 단단히 입으면 못 갈 것도 없다.

 다만 산이 아니라 강변이라서 바람이 심하거나 추울까 봐 살짝 걱정이 되기는 했다.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있는 총 연장 3.6km. 아름다운 협곡과 다채로운 바위로 가득한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잔도(험한 벼랑 같은 곳에 낸 길)를 걷는 "느낌 있는 길"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사실은 우리가 가고자 했던 길은 "물윗길"이었다. 한탄강 물윗길은 부교가 있어서 물 위를 걷는 특별한 경험이 기대되던 곳이었다. TV에 나온 것을 보고 "저기 한 번 가 보자."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을 기억했는지 이번 여행길을 그곳으로 잡았단다.

 그런데, 물윗길과 주상절리길은 가깝기는 하지만(주상절리길에서 물윗길 부교가 보인다.) 입구가 서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았다. 주상절리길 주차장에 차를 놓고 물윗길을 걷기로 계획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물윗길은 다음에 오기로 하고, 이번에는 주상절리길을 걷기로 하였다.

 주차장 도착 시간이 10시 반쯤. 영하 9도를 찍는다. 오대산 갈 때보다 더 두꺼운 점퍼를 입어서(등산이 아니라 추울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 추위를 느끼지는 못했다.

 주상절리길은 매표소가 두 군데다. 우리가 출발하는 순담 매표소와, 반대편의 끝 지점인 드르니 매표소가 있다. 일반 10,000원, 경로 할인 5,000원인데, 2,000원은 상품권으로 되돌려주니까 우리는 각 3,000원씩 낸 셈이다.

  강에 보이는 부교가 물윗길이다. 입구로 통하지 않아서 부득이 다음 기회에 가기로 했다.

  전날 눈이 왔지만 많이 쌓이지는 않았다.

  혹은 허공에  또는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잔도를 따라 걷는다.

  이 강이 꽁꽁 얼려면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가 일주일 이상 계속되어야 한다.

  순담계곡 스카이 전망대와 출렁다리를 통과한다. 밑을 내려다보면 아찔하지만, 나는 앞만 보고 걷는다.  

  협곡의 풍경이 멋지다. 다른 계절에도 찾아와 보고 싶다.

 출렁다리는 언제나 포토존이다. 방문객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는다.

  눈이 쌓여서 바위가 더 뚜렷하게 보인다. 눈 온 다음 날 오길 잘했다 싶다.

  이곳은 안내원들이 곳곳을 지키고 서서 관광객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었다. 걷는 사람들이야 덜 춥지만, 계속 서 있으면 춥고 발도 시릴 텐데.

 이곳에서 그냥 지나칠 뻔한 멋진 바위를 '킹콩' 바위라고 소개해서 카메라에 담아본다. 안내원이 2년 전 고두심 씨가 이곳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촬영하러 왔을 때도 설명을 해주었다는 경험담도 곁들이면서 아재 개그도 한 마디 던진다.

 "저거 내가 만들었습니다."

 "만드시는 데 오래 걸렸겠네요."

 남편의 대꾸에 한바탕 웃고 우리는 다시 걸어간다.

  절벽 아래 눈 쌓인 바위는 고향 남강에서 보던 논개의 의암을 쏙 빼닮았다.

 눈과 얼음과 물과 물 위에 떠 있는 얼음을 구경하다 보니, 건너편에 특이한 모양의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보통 주상절리는 세로 모양으로 생긴 것이 많은데. 마치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인 수평 판 모양의 수평절리라고 한다.

 두 가지 형태의 길이 있었다. 하나는 철망, 다른 하나는 데크길.

 철망에 눈이 쌓이지 못하고 다 밑으로 빠졌는데, 이음새 부분에 남아있는 눈이 전통 문양처럼 예쁘다.

 철망으로 된 길은 눈이 쌓이지 않아서 오히려 걷기가 편했다.

 데크길은 살얼음이 생긴 곳이 많아서 미끄러워 난간을 잡고 걸어야 했다. 데크길이 대부분이라 아이젠이나 스틱을 사용할 수가 없어서 미끄럽지 않은 신발(등산화 등)이 필수다. 등산화를 신었는데도 몇 번 미끄러지기도 했다.

  빙벽의 멋진 모습.

  건너편에도 물길이었을 곳에 긴 고드름이 생겼다.

 하천 바닥이 급경사를 이루어 물 흐름이 빨라지는 곳을 여울이라고 하는데, 시원한 물소리가 양쪽 절벽에 갇혀서 더 큰 울림으로 느껴지던 곳이다. 물살도 세고  사이사이에 작은 바위가 많아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다.

  커다란 고드름이 치맛자락처럼 늘어져 있기도 했다.

  이곳의 대표적인 주상절리일까? 세로 모양으로 꽤 넓은 주상절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강이 깊은지 색깔이 쪽빛이다.

 드르니 전망대를 지나서 출구로 나와 상품권도 사용할 겸, 식당이 있어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전망대 이름이자, 매표소 이름이기도 하고, 식당 이름도 드르니. 드르니는 '들르다'라는 뜻의 순우리말로, 태봉을 세운 궁예가 왕건의 반란으로 쫓길 당시 이곳을 들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따로 간식 준비해 올 필요 없이, 순담 매표소에서 출발해서 드르니 매표소로 나와 점심을 먹고, 다시 되돌아가는 것으로 계획하면 좋을 것 같다.

 표는 한 번 사면 출구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도 된다.

  되돌아가면서 다시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2번홀교라는 다리는 가까이 있는 골프장 2번 홀에서 가끔  골프공이 날아온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시루떡 모양의 수평절리.

 다른 나무는 이런 곳에서 오래 못 살아도, 소나무는 살 수 있다. 뿌리가 줄기보다 위에 있고, 나무는 아래쪽으로 뻗어있고, 오른쪽 소나무도 거의 수직이다.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도 살 수 있는지 경이롭기만 하다.

  왕복으로 걸은 거리가 7.4km 정도다. 대부분 데크와 철망 길인데, 계단도 약간 있는 편이다. 그래도 어르신 관광객 단체도 꽤 많이 보였다. 데크길이 약간 미끄러우니까 조심해서 걸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걷기길이다. 물윗길은 겨울만 운영되고, 주상절리길은 사계절 운영된다고 한다.

 아쉬움에 물윗길 끝자락에 위치한 직탕 폭포를 보러 갔다.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 규모는 비교할 수도 없이 작지만, 나이아가라 폭포와 같은 원리가 작용되는 폭포라고 한다. 두부 침식이라고 하는데, 두부 모양의 현무암 바위가 눈에 파묻혀 자세한 모습을 관찰할 수는 없었다.

  제주도에만 있는 줄 알았던 현무암이 이곳에도 있다고 한다.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돌다리다.

  다음에는 물윗길을 걸어서 이곳까지 도착할 수 있겠지. 영하 10도가 넘는 날씨가 여러 날 지속되면, 그때 물윗길을 찾아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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