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가 며칠 지나고, 우리는 한탄강을 다시 찾았다. 물윗길을 가기 위해서다.
물윗길은 주상절리길 순담주차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시작한다. 지난번 주상절리길 트레킹 당시에 물윗길 출발점을 확인하고, 순담주차장에서 직접 통하는 길이 없는 줄 알고 주상절리길을 먼저 걸었다. 그러기를 잘한 것 같다. 좀 더 강한 느낌을 주는 길을 나중에 걷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며칠 동안 추운 날씨가 계속되었는데도 한탄강 물이 꽁꽁 얼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상절리길에서 보기 힘들었던 아름다운 얼음의 예술적인 풍경을 만날 수가 있었다.
순담계곡에 도착했을 때는 영하 9도의 날씨였으나, 정오가 지나면서 영상까지 올라갔다. 걸어 다니는데 그렇게 추운 날씨는 아니었다.
매표소는 주차장에서 약간 떨어진 래프팅 출발지 마당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내려와서 보니 주상절리길 주차장에서 바로 내려오는 계단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위의 주상절리길 넓은 주차장을 이용하여 차를 세우고 계단으로 내려오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입장권은 주상절리길과 동일하게 성인 10,000원, 할인 5,000원이다. 철원사랑 상품권으로 일부 되돌려받는데 우리는 2,000원씩 되돌려받았다. 손목 밴드를 착용하는 것이 주상절리길과 다르다.
강에 얼음이 제법 보였다. 전체가 꽁꽁 얼어서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얼마나 오래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가 계속되어야 할까? 일주일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다.
주상절리길의 잔도길과 물윗길의 부교길은 서로 차이가 있으면서도 같은 한탄강 줄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많은 공통점을 가진 길이다. 주상절리길은 연중 개방하지만 물윗길은 겨울만 개방하는데, 아마 부교의 안전 문제 때문인 것 같다. 얼음이 충분히 얼지 않은 곳에는 부교가 약간 흔들렸다.
주상절리길보다는 물살이 더 센 것 같다. 물소리도 더 크게 들리는 이유는 절벽의 길에서 듣는 것이 아니라 더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기 때문일까.
눈과 얼음의 합작으로 멋진 조형물을 만들었다. 아래쪽의 작은 얼음기둥의 끝에는 얼음덩어리들이 마치 보석 같은 모양으로 달려있었다.
주상절리길에서는 협곡을 위에서 내려다보았다면, 이곳 물윗길에서는 협곡의 물 위를 걷는 셈이다.
접근하기 쉬워서일까. 여느 계곡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돌탑들. 이곳에도 꽤 있었다.
햇살이 좋은 곳이라 춥기로 소문난 철원 계곡에 버들개지가 봄을 부르고 있었다.
짙푸른 물 색은 깊은 곳이라는 증거다.
겉으로 드러나 있는 큰 바위도 많지만, 물속에도 땅 위와 연결된 큰 바위가 많이 관찰되었다.
시루떡바위처럼 생긴 수평절리.
지나는 길에 고석정이 있었다. 고석은 한자로 홀로 선 바위란 풀이가 되는데, 고석정이라는 정자도 있어서 그 일대의 화강암 계곡 전체를 고석정이라 칭한다. 고석정은 8월부터 10월까지 운영하는 꽃밭으로도 많이 유명한 관광지다.
부교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억새밭길도 있었다. 억새밭 풍경도 멋진 볼거리였다.
얼음의 조각 예술. 자연은 아무래도 미술가인 것 같다.
사람이 들어가서 앉아도 될 것 같은 작은 동굴에 어김없이 사람의 흔적이. 자연과 친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익살스런 손길이 느껴지는 돌탑들이다.
아! 생각지도 않은 동굴에 매달린 초록색 식물을 발견했다. 일엽초인가 했더니 네이버 검색의 일엽초와 다르다.
자연과 가까워지려는 몸짓일까. 돌을 세우려는 사람을 만났다. 뾰족한 삼각 모양의 돌을 몇 번의 시도 끝에 기어코 세워놓고 떠나는 그는 이 계곡을 오래오래 기억하겠지. 내 마음을 거기 두고 왔노라 하고.
주로 산이나 들에서 익숙하게 보던 억새가 한탄강 가의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
물윗길은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사항이 많다. '미끄럼 주의, 추락 위험, 뛰지 마시오, 차례차례, 어린이 보호, 야간 이용 절대 금지'를 꼭 지켜야 안전한 걷기길이 된다.
승일교가 가까워진다.
다락바위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크고 작은 두부 모양의 돌이 많이 보인다.
승일교는 한국 전쟁 당시 북한과 남한이 양쪽에서 만들다가 만 다리라고 한다. 수복 후 나중에 완공한 다리를 승일교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승일교 주변이 이곳 물윗길의 중심 지역인 것 같다. 물윗길 트레킹 축제장도 이곳에서 열렸는지 거대한 눈 조각 등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어서 눈을 즐겁게 했다.
승일교를 빛나게 하는 건 바로 저 빙벽이다. TV 방송에서 보고 꼭 와 보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적으로는 저렇게 얼기가 어려울 것 같다 했더니, 한탄강 물을 끌어올려서 얼린 것이라고 한다.
규모가 작은 빙벽은 가끔 보았지만, 승일교 빙벽은 그 크기가 대단하였다.
철원 한탄강 얼음 트레킹 축제장으로 들어섰다.
사람 많은 것을 싫어해서 축제 기간에는 방문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축제 일주일 전이나 일주일 후에도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축제장을 찾는 일을 즐긴다. 보통 꽃 축제는 그 시기에 가도 붐비는 인파 물결에 넌더리를 내지 않고도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도 포토존을 비롯하여 눈으로 만든 벽, 거대한 얼음 조각, 소나무를 엮어서 만든 동굴 등 깔끔히 정리하지 않고 남겨둔 설치물 덕분에 축제 분위기에 잠시 젖어보기도 했다.
철원의 상징 인물인 궁예와 임꺽정을 양 옆에 세우고, 살아있는 듯 꿈틀대는 거대한 용 한 마리가 눈 조형물의 주인공이 되어 멋진 비늘을 자랑하며 자리하고 있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붕어빵 파는 가게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한탄강에서 방금 낚아 올린 붕어인가 보다.'하고 아재 개그를 날리고 스쳐간 한 무리의 탐방객들도 그 가게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리라.
강 건너는 자전거길인가 보다. 자전거 관련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한탄강의 얼음섬?
사람들이 꽤 몰려있다 했더니 물윗길의 명소 마당바위다. 얼마나 바위가 넓은지 신기해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언덕 위의 건물은 조망을 위해 전면 유리창으로 지었다.
하트 모양의 바위.
은하수교는 눈으로만 감상하고 지나간다.
부교가 꽤 길다.
얼음의 두께가 거의 10cm는 되는 듯하다.
주상절리길보다 물윗길의 주상절리가 더 많았다. 더구나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부챗살 모양으로 퍼진 주상절리의 기둥 하나하나가 얼마나 뚜렷한 지 정말 신기하였다.
강 건너편에도 꽤 긴 주상절리가 있었다. 오른쪽 부분은 주상절리가 잘려져 풍화되었는지 거의 자른 두부 모양이었다.
주상절리길에서 보았던 중간 지층에 분포한 주상절리도 있었다.
꽤 가까이까지 접근해서 찍어보았다.
주상절리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만든 포토존이다. 덕분에 근접해서 주상절리를 찍을 수 있었다.
지질학자들이 처음 이곳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기뻤을지 짐작이 간다. 이곳을주상절리지역이라고 명명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주상절리가 많았다.
은사시나무일까. 높게 쭉 뻗은 나무의 하얀 수피와 파란 하늘이 잘 어울린다.
태봉대교가 가까워지면 물윗길도 거의 끝나간다. 물윗길의 매표소는 순담 계곡, 승일교, 이곳 태봉대교까지 세 군데에서 출입할 수 있다. 순담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살 때 손목 밴드를 주었는데, 그것을 손목에 매면 다른 매표소에서도 자유롭게 출구로 나갔다가 입구로 들어올 수 있다. 주상절리길에서는 매표소가 두 군데라 손목밴드가 없었다.
직탕폭포다. 주상절리길 트레킹 때 보고만 가서 아쉬웠는데, 물윗길을 걸어서 다시 만나 반가웠다.
더 가까이에서 찍어도 보고.
지난번 찍었던 장소에서 다시 찍어보았다.
현무암교 앞에 두부 침식이 된 바위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현무암 다리를 걸어서 건너고,
건너편 길에서 직탕폭포를 카메라에 담아보기도 했다. 규모를 감안하지 않고 보면 영락없이 나이아가라 폭포다.
태봉대교 매표소를 나와 마침 승객을 내려주는 택시를 만났다. 순담매표소까지 11,200원이 나왔다.
점심은 우리 입맛에 맞는 식당을 찾기가 힘들어서 드르니 식당으로 갔다. 남은 철원사랑 상품권을 사용하고 기분 좋은 철원 여행을 마무리했다.
체력이 있고, 두 다리가 튼튼해야 길을 꾸준히 걸을 수가 있다.
아파서 거동을 하기 힘든 사람을 볼 때마다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때가 많다.
높은 산 험한 산을 예전처럼 다니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는 걷기길을 충분히 걸을 수 있는 체력과 두 다리를 가졌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못 가지고 못 하는 것에 속상해할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면 2024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