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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Feb 04. 2024

발왕산겨울트레킹

천년주목숲길 설국 트레킹


 강원도 영동 지방에 눈이 많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새벽에 일어나 산행을 서둘렀다. 대관령을 기점으로 서쪽은 눈이 별로 안 왔지만 동쪽은 많이 온 모양이다. 노인봉도 눈이 많이 왔단다.

 "노인봉 입산 통제라는데..."

 그래도 미련이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겠단다. 

 진고개 휴게소에 도착했더니 차가 딱 한 대 있다. 생각한 것보다 눈은 많이 온 것 같지 않은데 예전에 온 눈을 산더미처럼 모아놓은 것이 보인다. 눈더미는 아마 봄이 시작되어 영상의 기온이 계속될 때 쯤에나 다 녹겠지싶다.

 혹시나 통제가 풀렸을까 하고  왔는데. 입구까지 가서는 대설주의보 입산금지를 확인한다. 어쩔수 없이 돌아선다. 계단에 눈이 쌓인 것을 보니 전날 온 눈이 문제가 아니라 그 전에 온 눈의 양이 대단했나 보다. 러셀을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왔을까.

 산은 보드라운 쌀가루를 뒤집어썼다. 눈은 딱 이만큼 온 것 같은데,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뽀얀 눈산 속으로 나를 쏙 집어넣고 싶은 마음을 다독거리느라 힘이 든다. 

 강릉으로 갈까 망설이다가 발왕산으로 목적지를 변경한다. 지난 번에 용평스키장 입구에서 너무나 차가 많아 되돌아 나온 적이 있어서 걱정이 되었지만 일단 가보기로 한다. 

 용평 모나파크 도착이 9시 50분. 금요일 오전인데도 되돌아 나왔던 날보다 겨우 한 시간 이른 시간인데 생각보다 밀리지 않았다. 더구나 주차장도 여유가 있었다. 하늘은 온통 회색이고 간간히 눈도 흩날리는 날씨지만 상고대는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재빨리 준비를 해서 승강장으로 향했다.

 긴 줄을 예상하고 부지런을 떨었는데, 생각보다 대기줄이 짧아서서 다행이었다.

 갑자기 행선지를 바꾸어 인터넷으로 표를 구입하지 못하는 바람에 카드 할인을 못 받았다. 갖고 있는 카드가 창구에서는 할인을 못 받는다고. 성인 2명  왕복에 거금 5만원이 들었다. 

 진고개에서 본 정도의 하얀 눈산이다. 부드러운 눈꽃을 손으로 만지면 양털같은 감촉일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예쁘다.

 이번에는 발왕산 정상인 평화봉까지 다녀와서 천년주목숲길까지 걷기로 했다. 

 왕이 태어날 기를 가진 산이라는 뜻의 발왕산. 들어서는 순간부터 괜스레 옷깃을 여미고 싶어지는 마음이 된다.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패럴림픽 마스코트인 반다비.

 천년주목숲길 표지판도 상고대로 하얗게 변신했다. 

 올해 제대로 된 상고대를 보기 힘들었는데, 여기서 제대로 본다.

 눈도 많이 왔는지 온 세상이 하얗다. 마치 흑백사진처럼.

 찍어온 사진이 다 그렇다. 컬러는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이나 조형물, 건물에서나 구별이 된다. 파란 하늘이 아쉽지만 그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만 누리는 것이 이치다. 

 눈에 보이는 풍경이 그냥 '설국'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하얀 세상이다. 

 데크길의 눈을 깨끗이 쓸어놓았다. 아이젠을 하고 걷기 시작했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데크길은 아직도 20cm가 넘는 두께의 눈에 파묻혀 원래 데크길임을 알 수 없게 만든다. 

 바람의 결이 뚜렷한 상고대가 잘 형성되어 있었다. 나무는 가지보다 더 두꺼운 상고대를 훈장처럼 자랑스럽게 달고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바로 앞의 하얀 숲 뒤에는 안개 속이다. 아래에서 보면 구름 속일까. 구름 속의 신선처럼 설국을 걸어볼까나.

 동남아 쪽에서 온 듯한 탐방객이 여러 팀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눈 속에서 아이들이  뒹굴고, 눕고, 미끄러지는 온 몸으로 눈을 즐기고 있었다. 이 행복한 시간들을 연신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엄마, 흐뭇한 미소로 지켜보는 아빠. 본국에 돌아가서도 이곳 발왕산의 설국 체험을 즐겁게 기억하겠지. 

  나무 줄기에도 상고대가 형성되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어깨동무 나무가 보인다. 두 나무가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했다. 

 몸을 낮추어야 통과할 수 있는 곳.

 겸손의 나무는 씨앗, 꽃, 열매로 이름지어진 세 그루의 나무가 있다. 잘라서 치우지 않고 일부러 그대로 살려서 몸을 낮추어 통과하게 만들었다. 이 나무는 들메나무라고 한다

겸손의 나무(들메나무)

 발왕산 정상. 해발 1458m다. 

 평화봉도 하얗게 상고대가 앉았다.

 나무 울타리도 하얗다.

 오른쪽으로 난 계단으로 잠깐 내려갔다가 되돌아 나왔다. 길은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인 듯하다. 

 잠시 파란 하늘을 보여주고는 다시 회색 하늘로.

 사람들이 많아서 지나쳤던 헬기장 부근의 넓은 터에 포토존이다. 의자 색깔이 선명하다. 

 천년주목숲길로 들어선다.

 이곳 천년주목숲길에는 주목이 많이 살고 있다. 존재감이 뚜렷한 주요 주목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그 주목들을 연결하여 데크길을 만들어 트레킹 코스를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천년주목숲길을 들어서자 제일 처음 만난 주목이 일주목이다. 

일주목

 먼 발치로 본 어깨동무 나무를 가까이에서 만난다. 주목과 고로쇠 나무의 사이좋은 어깨동무다. 

 참선주목. 천년을 살았는데 속이 텅 빈 주목.  욕심을 버리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주변인들이다 행복해진다. 

참선주목

 삼두근주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리 몸의 삼두근을 닮은 주목. 건강의 중요함을 일깨운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교훈도 덧붙여.

삼두근주목

 왜 8자주목인지 궁금했는데, 가지가 8자로 휘어져 있었다. 찾아내어 우리도 찍어보았다. 서양에서는 7이 행운의 숫자이지만, 동양에서는 8이 행운의 숫자? 중국에서는 8과 부(富)의 소리가 비숫하다고 하여 8이라는 숫자를 매우 좋아한다고 한다.

8자주목

 주목은 이렇게 몸으로 예술을 보여준다.

 고뇌의 주목은 온 몸이 갈라져 있다. 모진 시련을 견디고 이겨낸 나무를 보고 배울 점이 많다.

고뇌의 주목

 어머니 왕주목이다. 

어머니 왕주목
겸손의 나무(귀룽나무)

 인간의 행복을 숲속에서 찾아보자.

 잠시 데크길을 벗어나 숲길로 걸어간다. 승리나무를 만나러.

승리나무

 더께로 내려앉은 눈이 40cm를 훌쩍 넘는다. 

 아버지 왕주목은 대한민국 최고 수령의 주목이라고 한다. 무려 1,800년의역사. 둘레 4.5m의 거대한 주목이다. 

아버지 왕주목
겸손의 나무(부게꽃나무)

 이곳은 데크길이 지그재그로 설치되어있다. 경사는 거의 평길 수준.

 눈을 6개까지는 찾았다. 8왕눈이주목.

8왕눈이주목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안내판인 것 같다. 1458m를 적절히 잘 이용했다. 

 눈 벽돌? 이것으로 이글루를 지을 수 있을까?

 발왕수 샘물에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한다. 한겨울에도 얼지않을 것 같은 샘물을 흐르는 물줄기로 마신 후 뒤돌아보니 일회용 종이컵이 보여서 다시 받아마셨다. 사랑 한 모금. 장수 한 컵. 남편은 재물을 마신다. 더 부자될 이유가 어디 있다고. 로또도 이제 그만 사라고 했는데.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왔다. 

 스카이워크는 생략했다. 안개 속에 있는 스카이워크를 올라가봤자 시야에 보이는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내려와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 하늘이 열리기 시작하더니 오후가 되어 양평 오니까 파란 하늘이다. 오전 내내  파란 하늘을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온통 하얀 세상에서 설국의 기분을 느끼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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