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사 코스로 천제단까지
해마다 찾는 태백산. 겨울 눈꽃 산행의 대표 산이다. 올해도 눈이 내릴 때를 기다렸다가 산행을 하기로 했는데, 입산 통제가 해제된 날이 하필 토요일이다. 사람 많은 것을 싫어하는 우리는 토, 일요일 산행을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바로 다음날 산행을 하지 못하고 월요일 아침에 출발했다. 상고대를 기대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하지만 태백산이 아닌가. 눈을 밟으며 겨울 산행을 할 수 있는 행복을 가득 느끼고 돌아왔다.
나무에 쌓인 눈은 거의 다 떨어졌지만, 하얀 눈밭이 우리를 반긴다. 겨울에도 산행을 할 수 있는 건강과 체력이 있음에 감사한다.
들머리는 유일사 매표소. 날머리도 원점회귀를 해야 하므로 유일사 매표소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치악휴게소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유일사 매표소에 도착한 시각이 8시 50분. 대강의 준비를 하고 9시 정각에 매표소를 통과한다.
들머리에서 늘 대하는 너른 밭은 하얀 눈밭이 되어 우리를 반긴다.
익살스런 눈사람. 내려오는 길에 녹아서 그렇게 된 건지 누가 발로 찼는지 넘어져있었다.
무슨 꽃이었을까. 씨앗을 모두 날려보내고 꽃받침만 남은 모습이 우리의 어머니의 마음 같다. 껍데기만 남은 채로 후손들의 번영을 빌고 있겠지.
유일사 등산로는 태백산 정상으로 가는 가장 짧은 코스다. 게다가 반 정도의 등산로가 임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산행객들이 많이 몰리는 코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 이정표에서 갈라져 올라가는 등산로는 경사가 급한 산길이라 초보 등산객이 오르기에는 힘든 길이다. 우리는 여러 번 다녀보았기 때문에 하산 길에 그곳으로 내려오기로 했다. 남편이 똑같은 코스로 원점회귀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눈은 산의 풍경을 확연하게 바꾸어 버린다. 가을 단풍을 끝으로 빈 가지와 갈색 톤으로 일색인 황량한 산의 풍경을 눈이 부시게 하얀 설국의 세계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자연의 요술에 가깝다. 물론 빈 가지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선이나, 숲이 가리지 않아 멋지게 드러나는 산의 능선을 더 잘 감상할 수 있는 겨울철 산행도 나쁘지 않지만, 눈이 오고 난 뒤의 하얀 세상에서 만나는 설산의 아름다움은 그때만 만날 수 있는 모습이기에 더 기다려지는 눈 산행이다.
작년에는 눈이 오는 날 산행을 했었다. 꽤 많은 눈이 쌓여 아름다운 모습을 실컷 담을 수 있었지만 파란 하늘이 아쉬웠다.
설국 속에 눈 요정이라도 살고 있을 것 같은 산불감시초소의 모습이 정답다.
주변의 나무에 눈과 상고대가 만들어낸 멋진 모습을 담아본다. 작년보다는 약하지만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 즐기면 된다.
유일사 쉼터의 작은 새들도 여전히 주변에 맴돌고 있었다. 준비해 온 견과류를 울타리 나무에 올려주었더니 눈치 빠른 새 한 마리가 열심히 물고 날아오르기를 반복한다. 작년보다는 새들이 많이 모이지 않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보니 깨끗이 없어져서 기분이 좋았다.
유일사로 내려가는 계단.
북사면은 상고대로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그쪽으로는 등산로가 없어서 눈으로만 감상했다.
눈꽃이 얼마 없어서 아쉬웠다. 파란 하늘이 배경이라 그나마 감사하다.
눈길 위의 벌집무늬가 재미있다. 산행객들의 발자국이 만든 무늬다.
원래 계단이었을까. 아니면 눈 위에 일정하게 밟고 지나간 자국이 만든 무늬일까. 다른 계절에 산행을 하게 되면 꼭 확인해 보아야겠다.
태백산이 우리 역사에 등장한 지 오래된 만큼, 태백산의 나무들도 그 수령이 오래되어 보인다.
능선에 올라서면서 파란 하늘이 시원하게 다가온다. 하얀 눈길과 어울려 눈 산행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태백산을 오를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능선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산 그리메.
주목들도 눈을 뒤집어썼다. 토요일 왔으면 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태백산은 천제단이 있어서 더 가치가 있다.
장군봉이 실제로 태백산의 제일 높은 곳이라고 한다.
당겨서 찍어보았다.
천제단이 하얀 외투를 입었다.
태백산 정상석. 여전히 줄이 길어서 잠시 양해를 구하고 찍어야 했다.
우리가 정말 좋아하는 능선의 등산로다.
주목이 정말 많은 산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고사목들도 많다. 다른 나무들은 죽으면 쓰러져서 썩어 없어지는데, 주목은 죽어서도 천년을 간다니. 그래서 우리 조상들이 주목을 많이 사랑했던 것 같다.
유일사 쉼터에서 임도 쪽으로 가지 않고 사길령 쪽 등산로(백두대간 등산로)로 향한다.
이곳에서 유일사 주차장 쪽으로 하산해야 한다. 사길령 쪽으로 직진하면 소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길이다.
탐방객이 많은 임도와 달리 길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 곳곳에 설화를 입은 나무들이 많이 쓰러져 있기도 했다. 간혹 이쪽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길이 막혔을까 봐 살짝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이었다.
원 등산로에서 벗어난 길이 꽤 있었다. 처음 러셀을 하는 사람이 길을 잘못 짚은 까닭이다. 등산로는 흔적도 없는데 감으로만 길을 만들어 올라가야 했으니 처음 길을 찾아 올라오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았을까. 우리는 만들어진 길 찾기도 쉽지가 않은데.
제대로 된 등산로에 들어서서야 안심이 되었다.
흰 눈밭에 나무들이 스트라이프 무늬를 만들었다. 자연이 선사하는 재미다.
내년에? 또 태백산을 찾을 것이다. 겨울에 꼭 찾게 되는 눈 산행의 명산이니까.
그런데 몸이 해마다 다름을 느낀다. 지난번 오대산 산행 후에도 허벅지와 종아리 통증이 사흘을 갔는데, 이번에는 사흘이 지났는데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체력이 허락할 때까지는 겨울 태백산을 해마다 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