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겨울 산행

덕유산 상고대를 찾아

by 세온


덕유산에 가기로 했다. 해마다 가는 곳이다. 올해도 갔다.

덕유산을 처음 간 해는 2003년 리조트 콘도에서 자고 곤돌라를 타고 향적봉까지 갔다 왔다. 여행 모드였다. 그 다음 해부터 백련사 쪽 등산로로 올라가서 향적봉까지 가는 등산을 시작했다.

2010년 1월 첫 겨울에 덕유산의 상고대를 만나고, 그 해 12월 다시 찾았다.

그 이후 거의 매년 덕유산을 겨울에 찾았던 것 같다.

이제는 삼공리주차장에서 백련사 쪽으로 올라가 향적봉 - 중봉 - 오수자굴 - 백련사 - 삼공리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코스는 어려워졌다.

곤돌라를 타고 향적봉 - 중봉 - 오수자굴 - 백련사 - 삼공리주차장 코스도 한겨울에는 접을까 생각 중이다.

그래도 곤돌라를 왕복으로 향적봉에서 중봉까지 다녀오는 코스는 나이 들어서도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는 가벼운 코스다.

지난번 오대산 산행 이후 사흘을 허벅지 통증 때문에 제대로 걷지 못했다. 선자령 산행 이후 집에서 넘어진 작은 사고를 당해, 한쪽 팔을 제대로 쓰지 못하여 산행을 보름 정도 쉰 결과다. 물리치료와 약을 먹고 잘 낫기는 했지만, 몸을 아끼다 보니 운동 부족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걷는 데 지장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걱정이 되었는지 덕유산을 가자고 했다. 그 전날 덕유산과 강원도에 눈이 온다는 소식이 있었다. 강원도는 대설주의보 때문에 입산이 금지된 곳이 많다 하여 택한 덕유산. 조금만 더 일찍 출발할 걸 대단한 인파와 만나, 1시간여를 기다렸다가 곤돌라를 타는 기막힌 경험을 했다.

매표소에서 그러더란다. "환불, 취소 안 됩니다."라고. 그래도 이 정도인 줄 은 몰랐다며, 환불이 된다면 벌써 물리고 다른 곳으로 갔을 거라고 했다. 곤돌라 승강장 뒤쪽에 공터가 있는데, 그곳에 지그재그로 8줄이 실타래처럼 늘어져 있었고, 그 속에서 한 걸음 한걸음 인내의 발걸음을 디뎌야 했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은 어찌나 신나게 노는지. 아이들의 시간 보내기는 어른들보다 훨씬 나은 것 같았다.

눈이 그렇게 많이 온 건 아니었다. 그래도 하얀 눈이 쌓여, 멋진 설경을 연출했다.

곤돌라는 당연히 정원 8명을 꽉 채워 출발했다. 둘만 탔을 때와 달라서 바깥 풍경을 찍을 수 없었다. 눈은 좀 쌓였지만, 상고대가 약한 것 같아서 살짝 실망이 되었다.

설천봉은 어제 내린 눈 덕분에 하얀 눈 세상이었다. 눈이 가지마다 달라붙어 제법 겨울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었다. 설천봉까지 올라온 사람들은 그 멋진 광경 속에 주인공이 되어 휴대폰에 카메라에 추억을 담느라 연신 바빴다.

이런 구름을 한라산 백록담에서 본 적이 있다. 구름 위의 산에 서 있으면 신선이 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신선들이 너무 많다. 노인, 젊은이, 아이들까지...

어쨌거나 신선의 마음으로 온 세상이 하얀 설국으로 변한 세상을 우리도 카메라 속으로 열심히 끌어들였다.

눈 만들기 도구가 설천봉까지 올라왔다. 하트를 쌍으로 만들어 놓은 걸 보니 연인이 함께 만들었나 보다.

덕유산 안내판도 눈이 쌓였다. 눈이 없어도 상고대를 보러 자주 오는 산인데, 눈이 온 뒤라 이런 재미난 모습도 보게 되었다.

아래에서 줄 섰던 많은 인파를 생각하면 그렇게 붐비는 편은 아니었다. 대부분분 향적봉으로 올라갔나 보다.

드디어 계단을 올라갔다. 입구에 들어서자 역시 걱정한 대로 상고대가 약했다.

상고대는 눈꽃과 다르다. 눈꽃은 눈이 나무 등에 내려앉아 쌓여 꽃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말하지만, 상고대는 공기 중의 수증기( 높은 산의 안개나 구름의 미세한 물방울)이 물체를 만나면서 순간적을 얼어붙는 현상에서 생긴 얼음꽃이다. 주로 습도가 높고 바람이 없으며 기온차가 큰 지형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덕유산 등 높은 산 정상 가까이에서 자주 볼 수가 있다.

요 근래 기온이 높은 편이어서 상고대가 많이 형성되지 않은 것 같아 실망스러웠는데,

그래도 가다가 보니 상고대가 제법 있어서 반가웠다.

상고대의 특징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한쪽으로 빗살처럼 무늬가 생기는 게 보통이다.

이건 상고대가 살짝 녹아내리는데, 눈이 쌓여서 얼어붙은 모양인 것 같다. 시중에서 겨울나무를 표현하기 위하여 나뭇가지에 스티로폼을 붙여서 만들어놓은 것이 있는데, 비슷한 느낌이다.

향적봉 정상에 사람들이 까맣게 줄지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덕유산 정상의 날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한다고 한다. 파랗게 펼쳐졌던 하늘에 어느새 하얀 구름 덩어리가 몰려온다.

바위에도 상고대가 붙은 걸까. 하얀 눈이 얼어붙은 걸까. 흰 바위다. 이것 또한 보기 힘든 광경이다.

발아래에 구름을 두고, 높은 산 위에서 하얗게 붙은 상고대의 모습을 보면 신기하다. 이런 모습을 볼 수 있게 허락받았으니 그저 행복하다.

줄을 선 게 맞다. 덕유산 향적봉에 올랐으니 정상석 인증 사진을 찍으려고 저리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냥 통과한다.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렸지만, 정상 주변이 넓어서 다행이다. 어린아이들도 꽤 많았는데, 아마 유치원에서 단체로 올라온 것 같았다. 힘은 좀 들었겠지만 기억에 남을 테지. 그리고 꽤 자랑스러울 것 같다.

그런데, 인솔하는 교사들은 아마 이 멋진 풍경을 반도 제대로 즐기지 못할 것 같았다. 아이들 안전을 챙기느라고.

대부분 사람들은 향적봉에서 되돌아가거나, 향적봉 대피소까지 왔다가 간다. 중봉으로 향하는 발길이 대폭 줄었다. 거의 줄 서서 향적봉까지 올라갔었는데, 대피소를 지나자 사람이 없는 등산로도 찍을 수가 있었다.

수리취 열매가 눈 고깔모자를 쓰고 서 있다.

중봉 가는 길을 지키듯 늘 그 자리에 있는 주목.

눈이 제법 쌓여있다.

구름이 차츰 많아졌다가 파란 하늘 잠시 보여주곤 또 하얗게 덮어버린다.

눈 속에 초록색 산죽 길이 새삼스럽다.

주목은 잎이 빽빽해서 나무 아래는 눈이 많이 쌓이지 않는다. 한 겨울 눈 속에서 쉼터로 쓰기 안성맞춤이다.

멋진 상고대의 모습.

풀에도 상고대가 생겼다. 바람이 역할을 하는 것이겠지. 무늬가 한 방향이다.

'여보, 어디 가!' 죽은 지 오래인 듯한 남편과 아내 나무도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고사목이다.

아래쪽에서 찍으면 이렇게 손을 잡고 있다. '도망가는 게 아녀. 내 손 잡고 잘 따라와.'

이런 눈길을 걸으면 오히려 편하다. 돌멩이가 있는지, 나무뿌리가 있는지 모두 눈 속에 파묻혀 하얀 등산로만이 존재한다. 아이젠을 신고 편하게 눈길을 팍팍 디디며 걸으면 된다.

중봉에 다다르자 구름이 잠시 비켜나 준다. 대신 다른 산등성이들이 구름 속에 갇힌다. 덕유산 위에서 구름이 춤을 춘다.

보기만 하고 돌아서기 아쉬운 평전. 백암봉삼거리로 가는 길이다. 칠연폭포 - 동엽령 - 백암봉삼거리 - 중봉 - 향적봉에서 다시 동엽령으로는 옛 추억이다.

오수자굴 쪽으로 한참을 보고 섰다가, 한 발도 디디지 못하고 되돌아온다. 한 시간만 더 일찍 왔더라도 갈 수 있었을까. 컨디션이 아직 안 될 거라고 남편은 생각하지도 말라고 했다. 예전보다 걸음도 많이 늦어지고 있으니, 마음뿐이지 싶다.

되돌아 나오는 중봉에도 이만하면 사람이 많은 편이다. 우리보다 늦게 올라온 팀이 많은지, 우리와 마주친 중봉으로 향하는 산행객들이 꽤 많았다.

상고대와 눈이 함께 얼어붙어버린 모양이다.

뷰포인트인 주목이라 항상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라 그냥 지나쳤던 남편에게 되돌아오는 길에 찍어달라고 부탁했더니, 한참을 기다려서 찍어주었다.

되돌아온 향적봉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했다.

여전히 줄을 길게 서 있어서 양해를 구하고 향적봉 정상석을 겨우 찍었다. 높이가 1614m다.

2시가 넘었는데도 여전히 사람이 많다. 그래도 곤돌라 줄이 길어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지난 일요일에는 산 입구인 계단 가까이까지 줄을 섰다고 한다.

구름이 산을 넘어오고 있는 모습이다.

드디어 구름에 갇힌 설천봉. 안개 속이다.

곤돌라에서 바깥이 전혀 보이지 않더니, 내려오니까 모두 구름 속에 갇혔다.

오래 기다렸지만 그래도 무사히 상고대도 보고 아름다운 설국도 감상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앞으로 눈 온 다음 날에는 덕유산을 찾지 말아야겠다. 접근성이 좋은 만큼 사람이 많이 붐비고 오래 기다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3시간 동안 운동 잘하고 돌아왔다.

숙박을 하지 않아, 당일 여행으로 왕복 운전한 남편은 제법 피곤하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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